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들이 모여 사는 연못 마을에 또 다시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통! 통! 통! 통……!”
“톡! 톡! 톡! 톡……!”
꼬마 맹꽁이 대여섯 마리가 여느 때처럼 늪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제가끔 자신의 배를 열심히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찌나 정신없이 두드렸는지 이제 꼬마 맹꽁이들의 배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아 보였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가뜩이나 통통한 배를 아침부터 쉬지 않고 계속 자구만 두드려 댔으니 안 그럴 리가 있겠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치 찐빵처럼 커 보이던 맹꽁이들의 배는 이제 영락없이 바람을 잔뜩 불어 넣은 고무풍선만큼이나 커다랗게 되고 말았습니다.
꼬마 맹꽁이들은 그래도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두드리면 마침내 맹꽁이들의 배는 풍선이나 고무 타이어가 터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곧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져버리고 말 것만 같았습니다.
“후유--- 그렇게 자꾸만 두드려서 커지는 배는 아무 효과가 없는 거란 말이야.”
맹꽁이들 중의 하나가 몹시 지쳤음인지 문득 두드리던 손을 멈추면서 엉뚱한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 말을 꺼내게 된 것은 연못 마을의 꼬마 맹꽁이였습니다. 그 말에 다른 맹꽁이들은 모두가 배 두드리기를 멈추고 숨을 헉헉거리며 연못 마을의 맹꽁이를 바라봅니다. 두드리던 일을 멈추자 맹꽁이들의 배는 금방 바람이 빠지면서 볼품없게 찌그러들고 말았습니다.
“그럼, 어떤 배가 진짜인데?”
왕골 마을에 사는 꼬마 맹꽁이가 아직도 숨을 헉헉거리며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이 다음에 커서 부자가 될 배는 두드리지 않아도 어릴 때부터 저절로 그냥 커지는 배가 진짜라고 하셨단 말이야.”
연못 마을의 꼬마 맹꽁이는 저도 모르게 으스대며 거짓말을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그걸 니네 아빠가 어떻게 알아?”
“왜 그걸 몰라? 우리 아빠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니네들 모르지?”
사실 연못 마을 꼬마 맹꽁이의 아빠는 요즈음 굉장히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아니, 아빠만 번 것이 아니라 엄마도 아빠 못지않게 큰돈을 번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닌 게 아니라 연못 마을 꼬마 맹꽁이의 아빠나 엄마의 배는 무척 불룩하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연못 마을 꼬마 맹꽁이의 아빠 엄마가 돈을 번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빠는 땅값이 쌀 때 땅을 사두었다가 땅값이 오르면 되파는 땅 장수를 하였습니다. 엄마는 주식이나 펀드 같은 것에 장난삼아 손을 댄 것이 운이 좋아 돈이 되었던 것입니다.
연못 마을 꼬마 맹꽁이는 신바람이 나서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동무들이 그대로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말이지, 우리들 중에 누가 이다음에 진짜 부자가 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내일 아침에 여기서 다시 만나보자 이 말이야.”
“그래서 ? "
“그래서라니? 지금처럼 배를 두드리지 말고 그냥 비교해 보자는 거지.”
꼬마 맹꽁이 친구들은 그 말이 정말 맞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 아침에 과연 누구의 배가 가장 큰가를 비교해 보자는 약속을 단단히 하였습니다.
그날, 꼬마 맹꽁이들은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시내 구경을 가게 되었습니다.
“히야! 저 높은 빌딩을 좀 봐!"
”우와! 자동차도 광장히 많은걸!“
꼬마 맹꽁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입을 크게 벌린 채 감탄을 하기에 바빴습니다. 사실 도시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꼬마 맹꽁이들은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구경을 하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수렁 마을에 사는 꼬마 맹꽁이가 큰 소리로 깔깔 웃으며 소리쳤습니다.
”히야아~~ 얘들아, 저 아저씨들 배 나온 것 좀 봐. 엄마들이 아기를 밴 것처럼 뚱뚱해. 그렇지 않니? 하하하…….”
“어디?"
”어디?“
“저기 육교 위를 걸어가고 있는 아저씨도 그렇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아저씨들이 모두 다 배가 크게 나왔는걸. 하하하…….”
“이제 보니까 정말 그렇구나. 하하하…….”
“오호! 금방 아기를 낳을 것 같은 걸. 호호호…….”
꼬마 맹꽁이들은 한바탕 배꼽이 빠질 정도로 크게 소리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웃고 또 웃어서 눈물이 다 나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시내에 나와 보니 시내에 살고 있는 아저씨들의 배가 그렇게 부러울 정도로 뚱뚱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바탕 찔금찔금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어제끼던 맹꽁이들 중의 하나가 간신이 웃음을 멈추고 친구들을 향해 물었습니다.
“하하하, 우리들의 배도 크긴 하지만 저 아저씨들의 배는 어떻게 저렇게 커졌을까?”
그러나 맹꽁이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두리번거릴 뿐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연못 마을의 꼬마 맹꽁이가 잘난 체하며 나섰습니다.
“응, 그건 말이지, 돈을 많이 벌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거라니까.”
정말 연못 마을이 맹꽁이 말처럼 배가 많이 나온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값진 금테안경을 썼거나 말끔한 신사복 차림이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하나같이 돈이 많은 부자처럼 보였습니다.
연못마을의 맹꽁이가 제법 거드름을 떨며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다음에 커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없는지는 어려서부터 알아볼 수 있대.”
“그걸 어떻게 뭘 보고 알아?”
“이런 바보 같으니라구.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거니? 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내가 아까 말했잖아.”
꼬마 맹꽁이들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아무말없이 서로 상대방의 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맹꽁이들의 배는 하나같이 통통하게 배가 불러 있어서 누구의 배가 더 큰지 얼른 구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토리 키재기였습니다.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어제 친구들과 헤어진 연못마을의 맹꽁이는 이른 아침부터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무섭게 엄마를 조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엄마를 못살게 졸라대는 것은 다른 맹꽁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잉, 엄마 나 떡 좀 해줘. 이잉~~~”
“아니 얘가 갑자기 웬 떡타령을 하고 이 야단이니?”
갑자기 떡타령을 하는 바람에 엄마 맹꽁이는 짜증스러우면서도 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갑자기 떡이 먹고 싶어 죽겠단 말이야, 어서 해 달란 말이야, 이잉~~”
“떡은 네 생일 때 많이 해줄 테니 염려 마라."
"싫어. 지금 당장 해달란 말야."
”어이구, 엄만 네 등쌀에 지레 죽고 말겠다. 그래, 그래, 해줄 테니 제발 징징거리는 소리 좀 그만하렴.“
결국, 엄마 맹꽁이는 떡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떡을 하기 위해 급히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날 저녁, 연못 마을의 꼬마 맹꽁이는 엄마가 가득 담아준 밥그릇을 게눈 감추 듯 먹어치우고는 엄마와 아빠가 남긴 밥까지 채 씹기도 전에 모두 먹어치우고 말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밥상에 남아 있는 반찬까지 짜든 맵든 닥치는 대로 모두 입속에 구겨 넣고 있었습니다. 아마 며칠 굶은 거지도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연못 마을의 맹꽁이는 맹꽁이 대로 따로 생각하는 게 있었습니다. 다른 동무들보다 배개 더 크게 나오게 하려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배가 곧 터져나갈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쉬지 않고 먹고 또 먹어치우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이 갑자기 미쳤나? 이 배 좀 봐라. 이 맹꽁이 같은 녀석아. 저 죽을 걸 모르고 미련스럽게 자꾸만 퍼먹기만 하니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는 거니?“
엄마 맹꽁이가 하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음식 그릇들을 치워보았지만 꼬마 맹꽁이는 막무가내고 고집을 피우며, 결국 남은 반찬까지 싹 비우고야 말았습니다.
“헛허--, 그놈, 뱃속에 거지가 열댓 명은 들어있나 보다. 허헛, 차암 내."
아빠 맹꽁이도 어어이가 없다는 듯 연신 헛기침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꼬마 맹꽁이의 투정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으로 다시 엄마한테 졸라 떡을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리고는 떡시루를 떼어내기도 전에 미친 듯이 허겁지겁 과식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꼬마 맹꽁이는 더이상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배가 갑자기 뒤틀리듯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뱃속에서 전쟁이라도 난 듯 고통스러움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꼬르르륵, 꼬르르륵…….”
그러나 꼬마 맹꽁이는 잔뜩 부풀어올라 금방 터질 것만 같은 배를 어루만지며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억지로 웃고 있으니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다시 그 이튿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꼬마 맹꽁이들은 어제 미리 약속대로 다시 늪가로 모였습니다. 그리고는 연못 마을의 꼬마 맹꽁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려나, 다른 날 같으면 벌써 남보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꼬마 맹꽁이는 좀처럼 나타나지를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꼬마 맹꽁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때 마침 왕진 가방을 든 개구리 의사 선생님이 연못가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개구리 의사님, 안녕하세요?"
”개구리 의사 선생님 어딜 가세요? “
꼬마 맹꽁이들은 개구리 의사 선생님을 보자 반가움에 모두 공손히 인사를 하였습니다.
”오냐, 그동안 잘들 지냈니? 어이구, 그런데 오늘 너희를 배가 웬일이니? 이렇게 커졌으니 말이야. 쯧쯧쯧…….“
개구리 의사 선생님이 꼬마 맹공이들의 배를 하나하나 만져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맹꽁이들 모두가 오늘은 다른 날보다 특별히 미련스럽게 음식을 많이 먹고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맹꽁이들 중에 하나가 자랑스럽다는 듯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우리들 중에 누구 배가 제일 커 보여요? 돈을 많이 벌려면 우선 어렸을 때부터 배가 이렇게 커야 된대요.“
"아니 뭐가 어쩌구 어째? 누가 그런 무식한 말을 하든?"
”정말이래요. 연못 마을 꼬마 맹꽁이 아빠가 그러셨다던데요.“
”옛기, 이녀석들아, 그런 엉터리 같은 말을 곧이듣다니?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고 아주 큰 일이 날 수도 있단다. 지금 연못 마을의 꼬마 맹꽁이도 배탈이 심하게 나서 생명이 아주 위험하게 됐거든. 지금 난 그래서 치료를 하거 가고 있는 중이란다.“
”네에……?”
“꼬마 맹꽁이가요?”
꼬마 맹꽁이들은 금세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서로 얼굴만 번갈아 바라봅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뒤늦게 연못 마을의 꼬마 맹꽁이한데 감쪽같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암, 거짓말이고말고. 무슨 음식이든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그렇게 탈이 나게 마련이란다. 그러나 앞으로는 음식 조심들 하고 잘들 놀고 있거라. 난 연못 마을 꼬마 맹꽁이한데 급히 가봐야 되겠다.”
개구리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당부하고는 부리나케 연못 마을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다녀오세요.“
“오냐, 오냐. 잘들 놀고 있거라."
”맹꽁, 찡꼬옹…….“
맹꽁이 마을에 다시 전처럼 꼬마 맹꽁이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합창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맹꽁이 우는 소리가 그렇게 평화롭게 들려올 수가 없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