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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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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Oct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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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아야아, 노올자아~~~!”
언제
왔는지 대문 밖에서는 벌써 웅아를 불러대는 복순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지금 한창 웅아에게 점심밥을 챙겨 먹이고 있던 웅아의 엄마가 조금 짜증섞인 표정이 되어 밖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으이그, 저 녀석이 벌써 점심이나 먹고 와서 저 야단인지 모르겠구나. 그래, 알았다! 우리 웅아 지금 밥 먹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다오, 응?"
복순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웅아도 덩달아 생기가 나서 덩달아 밖에 대고 소리 지릅니다.
“복순아! 나 금방 밥 먹고 나갈 게 잠깐만 기다려! 알았지?”
웅아는 소리를 지르기가 무섭게 밥을 허겁지겁 먹어 대기 시작합니다.
“얘, 웅아야, 천천히 먹어. 복순이가 당장 어디로 도망이라도 간다든? 만날 보는 복순인데 뭐가 그리 급해서 이 야단이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니까 아무 걱정 말고 어서 밥이나 잔뜩 먹고 나가란 말이야.”
웅아의 행동이 허둥지둥 급해지자, 엄마는 다시 걱정스러운 얼굴이 됩니다. 복순이와 어울려 노는 게 급해 복순이가 부를 때마다 번번이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뛰어나가곤 하던 웅아였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웅아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 나 벌써 배불러. 그러니까 그만 먹고 복순이네 집에 가서 놀다가 올게, 응?”
웅아는 입에 잔뜩 욱여넣은 밥을 채 삼키기도 전에 벌떡 일어서며 이렇게 말하고는 엄마의 대답을 들을 사이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웅아야! 겨우 요걸 먹고 어떻게 저녁때까지 견디려고 그러니? 우리 웅아야, 착하지. 어서 한 숟갈만이라도 더 먹고 나가서 놀란 말이야, 응?”
엄마는 방문을 열고 웅아를 향해 소리쳤지만 웅아는 아무 대꾸도 없이 이미 밖으로 나가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이만저만 속이 상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웅아와 복순이는 별로 멀지 않은 이웃에 살면서 서로 매우 다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나이도 똑같아서 내년에는 둘 다 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웅아네 마을에 복순이 말고도 웅아 또래들은 꽤 여러 명이나 됩니다. 그런데 웅아는 늘 다른 아이들보다는 복순이하고만 잘 어울려 놉니다
.
복순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 다른 친구들하고도 몇 번 어울려 놀아본 적은 있지만 웅아처럼 마음에 드는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둘이는 잠만 자고나면 만나고 밥을 먹기가 무섭게 서로 모여 재미있게 노는 친구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한창 재미있게 소꿉놀이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동안 웅아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복순이가 몹시 수줍은 듯 빨개진 얼굴로 입을 열었습니다.
“야, 웅아야. 이건 비밀이니까 절대로 누구한테 말하면 안 된다? 알았지?”
“비밀? 그게 뭔데?”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이 다음에 내가 이만큼 크면 너한테 시집 보내 준댔다. 어떠니? 너도 내가 좋으니?”
복순이는
이렇게 말해 놓고는 매우 부끄럽고 수줍은 듯 생글생글 웃으며 웅아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
뜻밖의 복순이의 이야기를 들은 웅아는 어떻게 대답해 주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입을 열었습니다.
“니네 엄마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
"으음, 그렇다니까. 내가 왜 거짓말을 하니?”
복순인 여전히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갛게 된 채,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웅아가 조금 안심이 된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하고 너의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생각이 똑같으니?”
“……?”
웅아의 대답소리를 들은 복순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다시 웅아의 입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자 웅아도 수줍은 듯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글쎄, 우리 엄마 아빠도 말이지. 내가 크면 꼭 너하고 결혼 시켜주고 싶다고 그랬어.“
웅아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몹시 겸연쩍은 얼굴이 되고 말았습니다. 복순이의 얼굴도 더욱 빨갛게 물이 든 채 수줍은 표정이 되더니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호호호……. 우습다."
“으하하하……. 나두.”
둘은 마주 서서 한바탕 소리내어 마음껏 웃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실컷 웃고 나자 눈물이 두 눈에서는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조금 뒤 웃음을 그친 웅아가 복순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우리 이다음에 결혼하면 그때는 소꿉놀이 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치?"
“아니야. 결혼하고 난 뒤에도 소꿉놀이 하면 되잖아.”
복순이가 조금 서운한 듯 이렇게 대답하자 웅아가 답답하다는 듯이 설명을 하였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진짜로 밥도 해 먹고 실림도 할 텐데 무슨 소꿉놀이를 또 하니, 안 그래?"
"아, 그렇구나. 호호호…….”
“하하하…….”
둘이는 다시 한바탕 배를 잡으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웅아와 그리고 복순이네 엄마 아빠는
웅아와 복순이가 매일 사이좋게 한데 어울려 다정하게 노는 게 여간 대견스럽고 흐뭇한 게 아니었습니다
.
다른 아이들 같으면 가끔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는데 웅아와 복순이는 여간해서는 그런 일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둘이 너무 어울려 놀기에 바빠 제때에 밥을 안 먹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웅아를 불러내서 결국 집으로 돌아온 복순이는 집에 오기가 무섭게 할아버지한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계속 조르고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를 벌써 두 가지나 해주었는데 더 해달라고 계속 성화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옛날이야기 한 가지만 더 해 주세요, 네?"
“아, 이 녀석들아. 옛날이야기가 어디서 샘이 나오는 줄 아니? 이제 바닥이 났는데도 또 하란 말이야? 그렇게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면 이다음에 커서 가난하게 산다던걸.”
할아버지는 이제는 진이 빠졌는지 자꾸만 딴전을 부립니다. 그러나 복순이와 웅아는 여전히 할아버지를 못살게 떼를 씁니다.
“할아버지, 난 이다음에 커서 가난하게 살아도 괜찮으니까 어서 옛날이야기나 해 주셔요. 어서요.”
"나도 복순이랑 똑같은 생각이에요. 빨리 한 가지만 더해 주셔요.“
복순이와 웅아의 성화에 할아버지는 결국 지고 말았습니다.
"그래, 그래, 알았다. 한 가지만 더해 주마, 어쭈, 그런데 이녀석들 언제부터 이렇게 배짱까지 똑같아졌지? 옳구나! 이다음에 크면 서로 결혼을 시켜준다니까 벌써부터 마음도 닮아가는 모양이지? 허허허…….”
할아버지는 웅아와 복순이가 대견스러운 듯 웅아와 복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천천히 옛날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웅아와 복순이는 다시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밖에서는 빌써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바닥에 나란히 턱을 괴고 엎드린 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웅아와 복순이의 눈망울은 점점 더 초롱초롱한 별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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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의 브런치입니다. *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 *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선정 심사. 1종교과서 집필 * 지은책 : 창작동화집 '생각하는 떡갈나무' 외 20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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