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무더운 날씨는 마치 떡시루를 앉혀 놓은 듯 무덥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바람 한 오라기 없는 무더위여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저절로 온몸에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후우유~~, 덥기도 해라. 그런데 도대체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한다?”
선생님은 더위를 참다못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선생님의 짜증은 더위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까부터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만 보아도 금세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학교, 어느 아이들이든지 늘 시끄럽게 떠들고 소란을 피우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선생님이 맡은 반 아이들은 유난히 더 그랬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보다보다 처음입니다.
그냥 제자리에 앉아서 시끄럽게 떠들고 소란만 피운다면 그런대로 넘길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선생님 반 아이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공부시간에도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떠들고 난장판을 벌이는 몇몇 아이가 있어 그게 바로 골칫거리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골칫덩어리는 바로 길남이였습니다. 그래서 길남이의 별명은 이미 청개구리로 통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지 않고 모든 행동이 제멋대로여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제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마을에서도 '길남이‘ 또는 ‘청개구리'라고 하면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길남이의 이름이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막론하고 길남이 앞에서는 감히 '청개구리'란 별명을 부르지 못합니다. 그랬다가는 길남이한테 당장 혼이 나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길남이에게 한때는 그래도 바른 사람을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로 무던히 애를 써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뿐,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날이 갈수록 길남이와 같은 행동을 따라서 하는 녀석들이 자꾸만 늘어가는 바람에 선생님도 이제는 두 손을 들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떠들고 소란을 피우며 못된 장난을 하는 것쯤은 그런대로 넘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쉬는 시간은커녕 공부시간에도 그 모양이니 도무지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이 그게 가장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도 길남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하루의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들어와 막 자리를 잡고 앉으력 할 때였습니다. 부반장 소영이, 그리고 은주가 얼굴이 벌겋게 된 채 식식거리며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
“아니,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않았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게로구나?”
선생님은 금방 눈이 둥그랗게 되어 두 아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물었습니다. 두 아이는 여전히 성이 바짝 난 얼굴로 부러운 듯 좀처럼 입을 열지 않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니?”
선생님이 다그쳐 문자 소영이가 마지못해 작은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저 내일부터는 학교에 나오지 않을래요.”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겠다니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지?”
선생님의 눈이 더욱 커지면서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은주가 몹시 난처한 얼굴이 되어 작은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기, 길남이가 소영이와 저한테 아, 아이스케키를 했어요.”
"길남이가 너희들이 먹고 있는 아이스케키를 빼앗아 먹었다구?"
선생님이 이렇게 되묻자 두 아이는 울다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거리면서 다시 자세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게 아니교요. 집에 가는데 길남이가 갑자기 뒤에서 달려오더니 우리들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구요."
“뭐어? 길남이가 너희들의 치마를?”
그리고 보니 소영이와 은주는 시원스런 치마차림이었습니다. 선생님이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그럼 그 녀석이 치마를 걷어 올리고는 또 어떻게 했니?”
"우리들이 너무 부끄러위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자 그냥 어디론가 뺑소니를 치고 말았어요."
"그러니까 너희들 말은 치마를 걷어 올리는 게 아이스케키란 말이지?”
"네. 요즈음 쉬는 시간이면 그런 장난을 하는 남자아이들이 너무 많거든요.“
“저런 나쁜 놈들을 봤나! 그래 알았다. 선생님이 내일부터는 절대로 그런 짓을 못하도록 단단히 혼을 내줄 테니 오늘은 그냥 돌아가렴.”
선생님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소영이와 은주를 간신히 달래서 돌려보낸 뒤에도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다음 날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자리에 아이들을 조용히 앉혀 놓은 다음, 우선 길남이를 앞으로 나오게 하였습니다. 그다음에는 지금까지 그런 짓궂은 장난을 단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는 아이들을 모두 앞으로 나오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대여섯 명의 개구쟁이들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슬금슬금 앞으로 나왔습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겁먹은 모습처럼…….
선생님은 앞으로 나온 아이들에게 모두 무릎을 꿇고 앉으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여러 아이들을 항해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하며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길남이는 우리 반에 아주 예쁘게 생긴 아이들만 골라서 아이스케키를 했어요. 여러분은 선생님이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아이스케키가 뭔지 잘 알고 있죠?”
“예, 잘 알아요!”
아이들은 킥킥거리고 웃으면서도 일제히 크게 대답했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런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이 우리 반에 이렇게 많다는 것을 듣고, 선생님은 아주 깜짝 놀라기도 하고 실망을 했어요. 우리는 친구끼리 항상 돕고 아끼며 사랑할 줄 알아야 해요.
그런데 친구들을 사랑하기는커녕 그런 나쁜 짓을 한다면 그게 말이나 되겠어요? 이번만은 처음이니까 그냥 용서해 주지만, 다음에 또 그런 못된 짓을 하는 녀석이 나타나기만 하면 그때는 정말 용서하지 않겠어요. 알았죠?”
“예!”
반 아이들은 여전히 킥킥거리면서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길남이와 대여섯 명의 개구쟁이들도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싹싹 빌며 반성을 하는 바람에 선생님은 한 번 속는 셈치고 그날은 그냥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로 며칠 동안은 커다란 말썽이 없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여간 기분이 좋고 만족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가지 않아서 오늘 또다시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일을 저지른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역시 보나마나 청개구리 길남이었습니다.
오늘 1교시 수업이 끝나고 2교시가 막 시작되었을 때였습니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자, 여자아이 몇 명이 책상 앞에 엎드린 채 울음을 터뜨리며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미영이와 은주, 그리고 서너 명의 아이들이 몹시 분하고 억울하다는 듯 큰 소리로 훌쩍이며 울고 있었습니다.
“아니, 왜들 이러고 있니? 무슨 일이 있었니?"
선생님이 둥그런 눈이 되어 아이들을 둘러 보며 대뜸 묻게 돠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길남이를 향해 흘금흘금 눈치만 살피며 누구 하나 얼른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오늘따라 웬일인지 여유 있게 싱글벙글 웃고 있는 길남이를 향해 물었습니다.
“길남이 친구들이 왜 그러는지 너는 잘 알고 있지?”
“예.”
길남이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선생님의 물음에 길남이는 거침없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뻔뻔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쉬는 시간에 여자 아이들한테 사랑을 했거든요.”
“뭐라구? 사랑을 하다니, 어떻게?”
"한번씩 꼭 껴안아 주었더니 저렇게 울고 불며 야단들을 치고 있는 거예요.“
길남이의 거침없는 대답에 선생님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길남이가 다시 선생님을 빤히 바라보며 되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저만 쳐다보세요? 제가 뭘 잘못했어요?”
“그럼 넌 그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럼요. 며칠 전에 제가 여자 아이들한테 아이스케키를 했을 때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친구들끼리는 서로 돕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구요. 제가 뭐 틀렸어요?”
“그래서 여자 아이들을 사랑해 주려고 한번씩 껴안아 주었단 말이지?”
“그럼요. 텔레비전 연속극에 보니까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뽀뽀도 하던걸요.”
“하하하…….”
"호호호…….“
길남이의 거침없는 대답에 반 아이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가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그럼 이왕이면 너도 뽀뽀도 하지 그랬니?"
“그렇지 않아도 꼭 껴안고 뽀뽀를 하려고 했더니 여자아이들이 모두 싫다고 발버둥을 치면서 울던걸요. 히히히…….“
길남이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히히덕거리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책상 위에 엎드려 울고 있던 여자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
선생님은 그만 말문이 막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한지 몰라 난처한 표정을 지은 채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길남이가 다시 선생님을 향해 큰소리로 물었습니다.
"선생님! 아이들은 서로 사랑을 하면 안 되나요?"
길남이의 엉뚱한 질문에 선생님은 애써 엄한 표정으로 지으며 다시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요. 그건 길남이 말이 맞아요. 어른들은 서로 사랑을 할 때 껴안기도 하고 뽀뽀를 해도 괜찮지만, 여러분들은 아직 어리니까 그린 것을 흉내 내면 절대로 안 되는 거예요. 여러분은 그저 마음으로 사랑을 하면 되는 거예요. 알겠죠?”
“예.”
아이들이 한꺼번에 크게 대답하자, 길남이가 다시 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선생님, 그럼 마음으로 사랑을 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그건 친구를 말로 사랑한다면 그냥 사이좋게 논다든지, 청소하는 일을 도와준다든지, 아니면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준다는지 뭐 그린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또 그런 짓을 하는 걸 보면 선생님은 그냥 두지 않겠어요. 알았죠?”
“에이, 무슨 사랑이 그렇게 시시해요?”
선생님은 이런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다시 주의를 주고는 곧 수업으로 들어갔습니다.
선생님은 수업을 하면서도 종일 길남이의 일로 신경이 거슬렸습니다. 이대로 그냥 두었다가는 결국 무슨 일이 벌어지고야 말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허어, 이 녀석을 과연 어떻게 해야 바로잡아주지?'
그럭저럭 하루의 수업을 무사히 끝낸 선생님은 아이들을 집으로 모두 돌려보낸 뒤에도 길남이 문제로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웠습니다.
길남이는 말 그대로 청개구리임에 틀림없습니다. 공부시간에만 떠들고 돌아다니며 소란을 피우기만 한다면 그나마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떠들고 돌아다니지 않을 때는 으레 책에 엎드린 채 코를 골며 자는 것이 학교 생활의 전부였습니다.
그런 길남이었기에 선생님은 아예 책상에 엎드려 조용히 잠이나 자고 있으라고 말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 공부에 방해나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길남이는 조용히 잠이나 자고 있으라고 하면 그 말조차도 듣지 않고 그때마다 열심히 공부를 하겠다고 선생님 앞에서 굳게 약속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 뿐이고 공부도 안 하고 말썽만 부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학교의 모든 생활이 제멋대로인 길남이에게 선생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날그날을 그저 무사하게 넘기는 것만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학급에 말썽꾸러기 하나가 있다는 이렇게 힘이 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던 선생님입니다.
“똑! 똑! 똑!”
선생님이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한창 길남이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교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깜짝 놀란 선생님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대답하자, 교실 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미영이와 은주가 아까와는 달리 활짝 갠 밝은 얼굴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어? 너희들이 웬일이니? 집에 벌써 돌아간 줄로 알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렇게 묻자 미영이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오늘 집에 가는 길에요."
“응. 그래.”
“길남이가요."
“길남이가? 그래서?”
“저희들한테 사과를 했어요."
“그래? 길남이가 사과를 해?”
선생님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궁금한 표정이 되어 급히 다그쳐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은주가 대신 대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길남이가요. 지금까지 저희들한테 잘못한 일을 모두 사과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로 귀찮게 굴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그, 그게 정말이니?”
“네, 그리고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증거로 아이스크림까지 한 개씩 사주던걸요.”
“이번에는 너희들한테 아이스케키를 하지 않고 정말로 아이스크림을 사줬단 말이지?"
“네, 오늘 길남이가 꼭 껴안아 울었던 아이들을 모두 오라고 하더니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었어요.”
“그래? 그 녀석이 웬일이지?”
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영이가 손에 들고 있던 쪽지를 내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고요. 이렇게 사과한다는 반성문도 써서 주던걸요.”
“그래? 이게 정말 길이가 써서 준 반성문이란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선생님은 미영이가 내민 쪽지를 받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반가움에 선생님의 입이 더욱더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허어, 이 녀석 좀 봐라. 이런 편지를 다 쓸 줄 알고, 그나저나 이 약속이 또 얼마나 가려는지? 어쨌든 그 녀석이 귀여운 개구쟁이, 아니 귀여운 청개구리였군.”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는 선생님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매우 흐뭇하고도 만족한 미소가 번져나가고 있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