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구, 열이 이렇게 내릴 줄은 모르고 점점 높아지니 큰일 났구나!“
아침에 약봉지를 챙기던 엄마가 윤희의 이마를 짚어 보고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혀를 끌끌 찼습니다.
지금까지 5학년이 되도록 잔병이라고는 모르고 건강하게 자라온 윤희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어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머리가 아프다며 앓기 시작하더니 하룻밤이 지나도록 좀처럼 열이 내릴 줄을 모릅니다.
“오늘은 학교 걱정은 말고 어서 이 약이나 먹고 기다려 봤다가 그래도 낫지 않으면 병원엘 가봐야겠다.”
엄마는 영아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것이 몹시 안타까운 모양입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학교에 단 한 번도 빠져본 일이 없었던 윤희였기 때문입니다.
윤희는 엄마가 챙겨준 해열제를 먹고 나더니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무얼 조금이라도 먹어야 얼른 낫지.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윤희는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만 젓고 있습니다. 윤희의 이마와 몸에서는 여전히 열이 식을 줄 모릅니다. 그렇게 밝고 활발하던 윤희였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병이 낫는지 도무지 그 까닭을 모를 일입니다. 한동안 윤희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던 엄마가 다가 조용히 물었습니다.
“너 정말 어제 학교에서 아무 일도 없었니?”
“…….“
그러나 윤희는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만 조금 저을 뿐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학교를 그렇게도 좋아하던 윤희였지만 이제 학교라는 말만 들어도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이 납니다. 그렇다고 엄마한테 솔직히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니, 설명을 해주기는커녕 만일 엄마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대로 가만히 있을 엄마가 아니었습니다.
”간밤에는 몹시 놀란 것처럼 무슨 알 수 없는 헛소리도 가끔 하더구나.“
”헛소리? 내가 헛소릴 했는데?“
윤희는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면서 힘없는 겁이 난 목소리로 되물으며 엄마의 눈치를 살핍니다. 혹시 엄마가 헛소리를 듣고 어제 윤희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눈치채지나 않았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응, 가끔 깜짝깜짝 놀라면서 알 듣지도 못할 말로 소릴 지르더구나. 에이구, 오죽이나 아팠으면 그랬겠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서 병원엘 가보든지 해야지.”
“아니야. 괜찮은 거야. 조금만 더 누워 있으면 금방 나을 거야.”
윤희는 그제야 겨우 안심이 된다는 듯 이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두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나 한번 오른 열은 좀처럼 내릴 줄을 모릅니다. 하룻밤을 앓고 난 윤희의 얼굴은 얼마나 괴로웠는지 얼굴이 몰라보게 야위었습니다. 곁에서 윤희를 지켜보도 있는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라 안절부절을 못합니다.
윤희의 머릿속에서는 어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만 머리에 떠오르면서 윤희를 더욱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어제 오후 학교에서의 일이었습니다.
공부를 마치자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였습니다. 윤희 역시 곧장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장 한쪽 구석에 있는 그네로 달려갔습니다. 그네를 타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그네에 털썩 앉아 그저 몸을 흔들거리기만 그만입니다. 그렇게 흔들거리며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요즈음 윤희의 하루 중의 일과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언제부터 그런 알 수 없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는지는 윤희 자신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윤희는 대충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은미가 윤희네 학교로 전학해 온 뒤부터의 일이었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전학을 온 은미가 윤희와 한 반에서 지내게 된 뒤부터의 일이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을 하고 있는 윤희입니다.
은미는 지난 4월에 이곳 시골학교로 전학을 왔습니다. 은미가 새로 오던 날, 선생님은 은미를 여러 친구들 앞에서 은미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우리 반으로 전학을 온 은미는 서울에서도 공부는 물론,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아주 잘 부르는 친구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 배우고 가르쳐 주면서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요.”
선생님은 은미의 칭찬을 샘이 날 정도로 한참 늘어놓았습니다.
며칠 같이 공부를 해보니 정말 은미는 선생님이 소개한 대로 공부도 잘 했지만, 마음씨도 몹시 곱고 착했습니다. 그런 은미와 윤희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친학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공부가 끝난 뒤에도 윤희와 은미는 집에 가지 않고 매일 교실에 남곤 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잔심부름은 물론, 교실 청소와 환경 미화 등 둘은 열심히 선생님을 돕곤 하였습니다. 둘은 손발도 장단도 척척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지 힘든 줄을 모르고 재미있게 열심히 해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남을 때는 책상에 둘이 같이 앉아서 숙제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재밌게 지내곤 하였습니다. 전 같으면 윤희 혼자 남아 하던 일을 은미와 같이 하게 된 뒤부터 일이 그렇게 쉽고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은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윤희가 들려주는 미처 몰랐던 시골 이야기가 그렇게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윤희는 은미가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둘이는 날이 갈수록 더욱 친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날도 공부가 끝나자 윤희와 은미를 남겨 놓고 교실을 좀더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두 아이는 신바람이 나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선생님이 시키는 일을 모두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아주 흐뭇해진 표정으로 두 아이에게 몹시 고마운 듯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다. 정말 고맙다. 그런데 은미 너는 어떻게 그렇게 일을 잘하지? 아마 이 많은 일을 윤희 혼자 했다면 어림도 없었을 거야.”
순간, 윤희는 기분이 팍 상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은미의 얼굴만 바라보며 말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윤희를 무시하듯 은미의 얼굴만 바라보며 말하고 있는 선생님이 그렇게 서운하고 야속하며 낯설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윤희는 갑자기 무안을 당한 느낌에 그다음부터는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선생님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난 은미가 우리 반으로 전학을 오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구나. 정말 고맙단다.”
그리고 선생님이 이번에는 윤희를 향해 타이르듯 입을 열었습니다.
“윤희야, 넌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되겠다. 그렇지 않으면 은미한테 네가 하고 있는 부반장 자리를 빼앗기게 될지도 모를 일 아니니. 허허허…….“
윤희는 현재 부반장입니다. 윤희네 학교에서는 어느 반이나 남자는 반장, 그리고 여자는 부반장 역할 맡겨주곤 합니다. 투표가 아니라 공부를 가장 잘하는 순서대로 반장과 부반장을 맡기게 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윤희는 얼굴은 갑자기 붉어지면서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습니다. 선생님은 아무 생각없이 일러준 말이겠지만 윤희에게는 큰 충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리까지 내며 웃고 있는 선생님이 그렇게 미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윤희는 그다음 날부터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운동장으로 뛰어나와 그네로 달려가곤 하였습니다. 아무리 선생님이 달래며 일을 좀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고분고분하고 착하던 윤희가 하루아침에 그렇게 달라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는 별 수 없이 은미 혼자 남아서 선생님을 도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희는 선생님과 은미가 그토록 갑자기 보기 싫고 미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학교도 싫어졌습니다. 그렇다고 공부가 끝난 뒤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기도 싫었습니다. 사이좋게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도 모두 싫어졌습니다.
”윤희야, 미안하지만 나 좀 잠깐 보고 갈래?“
어느 날, 하루의 공부를 모두 끝내고 교실문을 나서고 있는 윤희를 선생님이 불렀습니다. 윤희는 아무 말없이 발길을 되돌려 선생님 앞으로 갔습니다. 선생님 얼굴을 보기조차 싫어져서 얼굴을 들지도 않았습니다.
”윤희야, 선생님이 며칠 전에 농담으로 잠깐 했던 말이 몹시 섭섭하게 들렸던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선생님이 진심으로 사과하마. 그러면 이제 된 거지?“
”…….“
그러나 영아는 아직도 몹시 서운한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까짓 농담 좀 한 걸 가지고 뭘 그러니. 제발 오해 좀 풀어다오. 그리고 오늘은 선생님이 할 일이 많으니 오늘은 좀 도와주지 않을래?”
“안 돼요. 전 오늘 집에 일찍 급히 가볼 일이 있거든요.”
윤희는 이렇게 톡 쏘듯 대꾸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집이 아닌 운동장 구석에 있는 그네로 부지런히 뛰어갔습니다.
윤희는 어느새 그네에 혼자 올라앉아 흔들거리기 시작합니다. 윤희의 그 모습이 그렇게 쓸쓸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지난날 선생님과 재미있게 지냈던 추억이 자꾸만 머리에 떠오릅니다.
미술 시간에 윤희의 손가락을 잡아주며 친절히 색칠까지 해주던 일, 모두들 윤희만큼 공부를 잘해야 된다고 여러 친구들 앞에서 칭찬을 해주던 일, 음악 시간이면 으레 윤희를 앞으로 불러내서 독창을 시키던 일, 지금 생각하면 지나간 그 모든 일들이 그렇게 눈물이 나올 정도로 그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선생님의 그런 모든 사랑을 은미한테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는 서운함에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허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여우 같은 기지배가 굴러와 가지고…….’
생각하면 상각할수록 은미가 얄밉기만 합니다. 어서 은미가 다시 다른 학교로 전학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던 윤희가 문득 교실 쪽을 바라봅니다.
지금 저 교실 안에서는 선생님과 은미 단둘이 히히호오 웃어가며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냥 그네에만 앉아 있을 수가 없었읍니다. 윤희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더니 교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교실 복도 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윤희는 발자국 소리를 죽여가면서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복도로 올라서서 교실 가까이 걸어갔습니다. 복도에 있는 신발장에는 선생의 구두와 은미의 빨간 장미 구두만이 사이좋게 놓여 있는 게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몸을 잔뜩 낮추고 교실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마침 선생님이 부탁한 그림을 다 그렸는지 은미가 그림 한 장을 번쩍 들어 보이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거 다 됐어요.”
선생님은 하던 일을 추고 은미가 그린 그림을 한동안 들여다 보더니 할짝 밝아진 얼굴로 칭찬이 자자합니다.
“히야! 정말 우리 은미가 화가가 다 된 걸. 정말 이렇게 잘 그릴 줄은 몰랐는 걸. 허허허…….”
운희는 그런 다정한 모습을 보자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무를 수가 있습니다. 살금살금 뒷걸음질로 조심스럽게 나오다 보니 구두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는 신발장이 다시 눈에 되었습니다. 그러자 신발장에 놓여 있는 은미의 구두까지 그렇게 밉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윤희는 저도 모르게 은미의 구두를 살그머니 꺼내 재빨리 가방 속에 넣고는 밖으로 뛰어나오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못된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자 가슴이 사정없이 두 방망이질을 하며 두근거립니다.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윤희는 지금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집을 향해 계속 걷고 있었습니다.
윤희는 이윽고 들판을 지나 커다란 연못가에 이르렀습니다. 연못에는 늘 물이 가득하고 깊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니 마침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후유~~ 이제야 됐다!”
윤희는 곧 가방 속에 넣어 두었던 은미의 구두를 꺼내 들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서울에서 사 신게 되었다는 빨갛고 예쁜 구두, 장미꽃 무늬가 박힌 값진 고급 구두입니다.
윤희는 은미의 구두를 들고 연못가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리고는 구두를 높이 치켜들더니 연목을 향해 힘껏 던졌습니다. 구두 두 짝은 각기 공중으로 높이 올라갔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연못을 향해 곤두박질을 쳤습니다.
“첨벙! 첨벙!”
구두가 물에 떨어지면서 잔잔했던 연못이 출렁거리며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은미의 구두를 삼켜버린 연못물은 한동안 출렁거리다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잔잔해졌습니다.
한동안 연못물을 초점 잃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윤희는 더럭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오고 두 다리도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런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자리에 눕고 말았던 것입니다.
“쿵쾅— 쿵쾅---”
얼마나 누워서 정신없이 앓고 있었을까? 윤희의 귓가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들어보니 그것은 누군가가 맨발로 허둥지둥 급히 뛰어가는 발걸음 소리였습니다. 윤희는 저도 모르게 그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 보았습니다.
“앗! 저건 은미 아니야?”
지금 허둥지둥 정신없이 맨발로 뛰거가고 있는 것은 바로 은미였습니다. 이적 막 학교 교문을 나와 벌판길을 향해 맨발로 뛰어가고 있는 것은 다른 아이가 아닌 은미였습니다. 엉엉 슬프게 흐느끼며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은미야! 왜 그래, 은미야, 어딜 가는 거야! ”
순간 윤희는 저도 모르게 은미의 뒤를 급히 쫓아가며 목청껏 은미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은미는 윤희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엉엉 울면서 벌판길을 향해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맨발로 뛰어가고 있는 은미의 발바닥에서는 이미 돌부리에 부딪쳐 찢겨졌는지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픈 줄도 모르고 넘어졌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여전히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윤희도 있는 힘을 다해 여전히 은미를 뒤쫓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윽고 은미가 연못가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은미가 연못 물속으로 뛰어들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앗! 은미야 그건 절대로 안 돼. 거기 들어가면 빠져 죽는단 말이야!”
윤희는 허둥지둥 은미에게로 달려가면서 악을 쓰며 소리쳤습니다.
“이 연못물 속에 내 구두가…….”
은미는 이렇게 대꾸하더니 엉엉 소리내어 울면서 곧 물속으로 뛰어들어가려고 하였습니다.
“안돼! 은미야! 물이 깊어서 죽는단 말이야! ”
이윽고 윤희가 달려가서 물에 빠지려는 은미의 소매를 잡으려고 했지만 은미는 그새 재빠르게 몸을 날려 물속으로 뛰어들고야 말았습니다.
“풍덩!”
“앗! 은미야! 은미야!”
그 순간, 윤희도 은미를 향해 물속으로 뛰어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은미를 향해 헤엄을 치더니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은미의 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고 은미를 끌어내려고 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둘은 점점 더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생각처럼 밖으로 나오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때 마침 웬 신사 한 사람이 연못가를 지나가고 있다가 양복으 입은 채 연못물로 뛰어들어오더니 윤희와 은미의 손을 잡아당겨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그런데 그때 다시 웬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윤희의 귀에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허어, 여전히 땀을 흘리면서 지금도 헛소리를 심하게 하고 있구나!”
자리에 누워 앓고 있던 윤희는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눈을 번쩍 떴습니다.
‘어엉?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이이지?’
윤희는 다시 한번 소스라쳐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뜻밖에도 선생님과 은미가 머리맡에 와 있었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윤희의 손을 꼭 잡은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윤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엄마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이제야 정신이 좀 드니? 선생님이 오셨다. 네가 걱정이 되셔서 선생님이 오셨다고.”
“……?!”
윤희는 아직도 뭐가 뭔지를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먹음직스럽게 생긴 과일이 가득 담긴 바구니와 케익 상자를 풀었습니다.
“윤희야, 정신이 좀 들면 이걸 좀 먹고 기운을 내보럼. 과일은 내가 사온 거고 이 케익은 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사가지고 온 거란다.”
그러자 엄마가 은미의 손을 덥석 잡고는 눈물까지 찔끔거리면서 말했습니다.
“에이구! 기특하기도 해라. 정말 고맙다. 우리 윤희가 이 다음에 그런 고마움이나 알게 될는지 워언!”
은미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이 벌겋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똘똘 말아 가지고 있던 시험지 한 장을 윤희가 보기 쉽게 얼른 펴 보였습니다.
“윤희야, 아주 기쁜 소식 하나 들려줄게. 이건 지난번에 본 네 시험지야. 그런데 백 점이란 말야, 백 점. 그러니까 어서 기운을 내서 내일부터는 또 학교엘 나와야지.”
그러자 이번에는 은미의 설명에 이어 선생님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이번에 우리 반에서 백 점을 받은 사람은 너 하나밖에 없단다. 은미는 아깝게도 구십오 점을 받았고. 어떠니? 기분이 좋지?”
“…….”
윤희는 눈을 감은 채 선생님과 은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분은 몹시 좋았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큰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은미와 선생님을 바라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런 윤희가 갑자기 엉엉 소리내어 흐느끼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
“……?”
그러자 선생님도 은미도 그리고 엄마도 무슨 영문인 줄을 몰라 눈이 커다랗게 된 채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어리둥절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윤희는 지금 어제 연못물 속으로 던져 버린 은미의 빨간 장미 구두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다정한 선생님과 같이 다시 전처럼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마음씨 곱고 착한 은미와도 다시 사이좋게 어울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건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 아닐까요? 선생님에게는 물론, 이미 은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죄를 저질렀으니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