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북한말]
휴일 아침이었다.
성길 씨와 아내는 이른 아침부터 등산 준비로 한창 분주하였다.
성길 씨는 시간이 날때 마다 아내와 같이 가끔 등산을 하면서 두사람만의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곤 하였다. 오늘도 바로 그런 날이었다.
마침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지막한 산이 있어서 등산 하기엔 아주 그만이었다.
마침내 등산 준비를 끝낸 성길 씨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겨울 하늘을 쳐다보며 상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히야, 오늘은 날씨가 아주 그만이구만!”
아닌 게 아니라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제법 포근하면서도 화창했다.
“야호~~~!”
“야아, 호오오~~~!”
어느새 가파른 등산로로 접어든 두 사람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열심히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때, 여느 때처럼 산봉우리 여기저기에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등산객들의 외침 소리가 연신 시끄럽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성길 씨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저 사람들은 만날 산에 오르면 왜 저렇게 고래고래 고아대고(고함을 지르고)저 야단들이지?”
성길 씨의 말에 아내가 갑자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호호호……. 당신은 아직도 등산하는 사람들이 왜 저렇게 소리를 지르는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마 기운들이 뻗쳐서 그러는 거 아니야?”
성길 씨의 대답에 아내는 이번에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동안 소리 내어 웃다가 다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호호호……. 그건 기운이 뻗쳐서 그런 게 아니고요. 같은 일행들끼리 서로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고요.”
“그래? 그리고 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저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면 폐에 산소가 많이 들어가서 호흡기 건강에도 아주 좋대요. 그러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당신도 정상에 오를 때마다 저 사람들처럼 소리를 질러 보라니까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질 거예요.”
“아하, 그렇구나!”
아내의 설명에 성길 씨는 조금 겸연쩍고 쑥스러운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한동안 열심히 산을 오르던 성길 씨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롭게 등산을 하다보니 나도 이젠 어엿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다 되었다는 느낌이 드네. 여보, 안 그래?”
“새삼스럽게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아내가 궁금하다는 듯 성길 씨를 빤히 바라보며 되물었다.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볼까?”
“무슨 얘긴데요?”
“사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는 이렇게 한가롭게 등산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거든.”
“아니, 왜요?”
“허구한 날 잠잘 시간도 없이 늘 힘겨운 노력 동원에 끌려 다니며 시달려야만 하는 북한 주민들이 등산이나 운동을 따로 한다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남한 주민들이 살을 빼기 위해 등산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모두들 미친 사람들이라고 흉을 보곤 했었어.”
“흉을 보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죠?”
“생각을 좀 해봐. 지금도 북한에서는 하다못해 밥가마치는커녕 하루 세 끼 강냉이죽(옥수수죽)도 제대로 얻어먹기 힘든 굶주린 나날을 보내고 있거든, 그런데 남한에서는 살을 빼기 위해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를 듣고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지. 음식을 적당히 조금만 먹으면 아무 탈이 없을 텐데 왜 그렇게 미련스럽게 많이 퍼먹고 도로 살을 빼려고 야단들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단 말이야. 내 말 이해가 가요?”
성길 씨의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그제야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크게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호호호…….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만도 하겠네요. 호호호…….”
“내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자, 또 그럼 날래날래(빨리빨리) 올라가 보자구.”
두 사람은 정답게 두 손을 꼭 잡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열심히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야아, 호오오~~~!!”
“얏, 호호호~~~!!”
마침내 정상을 오른 두 사람이 목청껏 외치는 고함이 온 산이 떠나갈 듯 멀리멀리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