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우리 선생님은 괴짜야!!

by 겨울나무

승연이네 반은 학기 중간에 갑자기 선생님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먼저 가르치던 선생님이 큰 병이 나서 학교를 그만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먼저 승연이를 가르치던 선생님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습니다. 얼굴도 우락부락하게 무섭게 생겼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어찌나 우렁차고 큰지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얼굴 생김새나 목소리만 무서운 게 아니라 성격도 몹시 달랐습니다. 첫째 시간에 들어와서 소개하는 말부터가 달라도 너무나 달랐습니다.


“선생님 이름은 ‘진도기' 라고 합니다. 여러분, 진돗개 알고 있죠? 아마 그 개 이름을 떠올리면 선생님 이름을 기억하기가 아주 쉬울 것입니다.”


선생님이 이름을 소개하자, 아이들은 갑자기 배꼽을 잡고 까르르 웃음바다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으하하, 진돗개래.”

“으하하, 하필이면 왜 이름이 진돗개냐?"


"호호호, 진돗개처럼 무섭게 생기지 않았니?""

“내가 보기엔 사자나 호랑이보다 더 무섭게 생겼는걸. 얘 호호호……”


아이들이 제멋대로 지껄이고 떠드는 동안에도 선생님의 인사말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교과서를 열심히 배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교과서로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거기까지 말씀하시고는 갑자기 반장을 찾았습니다.


“우리 반에 반장이 누구지? 어디 반장은 일어서 봐!”

반장인 민경이가 눈이 둥그렇게 되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어섰습니다.


“반장이 여자로구나! 반장은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지?”


민경이가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대답하였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장차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훌륭한 사람이 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대답이 너무 마음에 든다. 과연 반장감이로구나. 그런데, 지금 현재로선 여러분들이 아무리 공부를 잘 한다고 해도 나라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죠? 그러니까 지금 현재는 어떤 사람이 가장 훌륭한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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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가 승연이가 다시 일어나서 대답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그대로 실천할 줄을 아는 어린이라고 생각합니다.”


승연이의 대답에 선생님은 매우 흡족한 얼굴이 되어 다시 설명을 계속하였습니다.


“정말 잘 대답했어요. 선생님은 시험에 백 점을 받고 말썽만 부리는 어린이보다는 차라리 빵 점을 받기는 했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착하며 행동할 줄 아는 어린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선생님의 인사 말은 꽤나 길게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곧 수업으로 들어갔습니다.


첫째 시간은 마침 도덕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우락부락하게 생긴 생김새나, 목소리에 비해 의외로 공부를 아주 자상하게 잘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처음부터 긴장하고 겁을 먹었던과는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그럭저럭 한 시간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쉬는 시간이 돌아오자, 아이들은 여느 때처럼 선생님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도 복도에서 마음대로 뛰며 신바람이 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승연이만 빼놓고는 대부분 교실 바닥 여기저기에 모여 앉아 시끄럽게 떠들며 이런 저런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그런 아이들의 행동만 유심히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둘째 시간을 알리는 시작 종이 울리고 아이들 모두가 자리에 똑바로 앉았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전 시간과는 달리 아주 무서워진 표정으로 무섭게 소리쳤습니다.


“승연이만 자리에 남아 있고 모두들 이 앞으로 빨리 나왓!”


아이들은 무슨 영문인 줄을 모르고 모두 눈이 둥그렇게 되어 겁먹은 얼굴로 우르르 몰려 나왔습니다.

"너희들 아까 도덕 시간에 복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


아이들은 그제야 선생님이 앞으로 나오라고 한 이유를 알아차리고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이번에는 더 우렁찬 목소리로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나, 왜 대답이 없어!”


아이들은 그 바람에 너무나 놀란 나머지 간이 콩알만 해지고 오줌까지 질금질금 쌀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 반장인 민경이가 어디 대답 좀 해 봐!”


우물쭈물하고 있던 민경이가 모기소리만한 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복도에서는 다른 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뒤꿈치를 들고 손을 허리에 댄 다음 왼쪽으로 조용조용히 걸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맞았어. 그럼 또 교실에서는 어떻게 해야 된다고 그랬지?”


“교실은 어디까지나 공부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는 공부할 사람만 남고 놀이나 장난을 할 사람은 밖으로 나가서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런데 배운 대로 실천을 하지 않고 반장인 너까지 질서를 지키지 않고 교실에서 공기놀이를 하다니 그게 어디 말이나 되겠니?“


민경인 마치 큰 죄나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앞에 나온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수첩에 적더니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는 것보다는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여기 나온 사람들은 앞으로 아무리 도덕 시험을 잘 보아도 점수를 좀 깎아야 되겠어요. 불만이 있는 사람 있나?”

“……”


선생님의 물음에 감히 불만을 말하는 이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날 모든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 갈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기 전에 아이들 몰래 복도에다가 휴지 몇 장을 뿌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선생님이 말하였습니다.


“오늘은 승연이 한 명만 남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그러자 오늘 청소 당번인 민경이가 물었습니다.


“그럼, 오늘 청소 당번은 어떻게 해요?”


선생님이 대답하였습니다.


“난 앞으로 계속해서 그날그날의 수업 태도가 바르지 못하거나 학교 규칙이나, 선생님과의 약속을 어긴 어린이들은 절대로 청소를 시키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승연이만 남아서 선생님과 같이 청소를 하면 돼요. 알겠어요?”


아이들은 또다시 눈이 휘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다른 선생님들 같으면 숙제를 안 해왔거나 학교에서 심하게 다툰 아이들, 그리고 말썽을 많이 부린 아이들을 남겨 벌로 청소를 시키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는 반장의 구령에 따라 선생님과의 인사가 끝나고 분단 별로 교실을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어어? 이상하다. 아니, 복도에 웬 휴지들이 이렇게 많이 떨어져 있지?”


그러나, 아이들은 복도에 떨어진 휴지들을 보고도 이렇게 저마다 지껄이기만 하면서 그냥 스쳐 지나갈 뿐, 휴지를 줍는 아이는 아무도 있었습니다.

"아니, 어째서 휴지를 줍는 녀석들이 저렇게 없담!“

선생님은 멀리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마침내 제일 마지막으로 나가고 있던 민경이가 휴지를 줍는 모습을 선생님이 발견하고는 반가운 낯으로 민경이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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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빨리 교실로 되돌아 와!”


민경이가 휴지를 든 채 급히 교실로 되돌아왔습니다.

선생님은 매우 흐뭇한 얼굴이 되어 민경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역시 민경이는 우리 반의 반장감이야. 다른 아이들은 휴지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는데 민경이만 휴지를 주웠거든. 배운 대로 실천하는 게 바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알겠니? 자, 그럼 이제부터 선생님과 같이 재미있게 슬슬 청소를 시작해 볼까? 하하하…….”


선생님의 칭찬에 지금까지 뾰로통했던 민경이의 표정이 금세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선생님과 승연이, 그리고 민경이는 열심히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런지 여러 명이 함께 어울려 청소를 할 때보다 기분도 좋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청소도 말끔하게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세 사람이 한창 쳥소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집으로 돌아가던 선희가 되돌아와서 마치 애원이라도 하듯 선생님을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저도 같이 청소를 도와주면 안 될까요?”

"아니 선희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저는 승연이와 이웃집에 살기 때문에 승연이와 늘 같이 다니거든요.”


그러나, 선생님은 냉정하게 한마디로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그건 안돼. 너도 청소를 같이 하고 싶으면 내일부터 승연이나 민경이처럼 착한 일을 좀 해 보렴.”

선희는 그만 머쓱해진 얼굴로 한동안 서성이다가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청소를 하던 민경이가 선생님 몰래 승연이의 귀에 대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속삭였습니다.


“낄낄낄……. 우리 선생님은 정말 괴짜다. 그치 승연아?”


승연이도 마주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래, 착한 일을 하는 아이만 골라서 청소를 시키는 괴짜 선생님은 나도 처음이야. 호호호…….”


그렿게 몇 달이 지나자 승연이네 반 아이들은 누구나 청소 당번으로 뽑히기를 원했고, 그리고 청소 당번으로 뽑힌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승연이네 반 아이들 모두가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기 위해 노력하는 착하고 예의 바른 어린이들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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