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어느 시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지독하게 가난한 사람들만이 많이 살던 시절이었는데 게다가 더욱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아버지가 그렇게 가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식을 주렁주렁 많이 낳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그마치 아들이 열 명이나 되었습니다.
자식들은 아직 출가도 하기도 전인 그만그만한 아들 다섯 명이 같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다섯 명은 가난한 생활이 너무 지겨워 집을 나갔거나 병을 앓다가 모두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하지만 식구는 그만큼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가난하게 살아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직 재산이라고 있는 것은 손바닥만 한 밭 한 뙈기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일곱 식구가 그 땅뙈기 하나만을 의지하고 살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집 식구들은 어쩔 수 없이 작은 밭뙈기나마 부지런히 일구며 살아갈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남의 집에 가서 품팔이를 하며 겨우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것이 생활 수단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살림살이는 엉망이요, 끼니조차 변변히 잇지 못하게 되자, 자식들의 불만은 더욱 쌓여만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들들은 틈만 있으면 아버지 앞에서 잔뜩 찡그린 낯으로 말도 되지 않는 불평을 늘어놓곤 하였습니다.
“아버진 그래, 평생 뭘 하고 사셨어요? 농사를 지을 땅뙈기 하나 변변히 상만해 놓지 도 못하구.”
“…….“
“정말 힘은 힘대로 들고 배가 고파 못 살겠어요. 그런데 어쩌자구 자식들만 이렇게 많이 낳으셨느냐고요?”
“…….“
“저도 이젠 빌어먹는 한이 있더라도 집을 나가야 되겠어요.”
“…….“
눈만 뜨고 나면 자식들의 불평은 한도 끝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식들한테 자주 그런 불평 소리를 듣고 있는 아버지는 그저 말문이 막힐 뿐 입이 열이라도 아무 대꾸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자식을 많이 낳은 죄로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평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곧 미어질 것처럼 아프기도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불평들을 들어가면서 오랫동안 잘 참아왔습니다. 그러나 자식들의 그런 불평을 더 이상 참고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밤낮을 궁리한 끝에 어느 날, 아들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애비가 죄가 많구나. 이제는 나도 너희들을 더 이상 대하기조차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에 마음만 아프구나. 그 모두가 애비를 잘 못둔 탓이니 그걸 어쩌겠니?”
“…….“
아버지는 하던 말을 일단 잠깐 쉬었다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그걸 이제 와서 탓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니.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대문 밖을 나갔다가 들어올 때는 무슨 물건이든지 하나씩 들고 들어오는 습관을 길러보도록 하여라. 그것만이 우리 가정의 가난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라.“
아버지의 목소리는 비록 힘은 없었지만 제법 위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을 들은 아들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입을 삐죽거리며 아버지를 비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맏아들이 가장 먼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무슨 물건이든지 들고 들어오라면 사람의 똥이나 개똥을 가지고 와도 된다는 말씀이세요?”
맏아들이 이렇게 어깃장을 놓듯 묻는 말에 아버지는 금방 반색을 하는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아암, 되고말고, 그럼 너는 오늘부터 열심히 개똥이나 쇠똥 사람의 똥 등 똥이란 똥은 모두 모으도록 해렴.“
아버지의 대답에 이번에는 둘째가 다시 끼어들며 엉뚱하게 물었습니다.
"그럼 길바닥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널빤지나 막대기들을 모아도 되나요?“
그러자 아버지는 이번에도 무릎을 치며 좋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래, 되구말구. 넌 막대기들뿐만이 아니라 나무로 된 물건들은 모조리 모으도록 해보렴.“
아버지의 대답에 아들들은 너무나 이이가 없어 킥킥거리며 서로 얼굴만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아들들은 그날부터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따르기로 모두가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중에 결과는 어찌 됐든 꼴이나 보자는 똑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다음날부터 맏아들은 마당 가에 굉장히 큰 구덩이를 하나 파 놓더니, 그 구덩이 속에 쇠똥, 발동, 개똥, 닭똥, 사람의 똥 등, 가리지 않고 똥이란 똥은 보는 대로 부지런히 주워모았습니다.
둘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울타리 밖 널직한 곳에 나무토막이나 막대기를 열심히 주워들이며 쌓아놓기 시작했습니다.
셋째는 마을 주위에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풀이란 풀은 모조리 베어다 쌓았습니다.
넷째는 돌멩이들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작건 크건 돌멩이들은 모조리 주워다가 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막내는 쇠붙이들을 모으기로 하였습니다. 철사나 쇠붙이 그리고 녹이 슬었거나 찌그러진 쇠붙이들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덧 몇 해가 흘렀습니다.
이제 집 주변에는 엄청나고도 어마어마하게 큰 여러 가지 물건들이 마치 산더미처럼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 소문은 곧 온 나라 안에 떠들썩하게 퍼졌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후에는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돈은 얼마든지 쳐줄 터이니 그 물건들을 팔라고 성화를 부리며 졸라대기 시작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똥들은 어마어마하게 큰 농장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거름으로 쓰겠다고 하면서 며칠 동안 트럭으로 날랐습니다.
막대기나 나무토막은 모두 그릇을 만드는 공장에서 땔감으로 쓰겠다며 엄청난 돈을 주고 실어갔습니다.
돌멩이는 집을 짓는 건축 기술자들한테, 그리고 쇠붙이들은 쇠를 만드는 주물공장이나 제철 공장으로 팔렸습니다.
다섯 아들은 불과 몇 해 만에 아버지 덕분에 모두 벼락부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진작에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고생만 한 것을 후회하며 누구 못지 않게 부모님을 공경하고 효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아들들을 보자 아버지가 다시 흐뭇한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고생들 많았다. 그러기에 세상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느니라. 누구나 열심히 노력만 하면 비록 하찮은 물건이라 해도 모두가 돈으로 변하게 마련이거든. 허허허…….“
아버지는 이제야 그동안 쌓였던 걱정거리가 모두 해결됐다는 듯 오랜만에 활짝 밝아진 얼굴로 껄껄 소리내여 웃고 있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