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그럼, 엄마하고 결혼할래

by 겨울나무

"너 정말 이렇게 자꾸만 말썽만 부릴 거야? 어서 나가지 못해!”


한동안 조용하다 했더니 웅아의 방에서 갑자기 웅아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그렇지 않아도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졸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웅아가 신경질을 부리는 것은 보나마나 뻔합니다. 그렇게 들어가지 말라고 말려도 듣지 않고 웅아의 공부방으로 쪼르르 들어간 윤희가 그새 말썽을 부린 게 틀림없습니다.


"왜들 또 싸우고 이 야단들이니? 윤희야! 이리 나오지 못해! 그러게 오빠 방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지금까지 거실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던 엄마가 방에 대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조금 뒤 마침내 방문이 열리면서 잔뜩 울상이 된 윤희가 웅아의 방에서 쫓겨 나오고 있습니다.

“이잉, 오빠가 때렸단 말이야. 이잉~~”


엄마는 쫓겨 나온 윤희를 얼른 무릎에 앉혀 놓고 달래기 시작합니다.


“에이구, 우리 윤희 참 장사지. 아무리 아파도 울면 바보가 되는 거란 말야. 뚜욱! 그러게 엄마가 뭐랬니? 오빠가 공부할 때는 절대로 그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 오늘은 또 뭘 잘못했길래 오빠가 너를 때리든?”


"몰라. 괜히 때렸단 말이야. 이잉~~“


그때 웅아가 찢어진 공책을 들고 나와 엄마한테 내보이며 다시 화가 난 목소리로 투덜거렸습니다.

“뭐가 괜히야? 엄마, 이것 좀 보란 말이야. 기껏 다 해놓은 숙제인데 윤희가 찢어 버렸단 말이야.”

"어이구, 저러언, 저걸 도대체 어쩌면 좋으니? 그래도 웅아는 오빠니까 좀 참아야지 동생이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걸 어떻게 하겠니?”


“피이, 몰라. 엄마는 맨날 날 보고만 참으래.”


웅아는 이렇게 소리치고는 도로 방으로 급히 들어가서는 꽝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그런 웅아의 태도를 보자 엄마는 다시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습니다.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웅아는 동생인 윤희를 끔찍이 귀여워하며 잘 보살펴 주었습니다.


바늘이 가는데 실이 가듯이, 둘은 언제나 떨어지지 않고 사이좋게 잘 놀았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툭하면 싸움이 벌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웅아의 성격이 갑자기 거칠어지기 시작한 것은 웅아가 학교에 입학한 뒤부터의 일이었습니다.

화가 날 때마다 처음에는 동생한테 큰 소리로 짜증만 내던 웅아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차츰 손찌검까지 하는 일이 예사가 되고 만 것입니다.

웅아의 성격이 왜 그렇게 거칠어지고 있는지를 엄마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윤희가 웅아의 공부를 번번이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숙제를 하고 있는 웅아의 연필을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지못해 연필을 주고 나면 다시 또 웅아가 쓰고 있는 연필을 달라고 조릅니다.


또 어떤 때는 웅아가 쓰고 있는 공책에 어느 틈에 크레파스로 낙서를 하기도 하고, 정성껏 예쁘게 깎아서 정리해 놓은 연필을 이유 없이 부러뜨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웅아는 어김없이 성질을 부리며 윤희와 싸우게 됩니다.


그런 웅아와 윤희를 볼 때마다 엄마는 난처해질 뿐입니다.


어느 날 엄마는 할 수 없이 웅아를 무릎에 앉혀 놓고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웅아야, 너 요즈음 고모가 보고 싶지 않니?”


엄마의 느닷없는 질문에 웅아의 눈이 금방 커다랗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도 고모를 끔찍이 좋아하던 웅아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고모 언제 온대 엄마?

"나 정말 고모가 보고 싶어 죽겠단 말이야.”


“응, 그러니? 고모도 너처럼 네가 몹시 보고 싶지만 그렇게 마음대로 올 수가 없단 말이야.”


웅아의 표정이 금방 시무룩해지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왜 마음대로 올 수가 없어? 버스나 택시를 타고 오면 금방 올 수 있잖아?”

"누구나 시집을 가게 되면 몹시 바빠지는 거란다. 그래서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단다.”


"그래? 그럼 왜 시집을 가? 시집을 안 가면 될 게 아니야?“

“그러게나 말이다. 그렇지만 여자는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시집을 가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그럼 왜 꼭 시집을 가야 하지?"

“호호호, 글쎄 말이다.”


웅아의 계속 묻는 바람에 엄마는 금방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잠깐 입을 다물고 있다가 얼른 다른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웅아야, 엄마 말 잘 들어야 한다. 넌 말이지, 언제까지나 엄마 아빠하고 같이 살 수 있지만, 윤희는 나이를 많이 먹게 되면 고모처럼 시집을 가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그때부터는 아무리 윤희를 보고 싶다고 해도 마음대로 볼 수 없게 된다 이 말이야.”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난 웅아의 표정이 금방 시무룩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다시 웅아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멀리 시집을 가서 떨어져 살아야 할 윤희가 좀 가엾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


엄마의 물음에 웅아는 그만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동안 윤희한테 성질을 내면서 싸운 일이 생각이 나서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습니다.

“호호호, 엄마가 괜한 얘길 했나보다. 그까짓 일을 가지고 사내 대장부가 그렇게 마음이 약해져서야 어디다 쓰겠니. 그러니까 엄마 말은 이제부터라도 윤희가 좀 귀찮게 굴더라도 네가 조금만 더 이해해 주면 고맙겠다 이 말이란다. 알아듣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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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렇게 말하면서 대견스럽다는 듯 웅아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웅아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아니야.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더욱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니까 그러네.”


엄마가 아무리 달래보았지만 웅아의 언짢은 기분은 쉽게 돌이켜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날 잔뜩 풀이 죽은 채 하루 종일을 보낸 웅아는 그 이튿날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기가 무섭게 선생님에게 궁금했던 것을 묻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도 이다음에 시집가실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수줍음을 잘 타는 웅아의 선생님은 웅아의 엉뚱한 질문에 금방 얼굴이 빨갛게 되고 말았습니다.

“어머, 아니, 그런 건 왜 갑자기 왜 묻고 이러니, 응?”

“시집을 가게 되면 먼저 살던 집에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다면서요? 그 말이 맞아요?”


“아니 누가 그런 소릴 하든?”


선생님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되면서 되물었습니다.


“우리 엄마가 다 가르쳐주셨어요. 그리고 여자들은 꼭 시집을 가야만 된다는데 그게 정말이에요?”

"으응, 그랬었구나, 그건 웅아 엄마의 말씀이 맞는단다.”


"그럼 선생님도 시집 가실 거예요?"

"아암, 기회가 되면 가야 하고말고, 그런데 그건 또 왜 자꾸만 묻고 있지?”


웅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간신히 작은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전 선생님이 시집가는게 싫어서요.”

“아니, 그건 또 왜?"


선생님의 눈이 갑자기 둥그렇게 되면서 물었습니다. 웅아는 한동안 망설이고 있다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다시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얼굴이 너무 예뻐서 자꾸만 보고 싶은데 시집을 가면 다시는 볼 수가 없잖아요.”

“어머! 얘좀 봐.”


선생님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선생님을 따르는 웅아의 마음씨가 몹시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자 웅아가 다시 물었습니다.


“선생님! 시집은 왜 꼭 가야만 되는지 알고 싶어요.”

“그, 그건 누구나 더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란다.”

“같이 지내던 식구들과 헤어져서 서로 만나 보기 어렵게 되는데 그게 뭐가 행복해요?”

“글쎄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선생님이면서 그런 것도 모르셔요?"

"글쎄에…….”


선생님의 얼굴이 다시 벌겋게 되면서 더욱 난처한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아! 너 어디 아프니? 얼굴색이 아주 안 좋은 것 같은걸.“


오늘따라 잔뜩 풀이 죽어 보이는 웅아를 보자, 아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습니다. 웅아는 고개만 조금 젓고 있을 뿐 아무 대꾸가 없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엄마는 웅아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습니다. 아빠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지금까지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던 웅아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엄마를 향해 활짝 개인 얼굴로 소리쳤습니다.

“엄마, 나 이 다음에 커서 윤희하고 결혼하면 안 될까?”


뜬금없이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 웅아의 엉뚱한 물음에 아빠의 눈이 금방 커다랗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니,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자 웅아가 다시 엄마를 향해 활짝 밝아진 얼굴로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내가 만일 윤희하고 결혼을 하게 되면 윤희는 딴 집으로 시집을 안 가고 우리하고 같이 살 수 있잖아. 그치 엄마?”


웅아의 말에 한동안 입에 손을 대고 웃고만 있던 엄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호호호……. 아무리 그래도 너희들은 남매 사이가 아니니? 남매끼리는 절대로 결혼을 못하게 되어 있는 거란다. 호호호…….”


엄마는 이렇게 설명을 해주고 나서도 여전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그러자 웅아의 표정이 금방 시무룩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웅아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다시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습니다.


“치이, 그렇다면 좋아, 그럼 난 엄마하고 결혼할래. 그렇게 하면 엄마하고는 떨어질 일이 없을 게 아니야, 엄마 내 말이 맞지?”

“호호호……. 아니 얘 좀 봐. 호호호…….”


엄마는 다시 터져 나오는 웃음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엄마와 웅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빠도 덩달아 소리내어 큰 소리로 웃으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하하하……. 옛기 이 녀석, 만일 네가 엄마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아빠는 또 누구하고 살란 말이지? 으하하…….”


그 바람에 엄마와 아빠는 오랜만에 한바탕 깔깔거리며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


그러자 웅아의 표정이 다시 어리둥절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한창 아랫목에 누운 채 세상 모르고 쌔근쌔근 잠이 든 윤희의 표정이 오늘따라 그렇게 귀엽고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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