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미녀 선발 대회

by 겨울나무

어느 나라에 얼굴이 몹시 아름답고 예쁘게 생긴 멋쟁이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이 아가씨가 많은 사람들에게 멋쟁이란 말을 듣게 된 것은 그의 얼굴 생김새나 몸매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얼굴 생김새나 몸매도 아름다웠지만, 그보다는 매일 화려하며 고급스럽고 값진 옷만 골라 갈아입고 다니고 있어서 그의 소문은 나라 안에 널리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아가씨가 옷을 갈아입고 다니며 멋을 부리는 모습은 웬만한 아가씨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꽃피는 봄이면 진달래꽃과 개나리꽃의 빛깔을 꼭 닮은 곱고도 고급스러운 옷을 즐겨 입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고 시원스럽게 생긴 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하얀 눈송이보다도 더 새하얗고도 고운 털로 만든 코트를 즐겨 입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랄 일은 아가씨의 옷이 철에 따라 바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다른 옷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아가씨가 한 번 입었던 옷을 두 번 다시 입고 다니는 것을 본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가씨는 그렇게 매일처럼 멋진 옷을 갈아입고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번화한 거리만 골라 보란 듯이 도도한 걸음걸이로 걸어 다니곤 하였습니다.

그러자 아가씨의 낯을 익힌 사람들은 길에서 우연히 아가씨를 볼 때마다 너도나도 침을 흘리며 한마디씩 중얼거리곤 하였습니다.


“히야! 정말 멋지다!”

“1년 내내 저렇게 날마다 다른 옷으로 바꿔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아마 옷이 몇백 벌도 훨씬 넘을 거야. 안 그래?"


“아암, 그보다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걸. 아마 천벌도 넘을걸.”

“아무튼 저렇게 멋 부리기를 좋아하는 아가씨는 이 세상에 다시 또 없을걸. 저렇게 멋만 부리고 다니고 다닐 수 있다니 팔자가 늘어졌지 뭐야.”


아가씨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점점 더 거만스럽게 보란 듯이 한껏 폼을 내며 걸어가곤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듯 도도하고도 거만스러운 표정을 짓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였습니다.


나라에서 마침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미녀를 뽑는 미인 선발 대회를 크게 열기로 했다는 소문으로 나라 안이 떠들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미녀로 뽑힌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상금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상금이 얼마나 많은지 가만히 앉아서 평생,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나라에서 뒷받침까지 해 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이 되어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미녀를 뽑아서 어디에 쓰겠다구 그렇게 엄청난 상금을 주겠다는 거지? 없는 사람들에게 세금 받아서 그런 일이나 하고 참 한심한 짓이야.”


“아마, 이번에 미녀로 뽑힌 아가씨는 앞으로 있을 세계 미녀 선발 대회에 내보낼 모양이야. 거기서 다시 미녀로 뽑히게 되면 또다시 엄청나게 많은 상금을 받게 돈다던데 그렇게 되면 나라로서도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겠나?”


“그럼, 이번엔 보나마나 그 아가씨가 뽑히겠군.”

“그 아가씨라니? 그게 누군데?"


“누군 누구야? 매일 다른 옷을 갈아입고 다니며 한껏 뽐내고 다니던 그 멋쟁이 아가씨 말이지.”

“맞아, 그 아가씨가 나오게 되면 틀림없이 뽑힐 거야. 아무튼, 누가 뽑힐지는 모르지만 팔자 한 번 늘어지겠는걸.”


“아암, 기왕에 태어날 바에는 그 아가씨처럼 예쁘게 태어날 일이라니까.”


그렇게 떠들썩하면서 여러 날을 보내던 어느 날, 마침내 미녀 선발대회 날이 다가왔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웅장하면서도 으리으리하게 꾸며 놓은 대강당에는 이미 전국에서 뽑혀 온 수십 명의 미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미녀들은 제각기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한껏 뽐내며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미소는 보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금방이라도 녹여버릴 듯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아가씨들 중에는 미리 짐작했던 대로 옷을 자주 갈아입고 다니던 멋쟁이 아가씨도 끼어있었습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꽃보다 어여쁘고 선녀보다 아름다운 모습들이이어서 보는 사람들의 눈을 황홀하게 하였습니다.

잠시 뒤, 마침내 미녀를 뽑는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잔잔하고 감미롭게 강당 안에 울려퍼지면서 아가씨들이 순서에 따라 한 명씩 심사위원들의 앞을 멋드러지게 걷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아가씨들이 대회장으로 그 아름다은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날 때마다 관중들은 정신을 잃은 사람들처럼 입을 헤 벌린 채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우렁찬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심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느닷없이 이상한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조금 전부터 구경꾼들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동냥을 하는 남루한 차림의 젊은이 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다가 거지 청년이 이번에는 갑자기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미녀들의 앞을 가로막고 머리를 굽신거리며 동냥질을 하게 되었습니다.

“에구머니나! 사람 살려요!”

“경비원! 이 거지를 당장 내쫓아버리지 못하고 뭐하는 거예옷!”


갑자기 너무나 추하고 지저분한 차림의 거지 청년이 다가오자 미녀들은 그만 기겁을 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명을 지르면서 무대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옷을 자주 갈아입던 멋쟁이 아가씨와 또 다른 몇 명의 아가씨들은 그대로 무대에 버티고 선 채, 거지 청년을 향해 그 예쁘게 생긴 입으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제멋대로 퍼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지 청년은 조금도 겁을 내지 않고 여전히 구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가씨, 제발 한 푼만 보태주십시오.”


거지는 여전히 때가 묻은 더러운 손을 벌리면서 미녀들 앞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서며 끈질기게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그때였습니다. 마침내 후보로 나온 아가씨 중의 하나가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거지 청년의 따귀를 보기 좋게 후려갈겼습니다.


그 아가씨는 다름 아닌 옷을 자주 갈아입던 바로 멋쟁이 아가씨였습니다. 그렇게 아름답고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그처럼 표독스러운 욕과 행동을 하게 되리라는 것은 그 누구도 짐작조차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아니, 이 거지 새끼가 미쳤나? 내가 누군 줄 알고 함부로 누구한테 행패를 부리고 있는 거야?”


결국,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를 뽑기 위한 미인 선발대회는 젊은 거지에 의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토록 무대가 난장판이 되고 있어도 누구 하나 그 거지를 내쫓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말리는 척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지 청년이 아가씨한테 얻어맞은 뺨을 손으로 문지르면서 민망해 하고 있을 바로 그때였습니다. 사회를 보던 사람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자, 그만! 오늘의 시험은 이 정도로 마치기로 하고 내년에 다시 뽑도록 하시오! 오늘 모인 아가씨들은 얼굴이나 몸매는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이 저마다 아름다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음씨만은 그 아름다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소.”

스피커를 통해 굵고 점잖은 목소리가 강당 안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미녀 선발대회 광경을 멀리서 지켜 보고 있던 이 나라 임금의 목소리였습니다.


“마땅한 신부감을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어디 워언…….”


임금님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매우 불만스러우면서도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아참, 그리고 조금 전에 거지 차림으로 동냥을 하던 그 청년은 바로 이 나라에 단 한 명밖에 없는 귀한 왕자님이었던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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