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
“이성호!”
“……?”
첫째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출석을 확인하던 선생님이 성호를 두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자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향해 물었습니다.
“성호가 오늘도 안 온 거 아니야? 성호가 왜 결석을 했는지 혹시 아는 사람 없어요?”
“……?”
“……?”
성호가 아무 연락도 없이 이틀째나 빠진 것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들 모두는 둥그런 눈이 된 채 서로 두리번거리며 얼굴만 바라볼 뿐, 아무도 대답을 하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이번에는 정학이와 영미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습니다.
“정학이너도 모르니?”
“네.”
“그럼 영미는?”
“네. 저도요.”
선생님의 물음에 정학이나 영미도 전혀 모르른 일이라며 두 아이 모두 고개만 젓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두 아이한테 물어보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정학이와 영미는 그 누구보다도 성호와 몹시 친하게 어울리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더욱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정학이 너 성호네 집은 알고 있겠지?”
“저는 몰라요.
”영미는?“
“저도요.
정학이와 영미의 입에서는 이번에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아니, 그동안 그렇게 친하게 어울렸으면서도 아직도 성호네 집을 모른다고?”
선생님은 의외라는 듯 두 아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그러자 정학이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성호하고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 걘 좀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무어? 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선생님이 아리송해진 표정으로 두 아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다시 물었습니다.
“성호는 항상 지네 집이 굉장히 크고 멋진 주택이라고 자랑을 하고 다녔어요. 그리고 지네 아빠는 대단히 큰 회사의 사장님이어서 기사까지 두고 자가용을 굴린다고 자랑을 늘어놓곤 했거든요.”
“그래? 그런데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그런데 만날 그런 자랑만 잔뜩 늘어놓긴 했지만, 우리들을 단 한번도 지네 집 구경을 시켜준 적이 없었거든요.”
선생님은 그제야 정학이의 말뜻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을 미리 알았다면 학년 초에 가정방문을 제대로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성호가 이 학교로 새로 전학을 오게 된 것은 새로 지난 3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성호가 전학을 오자마자 그 날 성호의 전학 서류를 대강 훑어보던 선생님의 얼굴이 매우 만족한 듯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성호를 향해 활짝 웃는 얼굴로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습니다.
“히야, 너 공부를 아주 잘 하는구나!”
그것도 그럴 것이 전학 서류에 적힌 성호의 성적은 너무나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학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결석한 일이 없었으며 모든 행동 또한 모범이 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다시 성호를 바라보며 부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우리 학교, 아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선생님한테 약속해 줄 수 있지?”
“네.”
선생님의 물음에 성호는 의젓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곧 여러 아이들 앞에서 인사 소개를 시켰습니다.
성호는 정말 생각했던 대로 뛰어나게 공부를 잘했습니다. 마음씨고 착하고 모든 행동도 모범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와도 잘 어울려 놀았습니다. 그리고 성격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부잣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조금도 거만한 티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 성호여서 곧 선생님이나 반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특히 정학이와 영미하고는 서로 늘 붙어 다닐 정도로 셋이 잘 어울리며 놀았습니다.
성호는 셋이서 그렇게 늘 서로 사이좋게 어울리곤 하였기 때문에 가끔 정학이네 집이나 영미네 집에 자주 와서 같이 어울리며 놀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쩌다 친구들이 성호네 집 구경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다음 기회로 미루곤 하는 성호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시간이 날 때마다 자기 집과 식구들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늘어놓곤 하던 성호였습니다.
정학이나 영미, 그리고 친구들은 그런 성호가 몹시 부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였습니다.
출석부를 든 채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선생님이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천천히 입을 열렀습니다.
“오늘 수업이 끝나는대로 정학이와 영미는 선생님과 함께 성호네 집을 찾아가 보는 게 어떨까요?”
“…….”
정학이와 영미는 대답 대신 고개만 조금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 날 오후, 수업을 마친 선생님은 정학이와 영미를 메리고 성호네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두 아이는 은근히 기분이 들떴습니다. 드디어 오늘은 성호가 늘 입버릇처럼 자랑하던 성호네 집 구경을 하게 되었다는 기대로 마음은 벌써부터 풍선처럼 마냥 부풀었습니다.
벌써 주택가를 진이 빠지도록 몇 번이나 빙빙 돌며 찾아보다가 이번에는 시장 골목으로 들어서서 집집마다 찾아보기도 하였습니다. 대문 앞에 붙은 문패마다 들여다보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기도 한 것이 벌써 수십 번입니다. 그다음에는 시장 골목을 벗어나더니 지친 걸음걸이로 어느 개천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개천가 다리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재미있게 흙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생님이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며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너희들 혹시 성호라고 알고 있니? 6학년인데…….”
그러자 뜻밖에도 아이들 중의 하나가 얼른 아는 체를 했습니다.
“아, 성호 오빠요? 그 오빠네 집은 저기 다리 밑에 보이죠? 거기서 살아요.”
여자아이는 성호를 잘 알고 있는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세히 말해 주었습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성호네 집을 마침내 찾아낸 것입니다.
“설마 저게 성호네 집이라고?”
그러나 순간 세 사람은 곧 눈이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여자아이가 가리켜준 것은 아무리 보아도 그건 집이 아니었습니다. 차가 자주 다니는 육중한 다리를 지붕 삼아 너무 허술하기 짝이 없게 생긴 움집이었습니다. 사람이 몸을 바짝 엎드려야 드나들 수 있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움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곧 움집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움집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몇 차례 성호를 부르자 거적문이 슬며시 젖혀지더니 누군가가 얼굴만 삐죽 내밀었습니다. 성호 엄마가 틀림없었습니다.
“아니, 누구신데 우리 성호를 찾고 계신지……?”
그러자 선생님이 얼른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더니 자세히 설명을 하였습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성호 담임인데 아무 말도 없이 이틀이나 결석을 해서요.”
“에이구, 이거 어쩌지요? 이렇게 누추하기 짝이 없는 데까지 오시게 해서…….”
성호 엄마는 몹시 부끄럽다는 듯 맨발로 뛰어나와서 선생님을 반갑게 맞이하였습니다.
반쯤 열려진 거적문틈 사이로는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성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에미 애빌 잘 못 만난 죄로 그만……. 아마 이틀 저 녀석이 춥게 잤나 봅니다. 그래서 그만 감기몸살에 걸려서 그만……. 에이그 불쌍한 것 같으니라구…….”
성호 엄마는 얼른 외면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성호 엄마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고 있었습니다.
“원, 별 말씀을 다하세요.”
선생님은 그저 이렇게 얼버무리며 상호 엄마는 말 끝을 맺지 못하고 울먹입니다.
“엄마, 밖에 누가 오셨어요?”
밖에서 두런거리는 소리에 잠이 들었던 성호가 깨어나서 기운없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선생님이 얼른 알아차리고 움막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습니다.
“아, 이걸 어쩌지? 시끄러운 소리에 성호가 깨어났구나. 어서 나아서 학교에 나와야지.”
“성호야, 기운 차리고 어서 일어나렴.”
정학이와 영미도 선생님을 따라 아는 체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때 성호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용서해 주세요, 제가 그동안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정학이도, 영미도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게겠니? 난 정말 나쁜 아이였어. 흐흐흑…….”
성호는 너무나 부끄럼고 민망한 마음에 차마 말끝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마 흐느끼고 있는 성호는 지금쯤 한편으로는 후련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앞으로는 더 이상 거짓말을 안하게 된 것을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잔뜩 찌푸렸던 저녁 하늘에서는 어느새 솜처럼 부드럽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려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겨울답지 않게 몹시 푸근한 날씨였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