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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Nov 04. 2020

요지경 속 같은 세상

[사람의들의 체질이나 취향은 하나 같이 각양각색이더라!]

난 더위를 몹시 탄다. 더위를 타도 너무 탄다. 아니 너무 고통스러워 못 견딜 지경이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잠시도 바깥출입을 하기가 어렵다.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바깥에만 나갔다 하면 금세 얼굴과 목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땀이 문제가 아니라 속옷까지 모두 흠뻑 젖어버리는 바람에 이만저만 난감한 게 아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바깥 출입을 할 때마다 손수건 두 장과 부채는 필수품이 되고 말았다. 


손수건 두 장도 잠시 뒤에는 얼굴과 목에 흘러내린 땀을 닦다가 흠뻑 젖어버리곤 하여 손으로 짜면 손수건에서 땀방울이 뚝뚝 흘러내릴 정도이다.      


병원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그리고 다한증에 좋다는 약을 아무리 많이 먹어 보기도 했지만, 그 모두가 내겐 아무런 효능이 없었다. 그래서 좀 춥기는 하지만 나는 언제나 땀이 잘 나지 않는 겨울을 좋아하고 있다. 땀을 닦는 일일만 없어도 좋은 겨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다 여름철에 돌아다닐 일이 생겨 돌아다니다 보면 다른 사람들을 눈여겨 자주 바라보곤 한다.  나처럼 부채나 손수건을 소지하고 다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으로 덥다고는 하지만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그럴 때마다 가끔 자 자신을 원망해 보기도 한다. 


난 어찌하여 처음부터 어디 가서 돈을 주고도 수리할 수도 없는 이런 불량품으로 태어났을까! 


부끄럽지만 나의 치부를 더 드러낸다면 이 밖에도 신체적으로 보통 다른 사람들과 비하여 더 많은 아픔, 그리고 결함들을 지닌 채 오늘도 힘겨운 나날을 버티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난 한여름에 손수건을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무더운 여름철임에도 불구하고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유유히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난 넥타이를 매고 다닌다는 것은 천만금을 주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더워서 견디기도 어렵지만, 내가 만일 넥타이를 맸다 하면 단 5분도 못 가서 와이셔츠 카라까지 흠뻑 젖어버리는 추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상상만 해도 지저분하고 추한 꼴불견이란 말인가.     

 

그러기에 난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쓸데없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만일 나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여름철에 넥타이만 매고 다녀주기만 한다면 한 달에 천만 원 이상의 월급을 준다고 해도 난 바로 한마디로 거절하고 말겠다고…….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을 준대도 죽는 한이 있어도 못하겠노라고…….       


그러던 어느 해 여름이었다. 그날따라 급히 볼 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지하철은 에어컨을 켜놓긴 했지만, 나에겐 여전히 덥기만 하였다. 난 자라에 앉자마자 연신 부채질을 열심히 해대고 있었다. 내 옆자리에는 나보다는 나이가 한창 적어 보이는 어떤 남자가 한 사람 앉아 있었다.     

  

나는 이처럼 더운 날이기에 옆에 앉은 사람도 더울 것이라고 내 맘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딴에는 이럴 때 좋은 일 좀 해보자는 생각에서 바람이 그 사람에게까지 가도록 힘을 주어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부채질을 열심히 해주어서 당연히 고맙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 사람이 마침내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며 나에게 성질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 나는 지금 추워 죽겠는데 나한테 바람이 오게 부채질을 하고 있느냐고. 그만 좀 하라고……. 그러니까 너나 부채질을 하라고…….”     


난 그만 심한 무안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몹시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를 하긴 했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추우면 좋은 말로 그만하라고 할 일이지 그렇게까지 화를 내며 짜증은…….      


난 그제야 새삼 깨닫게 느끼게 되었다. 


상대방의 사정이나 형편도 모르고 상대방을 돕겠다고 함부로 나설 일이 결코 아니로구나.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얇팍한 생각으로 남에게 베풀고 싶다는 도움이나 배려는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는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거듭 말하지만, 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꿈 생각은 결코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성격이나 체질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며 천태만상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정신적인 심리에 대한 전문적인 깊은 학식이 없기에 그 복잡한 원인에 대해서는 간단히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쉽게 생각해 보면 각자 개인마다 살아온 오랜 경험이나 환경, 개인적인 체질, 취미와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굳이 더 예를 들어본다면 다음과 같은 경우들도 그와 같다고 볼 수 있겠다.      


♣ 똑같은 약이라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 되지만, 체질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똑같은 영화를 관람하고 있으면서도 누군가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졸면서 연신 하품을 해대지만, 누군가는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 두고두고 야단법석을 떨기도 한다.      


♣ 연속 드라마에 미쳐서 드라마를 방영하는 그 시간만 되면 만사 젖혀 버리고 TV 앞에 앉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드라마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다며 스포츠 프로를 보겠다고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도 있다.   

   

♣ 실제로 2002 월드컵 경기 때 온 국민이 모두 미쳐서 소리치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을 때에도 축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왼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던 사람도 있었다.         

  

♣ 독서를 너무 좋아하여 밤낮으로 책을 읽으며 책을 끼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지만, 책이란 말만 들어도 졸립다며 책 겉장조차 보기 싫다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 아무리 잘 나가는 인기 베스트셀러라 해도 누군가는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 떠들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그와는 반대로 누군가는 너무 재미가 없고 싫증이 난다며 조금 읽다가 책을 덮어버리거나 아예 책장을 열어보지도 않는 사람도 있다.       


♣ 어떤 사람들은 어쩌다 남들이 모두 소망하던 뜻밖의 좋은 기회가 오면, 제 발로 굴러들어온 복이라며 기뻐서 야단법석을 떨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필이면 내게 왜 이런 골칫거리가 찾아왔느냐며 크게 실망한 나머지 긴 한숨을 지으며 걱정을 하기도 한다.       


♣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다 못해 미쳐서 킴핑카까지 구입해 가지고 평생 여행을 다니고 있지만, 그까짓 거 가보면 거기가 거기인데 귀찮게 뭐하러 쏘다니냐고 방구석에서만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 평양감사 자리도 하기 싫다고 뿌리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양감사 밑에서 심부름을 하는 하인 자리라도 하나 잡아보려고 안달복달을 하며 아첨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 생선 회만 보면 먹고 싶어서 환장을 하며 먹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회라면 으레 도리질을 하며 십 리 밖으로 도망치는 사람도 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쇠고기를 맛있다며 선호하고 있지만,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류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 사람들도 있다.      


♣ 어떤 사람은 여름철을 몹시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여름철이 가장 견디기 힘들기 어렵다며 겨울철이 돌아오기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 무더운 여름철에 어떤 사람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이는 한 시도 살수 없다고 껴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고 싫은 것이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라며 질색을 하며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 어떤 사람들은 징과 꽹과리를 치면서 시끄럽게 춤을 추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소리만 들어도 시끄럽고 지겹다며 조용한 곳으로 멀리 달아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지칭하며 너무나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또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의 단점을 들추어내며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머리를 흔드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아마 사람들은 아마 서로 코드가 맞아떨어져야만 따라서 짝짝꿍도 맞게 마련인 것 같다.      


♣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너무 즐거워서 춤을 추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보름달을 보고 슬그머니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사람도 있다.       


♣ 웃기는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재미있다고 배꼽을 잡고 깔깔거리며 더해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까짓 이야기가 뭐가 우습냐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비웃으며 그런 이야기는 이제 집어치우라고 초를 치는 사람도 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부터 쨍 해가 비치면서 화창한 날씨에는 ‘아, 상쾌한 아침’이라고 기분이 맑아지는 좋은 아침이라고들 하지만, 그런 날씨에는 오만상을 찡그리고 싫어하며 오히려 잔뜩 흐린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가 오는 날을 가장 싫어하고 눈이 오는 날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글 쓰는 일이 그저 좋아서 만날 책상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답답하고 궁상맞게 왜 책상 머리에 붙어 앉아서 그 모양이냐고 낯을 찡그리며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만날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쓴다고 거기서 떡도 돈도 나오지 않는 일이니 부득이 할 일이 없으면 차라리 가까운 산에나 올라가서 바람이나 쐬다 오든지 그것도 아니면, 돈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내가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것이라고 하여 다른 사람들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진정으로 상대방의 마음이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벗이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에 조화롭게 당초부터 음양오행설이 나오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게 아마 소통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이 서로 상통하는가 싶으면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니맘이 바로 내맘이란 말이야!"  


이심전심. 그렇다. 나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과 뜻이 통하여 그런 말이 나오는 사람,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말이 저절로 나오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지금까지 영양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나 혼자만의 넋두리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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