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친구의 생일 초대

by 겨울나무

아까부터 재윤이는 엄마한테 매달리며 괜한 투정을 부리고 있습니다.


“엄마, 나 심심해 죽겠단 말이야.”

“심심하기는 뭐가 심심하다는 거니? 그럼, 놀이터에 나가서 친구들하고 신나게 놀다가 오렴."


“싫어, 아이들하고 노는 거 재미가 없단 말이야.”

“그럼, 방에 들어가서 재미있는 책을 보면 되겠다. 그치?”


“그것도 싫어. 재미있는 책은 벌써 다 읽었는걸.”

"오라!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씨디로 아주 재미있는 만화를 보는 게 어떻겠니? 그게 좋겠지?”


"싫어, 만화영화도 자꾸만 봐서 이젠 시시하단 말이야“

“얘가 오늘은 아예 싫다는 대답만 하기로 작정을 했나? 말끝마다 싫어만 나오게, 그럼,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으면 나더러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니, 응?”


엄마는 마침내 참다못해 짜증 섞인 목소리로 톡 쏘고 말았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제풀로 돌아다니며 끽 소리 없이 곧잘 놀던 재윤이가 오늘은 그게 아닙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계속 엄마한테 심술만 부리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지금 재윤이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형 재성이가 같은 반 친구의 생일 초대를 받아 혼자만 갔기 때문입니다. 그 생일 초대에 같이 가지 못했기 때문에 은근히 심통이 난 것입니다.


재윤이가 다시 씨근덕거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나도 이다음에 내 친구한테 초대를 받게 되면 형은 빼놓고 나 혼자만 갈 거야, 씨이…….”


재윤이 말에 엄마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대답했습니다.


“호호호……. 그래? 그건 네 마음대로 하렴. 아마 형은 네가 초대받은 델 가자고 해도 안 갈걸."

“왜 안 가?”


"생각해 보렴. 초대도 하지 않았는데 구질구질하고 창피하게 왜 거길 따라가겠니?“

“뭐가 구질구질하고 창피해?”


“음식을 차려놓고 오라고 청하지도 않았는데 덥석 가는 것처럼 추하고 창피한 일은 없는 거란 말이야, 알겠니?”

“그렇지만 오늘 초대를 한 형의 친구네는 아주 부자라던 걸.”


"그래서?”

“그러니까 맛있는 음식도 아주 무지무지하게 많이 차려놓았을 거 아니야?"


“그래서? 그럼 넌 지금 음식이 탐이 나서 이러는 거니? 꼭 며칠 밥을 굶은 거지처럼 말이야. 쯧쯧쯧…….”


엄마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혀를 끌끌 차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재윤이는 엄마가 그러건 말건 여전히 투정만 부립니다.


“엄마, 그럼 내 생일 날은 언제지?"

”네 생일은 3월이니까 내년 봄이지 않니?“


“그럼 앞으로 몇 밤만 더 자면 되냔 말이야?"

“글쎄 네 생일이 오려면 아직 밀었어요, 이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와야 된단 말이야.”


“그런 내 생일이 되면 우리 친구들을 많이많이 초대할 테니까 맛있는 케이크랑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 줘야 돼, 알았지?”

“그래, 알았어요, 알았어. 그러니까 이제 제발 엄마 좀 그만 들볶으리구. 알았어?”


그러나 재윤이는 아직도 직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추근거리며 엄마를 못살게 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이제 재윤이의 등쌀 때문에 진땀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도 달래고 저렇게도 달래보았지만, 재윤이는 여전히 막무가내였습니다.




어제 저녁이었습니다.


형 재성이가 재윤이에게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재윤아, 나 내일 저녁에 친구한테 생일 초대 받았다."


형의 말을 들은 재윤이의 눈이 대뜸 커다랗게 되어 물었습니다.


”그래? 누구의 생일인데?“


재윤이가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형은 더욱 신바람이 나서 대꾸하였습니다.


“그게 누구냐 하면 말이야. 우리 반 친구인데 굉장히 그 집 아주 부자로 잘살고 있단 말이야.”

“그 친구 아빠가 뭘 하는데?”


“너 그 애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있잖아, 아주 무지무지하게 큰 회사의 사장님이래.”

“우와! 그런 부잣집 친구한테 초대를 받았으니까 형아는 정말 좋겠다.”


“응, 근데 나만 초대한 게 아니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로만 골라서 한 다섯 명쯤 초대했나 봐.”

“그럼 형을 초대한 친구도 공부를 잘하는 모양이지?”


"그러엄, 그걸 말이라고 하냐? 우리 반 반장인 걸.”

"그 친구네 집이 어딘데?“


“글쎄,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렇지만 내일 학교 공부가 끝나는 대로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같이 가면 된다구.”

“흥, 형아는 정말 좋겠다. 맛있는 음식이랑 케이크를 실컷 먹어볼 수 있게 됐으니까 말이야.”


“그러엄, 그뿐인 줄 아니?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아주 재미있는 오락 프로그램도 준비했단 말이야.”


재성이는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신바람이 나는 모양입니다. 재윤이가 그런 형을 몹시 부러운 눈으로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아주 좋은 생각이 난 듯 갑자기 큰소리로 물었습니다.


"형! 거기 나도 같이 따라가면 안 될까?“

“그건 안돼. 내 친구가 절대로 다른 아이는 단 한 명도 데리고 와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는걸."

“왜애?"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그 애는 보통 때에는 자기 집에 친구들이 오는 걸 몹시 싫어했단 말이야.”

“그건 또 왜? 우리 집이 그만큼 부자였다면, 나 같으면 자꾸만 집 자랑을 했을 텐데.”


“글쎄, 그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너무 부자니까 좀 거만해서 그런 거 아닐까?”


재성이가 재윤이를 데리고 가지 못하겠다는 말에 재윤이는 금세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에이, 못 됐다. 반장이라는 그 친구 아주 못된 형아 아니야?”

“왜 나빠?”


재윤이의 물음에 재성이가 약간 못마땅한 목소리로 되물었습니다.


“그렇지 뭐야. 아무리 저희집이 부자라고 해도친구들한테 거만을 떠니까 그렇지.”

“아니야. 그 친구가 정말 거만스럽게 군 적은 없었어. 마음씨도 이주 착하단 말야. 그런데 우리 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 아이들과 좀 다른 점은 있었어.”


“뭐가 다른데?”


재성이의 말에 재윤이가 몹시 궁금하다는 듯 다시 물었습니다.


“그 앤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다 좋은데 한가지 좀 이상한 것은 매일 학교에 오고 가는 길이 날마다 달랐다는 거야.”

“뭐가 어떻게 다르냐구?”


“으음, 오늘은 차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로 학교에 갔다면, 내일은 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길로 가고, 또 그다음날은 다시 다른 길로 가고 말이야."

“으응, 학교에 오가는 길을 날마다 바꾸어서 다니고 있단 말이지?”


“그래, 맞아. 그래서 우리 반 반장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반장네 집을 아는 아이는 아무도 없거든, 그래도 내일 공부가 끝나면 함께 가기로 했으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야.”

“우와! 정말 이상하다. 그 형 혹시 간첩 아니야? 친구들이 자기 집을 알까 봐 매일 길을 바꾸어서 다닌 아이가 이번에는 직접 생일 초대를 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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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간첩이라니, 너 말 조심해. 그리고 이번에 그 친구가 먼저 초대를 한 게 아니고, 마침 제 생일이 내일이라고 자랑을 하길래 초대좀 하라고 몇 명이서 떼를 썼던 거야.”

"그랬더니?”


“처음에는 안 된다고 딱 잡아 떼는 걸 자꾸만떼를 써서 간신히 승낙을 받았다니까.”

“우와! 아무리 부잣집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그럴 수가 있을까?”


“…….”


재윤이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재성이도 더 이상 아무 대꾸도 못한 채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재윤이는 여전히 직성이 풀리지를 않았습니다. 생일 초대에 형 혼자만 가게 된 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룻밤이 지나고 학교에 다녀온 뒤에도 계속 심술을 부리며 엄마를 조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니, 저 녀석이 오늘은 왜 저렇게 저기압이지?”


저녁때 회사에서 돌아온 아빠가 재윤이의 쑥 나온 입을 보자 궁금한 얼굴이 되어 재성이에게 물었습니다.


“…….”


아빠의 물음에 엄마가 웃으면서 얼른 대답했습니다.


“생일 초댄가 뭔가에 함께 가지 못해 오늘 하루종일 저렇게 심통만 부리고 있는거라우.”

"아참, 큰 녀석은 오늘 생일 초대가 있다구 그랬지? 그럼 재성이는 거기 가서 여태 안 왔단 말이지?“


“그걸 난들 알겠수? 여태 소식이 없으니까 거기 있으려니 하는 거지."

“히야, 이 녀석 아주 부잣집 친구라고 하더니 본전을 톡톡히 찾고 올 모양이군."


“그러게 말이에요. 오랜만에 아주 포식을 하는 모양인가 봐요.”

“하하하……. 아무튼 그 녀석 나를 닮아서 그런지 언제나 밑지는 장사는 안 하는 것 같아. 여보, 내 말이 틀려요?”


“그럼요. 그게 누구 아드님이신데 어련하시겠어요? 재윤이가 저렇게 고집이 세고 심술을 잘 부리는 것도 다 당신을 닮은 거고요.”

“아니, 이 사람이 왜 갑자기 재윤이의 고집과 심술까지 나한테 씌우고 이 야단이야? 재윤이 고집은 나를 닮은 게 아니라 당신을 닮은 거라구. 자고로 우리 집안에는 아직까지 재윤이처럼 고집이 센 사람은 있었기든.”


"으이구, 잘하세요, 잘해. 잘 나가다가 왜 그러세요? 못된 건 언제나 처가 쪽으로 내몬다니까.“


엄마가 금방 뽀로통해진 표정으로 아빠한테 눈을 흘기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마침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듯 아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저것 좀 보라니까. 그까짓 농담 좀 한 걸 가지고 금방 저렇게 안색이 달라지니 내가 그런 소리 안 하게 됐어? 흐흐흐…….”

“에이구, 기분 나쁘게 웃긴 왜 웃어요? 능글맞은 건 구렁이는 저리 가라니까.”


그때 마침 재성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온 재성이는 어떻게 된 일인지 어깨가 축 늘어진 채 우거지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식구들은 하나같이 모두 눈이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먼저 재성이에게 물었습니다.


“너 생일 집에서 이제 오는 거니?”

“…….”


이번에는 아빠가 다시 물었습니다.


"너 친구들하고 싸운 모양이구나?“

“…….”


몇 번이고 물어봐도 잔뜩 찡그린 낯으로 고개만 숙이고 대답이 없자, 엄마가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다시 물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될 게 아니니? 말을……!”


그제야 재성이는 고개를 들고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치이, 그 자식, 아주 부자라고 자랑하더니 순 거짓말이었나 봐.”


그러자 엄마의 눈이 더욱 둥그렇게 되어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다시 물었습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니? 어디 차근차근히 자세히 말을 해야 알지.”


그러자 한동안 꾹 다물고 있던 재성이의 입이 봇물이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식, 오늘 공부가 끝나자, 나랑 같이 초대한 친구들을 이끌고 일단 교문 밖으로 나갔단 말이야.”

“그래서?”


“그리고는 지네 집으로 데리고 간다더니, 우리들을 데리고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면서, 아마 한 시간 가량은 길바닥을 헤맸을 거야.”

“그래서?”


“그러다가 어느 골목에서 우연히 웬 아줌마를 만나게 되었어, 머리에 무얼 잔뜩 이고 다니는 걸 보니까 아마 무슨 물건을 팔러 다니는 장사꾼인 것 같았어.”

“그래서?”


“그런데 글쎄 그 아줌마가 우리 반 반장 아이를 보더니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네가 왜 집에 안 가고 여기 와서 헤매고 있느냐고 하면서 반색을 하며 다가오는 게 아니겠어?”

“오오라! 그러니까 그 아줌마가 바로 너희 반 반장 아이의 엄마였던 모양이지? 그래서?”


"아마 그랬나봐, 우리 반 반장은 그 아줌마를 보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리들을 그 자리에 남겨둔 채 쏜살같이 어디론가 노망쳤단 말이야.“

“오, 그럼 그 애 엄마는 어떡하고?”


“친구의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친구가 도망친 골목으로 부리나케 쫓아가는 거까지 보고는 거기서 그만이지 뭐.”

“그랬구나. 그럼 왜 이렇게 늦게 돌아온 거니?”


“혹시 그 친구네 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여태까지 골목을 헤매다가 이렇게 늦은 거라구.”


재성이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이렇게 대답하고는 여전히 씨근덕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던 아빠와 엄마는 더이상 뭐라고 묻지를 못하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심통이 잔뜩 났던 재윤이도 그제야 싱그레 웃는 펴정이 되어 형에게 말했습니다.


“형아! 그러게 생일 초대하는데 나를 빼놓고 혼자 가면 그렇게 된단 말이야. 낄낄낄…….”

"아니, 이게 함부로 누구한테 까불어.“


재성이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면서 동생을 노려보며 씨근덕거립니다.


그러자, 엄마가 찡그린 얼굴로 재윤이를 나무랐습니다.


“년 지금 가뜩이나 화가 난 형에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엄마가 나무라는 바람에 재윤이가 얼른 형에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형! 미안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형만 혼자만 실컷 얻어먹고 오는 줄 알았거든. 히히히…….”




조금 뒤, 저녁 밥상이 나왔습니다.


형은 몹시 배가 고팠든지 밥상을 보자 군소리 없이 허겁지겁 퍼먹고 있었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그런 재성이의 모습을 보자,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고 있었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오늘 재성이가 겪은 일을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지 몰라 가슴이 점점 답답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해를 시켜주어야 할지 몰라 두 아이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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