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도링~~ 딩도링~~~”
드디어 아름다운 멜로디로 울려나오는 종소리가 긴 여운을 만들면서 교실마다 요란헤게 울려 퍼집니다. 이번 시간을 마지막으로 그 지겹기만 하던 1학기만 시험이 모두 시원스럽게 끝난 것입니다.
“우와아— 우와아--”
교실마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교실 밖으로 꾸역꾸역 나옵니다. 한결같이 후련하다는 표정들입니다.
재석이도 아이들 틈에 끼여 축구공 하나를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몇몇 아이들도 재석이의 뒤를 우루루 따라 나옵니다.
재석이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축구입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줄곧 축구에 매달리고 있는 재석이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며칠 동안은 시험 때문에 축구공이라고는 전혀 만져보지조차 못했던 것입니다.
재석인 운동장으로 달려 나오자마자 우선 축구공을 공중을 향해 힘껏 찼습니다. 보름달처럼 둥근 공이 푸른 하늘 높이 새까맣게 올라갔다가 예쁜 포물선을 그리며 멋있게 내려옵니다.
“으얏!”
재석인 공중에서 내려오는 공을 향해 힘껏 헤딩을 합니다. 그 바람에 머리통이 띵하긴 했지만 가슴 속은 마냥 후련하고 시원스럽기만 합니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 우선 넓게 둘러서 보라구!”
재석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몇몇 아이들은 어느새 커다란 원을 만들고 서서 서로 공을 연락합니다. 패스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칠월의 태양이 몹시 따갑게 내려 쬡니다. 아이들의 이마에선 어느새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립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운동장 저쪽 구석진 곳에서 갑자기 왁자지껄하고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재석이와 같이 공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호기심에 축구를 그만두고 모두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앗! 저거 혜경이 아니야?”
왁자지껄하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재석이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아이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서 지금 한창 말썽꾸러기 영복이가 혜경이를 괴롭히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재석이는 순간 가슴속이 울컥하면서 뜨거운 피가 끓어 올랐습니다. 지금 혜경이를 괴롭히고 있는 상대가 다름 아닌 주먹 대장으로 소문난 영복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저 자식이 혜경일?”
재석인 어찌된 영문을 몰라 삥 둘러선 아이들의 뒤에 서서 가슴을 졸리며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혜경인 재석이와 한마을에 살고 있는 마음씨가 몹시 순하고 착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혜경이는 안타깝게도 한쪽 다리를 접니다. 그래서 항상 목발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를 못합니다. 그런 혜경이어서 늘 마음속으로 혜경이를 동정하고 있던 재석이였습니다.
“너 정말 내 주먹맛을 봐야 말을 들을래?”
영복이는 주먹으로 혜경이의 어깨와 얼굴을 번갈아 가며 툭툭 치기도 하고 발로 걸어 차기도 하면서 약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목발에 의지한 혜경이는 그때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곧 나동그라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혜경이는 그러면서도 지지 않고 영복이에게 여전히 대들고 있었습니다.
“야, 이눔아, 왜 때려? 왜 때리는 거냐구?”
“그럼 왜 시험지를 안 보여 주냔 말야, 이 병신아.”
“이 미친놈이 누굴 보고 병신이래. 내가 왜 너한테 시험지를 보여줘야 되는데?”
혜경인 여전히 한쪽 손으로 영복이의 주먹을 막아보려고 애를 쓰며 대들고 있었습니다.
“히야 요것 봐라. 그럼 병신을 보고 병신이라고 하지 뭐라고 하니? 그까짓 시험지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안 보여주냔 말이야, 이 병신아.”
가만히 알고 보니 아까 시험 시간에 영복이한테 시험지를 보여주지 않아 시비를 걸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혜경인 말끝마다 병신이라고 하는 말에 더욱 울분을 참지 못하고 연신 덤벼 보지만 워낙에 힘이 센 영복이여서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구경하고 있는 아이들은 워낙 무서운 영복이여서 그 누구도 나서서 얼른 말릴 생각조차 못합니다.
두 아이의 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험해지고 있었습니다. 할퀴고, 때리고, 물고, 걷어차고……. 그러는 동안 혜경이의 그 예쁜 얼굴은 너무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붓기도 하고 눈물로 범벅이 되고 말았습니다.
혜경이는 결국 목발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영복이를 향해 힘껏 내리쳤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영복이는 몸을 재빨리 피하더니 혜경이의 목발을 나꿔채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혜경이는 그만 몸의 중심을 잃고 땅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습니다.
“어쭈, 이 병신 좀 봐라. 이걸로 감히 누굴 치려고 그러는 거지?”
영복이는 더욱 성이 난 얼굴로 식식거리며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혜경이에게 달겨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발로 차는 바람에 혜경이는 이리 구르고 저리 구릅니다. 혜경이의 옷과 머리칼은 흙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엉엉 소리 내어 울며 일어나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영복이가 발길질 때문에 좀처럼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영복이가 이번엔 재미있다는 듯 손으로 땅에 쓰러져 있는 혜경이를 굴려보려고 할 바로 그때였습니다.
“야, 임마 너 그만두지 못하겠어!”
갑자기 빙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을 떠밀어 버리며 재석이가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축구공으로 영복이의 얼굴을 향해 힘껏 후려갈겼습니다.
순식간에 축구공의 강한 공격을 받은 영복이는 대항 한번 살 사이도 없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나동그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다음 순간이었습니다. 재석이가 재빨리 영복이의 배에 올라타 앉기가 무섭게 성이 난 얼굴로 영복이의 얼굴에다 사정없이 주먹질을 해댑니다. 숨을 헐떡거리며 연신 매질을 해대고 있었습니다.
“야 임마, 너 기운만 세면 네 맘대로 아무나 때려도 되는 줄 알아?”
아무리 주먹이 센 영복이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한 일이어서 손 하나 쓸 사이 없이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습니다. 영복이의 코에서는 금방 시뻘건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얼굴과 옷에도 빨간 피로 여기저기 물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야, 이놈들아! 너희들 모두 교무실로 들어와!”
그때 교무실 유리창이 열리면서 선생님의 호령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에 재석이도 영복이는 어슬렁어슬렁 교무실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혜경이도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날 교무실로 끌려간 재석이와 영복인 선생님에게 벌도 받고 종아리도 맞았습니다. 그리고 오후 늦게야 겨우 교무실에서 풀려나오게 되었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혜경이는 먼저 풀려나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교문을 나설 때까지도 영복인 이따금 재석이를 노려보기만 할 뿐 어떻게 된 일인지 한마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워낙 재석이한테 크게 혼이 났기 겁이 나서 그런지 주먹 대장인 영복이도 차마 덤빌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재석이는 주먹 대장 영복이를 이겼다는 게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갈림길에서 영복이와 헤어진 재석이는 밤나무 숲이 우거진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산길은 재석이가 아침 저녁으로 늘 다니고 있는 학교길입니다. 재석이 혼자만이 아닙니다. 혜경이도 함께 다니는 학교길입니다.
이 밤나무숲 산길을 지나서 다시 고개를 하나 넘으면 징검다리가 있는 넓은 시냇물을 건너야 합니다. 거기서 고개 하나를 더 넘어야 재석이네 마을입니다.
마을이라야 고작 초가집 대여섯 채가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그 마을에서 지금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는 오직 재석이와 혜경이 단 둘뿐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재석이와 혜경인 늘 사이좋게 이 길을 같이 다녔습니다. 집에 와서 놀 때나 숙제를 할 때도 가끔 같이하기도 할 정도로 두 아이는 아주 다정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정하던 두 아이가 어찌 된 일인지 4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눈에 띄게 영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오갈 때 가끔 떨어져 다니기 시작하더니 떨어져 지내는 것은 집에 돌아와서도 마찬기지였습니다. 그렇다고 서로 싸운 것도 아닙니다.
재석이는 공연히 속이 상했습니다. 무슨 이유로 혜경이의 마음이 그렇게 몰라보게 달라졌는지 답답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학교에서의 일이었습니다. 멀쩡했던 하늘이 어느새 컴컴해지는가 했더니 갑자기 천둥 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재석인 학교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비를 맞으며 있는 힘을 다해 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비를 조금이라도 더 맞기 전에 얼른 가야 하겠다는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목발을 짚은 혜경이도 허둥지둥 저 멀리 뒤에서 따라 오는 게 보였습니다. 재석이는 혜경이를 부축해주면서 사이좋게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습니다. 그러나 혜경이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여전히 쑥스러운 마음에 그냥 혼자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밤나무 산길과 고개를 넘어 징검다리가 있는 시냇가에 다다랐습니다.
“어휴, 어느 틈에 이렇게 많은 비가……!”
겁에 질린 재석이는 그만 두 눈이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쏟아진 비로 시냇물이 몹시 불었던 것입니다. 돌로 놓은 징검다리는 무섭게 흘러가는 흙탕물 속에 묻혀 겨우 보일락 말락합니다. 그 위로는 거센 물결이 혀를 널름거리며 무섭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재석인 좀 겁이 나긴 했지만 이대로 먼저 건너갈까 하다가 문득 혜경이 생각에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조금 기다리고 있다가 가방만이라도 들어다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가방 내가 들어다 줘도 될까?”
재석이는 곧 뒤따라온 혜경이을 향해 겨우 용기를 내어 조그만 소리로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
그러나 혜경인 빗소리 때문에 듣지를 못했는지 듣고도 모른 체를 하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재석이를 본 체 만 체 그냥 징검다리를 건너가기 시작했습니다. 겁도 나지 않는지 그냥 아무 말없이 건너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재석이는 그렇게 야속하고 서운할 수가 없었습니다.
재석인 할 수 없이 그 자리에 선 채 혜경이가 건너가고 있는 뒷모습만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위태롭게 건너가고 있는 혜경이의 몸이 가끔 비틀거립니다. 당장 쫓아가서 부축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목발에 의지한 채 어느새 냇물 중간쯤에서 한 발 두 발 징검다리를 내딛는 혜경이의 몸이 가끔 균형을 잃을 듯이 비틀거립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혜경이가 다시 목발을 들어 앞에 놓인 징검다리를 짚고 건너뛰려는 순간이었습니다.
“풍덩!”
“아앗!”
깜짝 놀란 재석이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균형을 잃은 혜경이가 잠깐 기우뚱거리더니 그만 물속으로 풍덩 빠져버렸던 것입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재석인 바지를 걷어올릴 사이도 없이 첨벙첨벙 그냥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혜경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배꼽까지 찬 흙탕물이 어찌나 거센지 금방이라도 떠내려갈 것만 같았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간신히 혜경이에게로 달려간 재석인 물속에 쓰러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혜경이의 팔을 덥석 붙잡았습니다. 다행히도 책가방과 목발은 끝까지 놓치지 않고 꼭 붙잡고 있었으나 혜경이의 운동화 한 짝은 이미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재석이는 혜경이를 부축한 채 한동안 거센 물결과 실랑이를 하다가 간신히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라더니 두 아이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비는 여전히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혜경아, 미안해. 내가 진작 부축을 했어야 하는 건데…….”
“…….”
혜경이는 물속에서 공포에 떨었는지 잔뜩 울상입니다. 그러나 재석이에게는 아무 아무 대꾸 한 마디 없이 그대로 집을 향해 혼자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재석이는 그런 혜경이가 여간 야속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 날 저녁부터 심한 몸살이 난 혜경이는 여러 날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병이 완전히 낫기도 전에 시험을 보기 위해 무리를 해서 오늘 학교에 나갔다가 결국에 영복이한테 뜻밖의 봉변을 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느 틈에 재석인 밤나무 산길을 지나 고갯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고갯길을 오르자니 아까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매를 맞은 종아리가 갑자기 당기고 몹시 아파옵니다. 하지만 조금도 억울한 마음이나 후회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혜경이를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몹시 흐뭇하기만 합니다.
‘혜경아, 앞으로 난 너를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 거야. 그러니까 그전처럼 조금만 좀 가까이 해주면 안 되겠니?’
재석이는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려 봅니다. 이렇게 혜경이 생각만 하며 걷고 있는 사이에 어느 틈에 고갯길을 넘고 징검다리가 있는 시냇가에 다다랐습니다.
“재석아, 너 이제 오는 거니?”
재석이는 문득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아,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뜻밖에도 시냇가 풀숲에 앉아 있던 혜경이가 다가오면서 먼저 말을 거는 게 아니겠어요. 꿈만 같았습니다. 혜경이는 아마 지금까지 재석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어! 혜경이가 웬일로……?”
이 시간이라면 벌써 집에 가 있어야 할 혜경이였습니다. 그런데 집에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먼저 말을 걸다니 꿈만 같았습니다.
재석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혜경이가 다가오며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 전처럼 퍽 다정하고 상냥하게 얼굴 가득 미소띈 표정이었습니다. 재석이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오늘 나 때문에 벌 많이 받았지? 정말 미안해."
”아, 아니야. 미안하기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 때문에 벌 받느라고 이렇게 늦었잖아.“
”…….“
재석이는 몹시 쑥스러운 마음에 그저 싱글싱글 웃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저번에 비가 많이 오던 날은 정말 미안했어. 네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가방이라도 들어다 줬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아니야. 그건 그날 내가 공연한 고집을 부려서 그랬던 거야. 그 날도 정말 나 때문에 고생 많았지? ”
“에이 그까짓 거 고생은 무슨……. 자 그럼 또 빠지기 전에 가방 좀 줄래?”
“호호호……. 오늘은 비도 오지 않는 걸 뭐. 저 시냇물 좀 봐. 몹시 맑고 깨끗하잖아.”
“응, 정말 깨끗하구나. 하하하…….”
재석이의 입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시원스러운 웃음소리가 요란스럽게 터져나왔습니다. 그 바람에 혜경이도 덩달아 큰소리로 따라서 웃고 있었습니다.
“호호호…….”
가슴 속이 후련하도록 웃어대는 두 아이의 표정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나란히 사이좋게 건너보는 징검다리입니다.
아직도 서산에 걸려 식지 않은 칠월의 붉은 태양이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두 어린이의 모습을 빙그레 웃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재석이는 지금도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동안 혜경이가 왜 그토록 재석이를 멀리했었는지 그 이유를 말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