부엉이의 비웃음

[겸손한 사람]

by 겨울나무

어느 날이었습니다.


깊고도 깊은 산속 나라에서는 여러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마침내 오늘이 동물나라를 다스릴 왕을 뽑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호랑이와 사자, 원숭이, 그리고 두더지와 독수리, 산토끼 등등. 동물이란 동물들은 모두 모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왕을 뽑아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맨 먼저 호랑이가 사나운 이를 드러내며 거만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산속 나라에서 왕을 뽑는 일이라면 사자가 아니면 호랑이가 뽑힐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만만하였던 것입니다.

“헛허험……. 어떤 방법으로 우리 동물 나라의 왕을 뽑는 게 좋을지 어서들 의견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말해 보시오!”


“……?!”


하지만 과연 어떤 방법으로 왕을 뽑아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자 한동안 잠자코 생각에 잠겨 있던 원숭이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왕을 뽑는 게 어떨는지요?”


“어떤 방법으로 말이오?”


동물들이 모두 귀가 솔깃해져서 원숭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자 원숭이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동물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려면 뭐니뭐니 해도 남들이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뛰어난 재주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원숭이의 말에 매우 궁금하다는 듯 이번에는 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습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오. 그런데 그 뛰어난 재주라는 걸 누가 어떻게 평가를 한단 말이오?”

사자의 물음에 원숭이가 곧 설명하였습니다.


“에 또, 그러니까 우선 자신이 가장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재주나 장기를 차례대로 나와서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 같이 본 다음 그 결과를 맨 마지막으로 투표를 해서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허허,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오. 여러분!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


사자와 호랑이는 여전히 자신만만해서 손뼉까지 치면서 바로 찬성을 하였습니다. 역시 힘으로 자신들을 당할 동물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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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찬성합니다!”


그리고 동물들 모두가 그 방법이 가장 좋겠다고 의견을 모아 찬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자와 호랑이뿐만 아니라 그 어느 동물들 모두가 각기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특별한 재주와 소질들을 모두가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다음에는 순서에 따라 맨 먼저 토끼가 나와서 자신의 특기를 소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토끼는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가 있는 것은 자신의 소질인 달리기뿐이라고 하였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면 아무리 사나운 적을 만나도 붙잡힐 염려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먹을 음식이 생겨도 남보다 먼저 달려가서 그것을 차지할 수 있다는 등, 달리기의 좋은 점들을 침이 마를 정도로 설명을 하였습니다.


“짝! 짝! 짝……!”


토끼의 설명을 들은 동물들은 그 말이 옳다는 듯, 그리고 몹시 부럽다는 듯 아낌없는 박수를 쳤습니다.

토끼에 이어 다음에는 두더지가 나왔습니다.

두더지는 처음부터 자신의 소질인 땅굴 파기의 좋은 점을 늘어놓기 시작하였습니다. 적을 만나면 얼른 땅속으로 숨어버리면 그만이라는 것, 그리고 땅속 깊은 곳에 들어가서 살면 겨울이면 따뜻하고 여름이면 말할 수 없이 시원하기가 이를 데 없다는 것 등, 두더지의 자랑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독수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 넓은 바다 건너까지 가 본 적이 있습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재주는 뭐니뭐니 해도 하늘을 마음대로 날 수 있는 특기가 아닐까요? 아무리 높은 산도, 그리고 아무리 넓고 넓은 바다 건너 외국까지도 이 튼튼한 날개만 있으면 마음대로 가 볼 수가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꾀꼬리와 휘파람새가 나왔습니다. 그들은 왕이 되려면 우선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노래로 백성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동물들 앞에서 마치 옥을 굴리는 듯한 아름다운 노래를 실제로 불러주기도 하였습니다.


다음에는 원숭이 차례였습니다.


“여러분!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보다 뛰어난 지혜입니다. 지혜가 없으면 항상 다른 나라에게 뒤떨어지게 되고 결국 먹히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원숭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나무 타기를 잘하니까 이 산속 나라의 왕은 반드시 우리 원숭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드디어 마지막으로 사자와 호랑이가 점잖게 앞으로 나서며 매우 거만스럽고도 우렁찬 목소리로 거드름을 떨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어흐흐응…….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아주 잘 들었소. 하지만 아무리 재주들이 많다고 해도 그건 모두 소용이 없는 일이오. 뭐니뭐니해도 나라를 잘 지키고 또한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단 말이오. 이 산속 동물 나라에서 힘이 있는 자가 과연 우리 호랑이와 사자가 아니면 누가 있단 말이오? 그러니까 이 산속의 왕은 누가 뭐라고 해도 호랑이가 아니면 이 옆에 서있는 사자가 돼야 한단 말이오. 여러분, 내 말이 틀렸소?”


“…….”

“…….”


호랑이의 이야기를 듣던 동물들은 모두가 찬물을 끼얹은 듯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힘만 믿고 자신만만하게 으스대는 호랑이와 사자의 태도가 너무나 불쾌하기도 하고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뭐라고 한마디 거슬리는 말을 했다가는 호랑이나 사자한테 무슨 변을 당할지 몰라 모두가 입만 다물고 숨을 죽인 채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흐르자 답답한 듯 호랑이가 언짢은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왜? 내 말이 틀렸소? 할 말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어서 말들을 해 보란 말이오!”


호랑이가 답답한 듯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지만 동물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지금까지 나무 위에 가만히 앉아 동물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부엉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하하하, 저런 못된 놈들 같으니라구. 선거때만 돌아오면 번번이 또 저 모양이로구나. 하나같이 저만 잘났다고 저렇게 번번이 저렇게 꼴값을 떨고 야단들이지. 진짜 재주가 뛰어나고 덕망을 쌓은 인물은 자신의 재주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법이란다. 너희들처럼 잘났다고 설쳐대지 않고 차라리 자격이 없다고 그저 겸손하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동물이 진짜란 걸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지. 옛기 이 썩을 놈들아. 하하하…….”

“……?”

“……?”


동물들은 부엉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무슨 뜻인 줄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나무 위에서 소리내어 웃고 있는 부엉이의 모습만을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