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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Nov 18. 2020

어려운 관문 통과하기

[며느릿감 지원 시험 보기]

♣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일하라, 지치지 말고. 그동안에 어느 누구도 일할 수 없는 죽음이 온다.  <J.W. 괴에테/서동시집>     

♣ 청년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딱 세 마디. 일하라. 더욱 일하라. 끝까지 일하라.    <O.E. 비스마르크/ 연설집>     
♣ 절약 없이는 그 누구도 부자가 될 수 없으며, 절약하는 자 치고 가난한 자는 없다.     < S 존슨>     
♣ 강물도 쓰다 보면 준다.(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여 헤프게 쓰다 보면 바닥이 드러난다.    <한국 속담>)                






옛날에 재산과 권세도 제법 있는 집안의 3대 독자 아들이 하나 있었다.      


어머니는 집 안이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오직 며느리의 됨됨이에 달렸다는 생각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다.    

  

아들이 성장하여 어느새 장가를 보낼 때가 되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미리부터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험에 통과하는 처녀라야 며느리로 맞아들이겠다고 단단히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그 시험이라는 것이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까다로웠다.      


어머니는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이미 작은 집을 한 채를 지어 놓았다. 그리고 이 집으로 시집을 오겠다는 처녀가 오면 할멈 한 명과 같이 그 집에 들어가서 쌀 한 말과 보리쌀 한 말을 가지고 한 달을 지낼 수 있어야 며느릿감으로 합격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소문을 듣자 각지에서 여러 처녀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달랑 쌀 한 말과 보리쌀 한 말을 가지고 두 말로 한 달을 버티고 견딘다는 것은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도중에 모두 도망치듯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머리가 좀 좋은 처녀 한 명은 두 말의 곡식을 서른 개로 나눈 다음, 하루에 하나씩 아무리 아끼고 절약하며 견뎌보려고 했으나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배가 고파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달아나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마침내 그 뒤로는 이 집의 며느리로 오겠다고 나서는 처녀가 더 올 리가  없었다.     

 

이 소문을 듣게 된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의 고집 때문에 아까운 젊은이 하나가 그냥 늙어버리게 되었다고 걱정을 하며 수군거리며 흉을 보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침내 오랜만에 다시 처녀 한 명이 용감하게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쌀 한 말과 보리쌀 한 말을 받더니 하인 할멈과 함께 작은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작은 집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하인 할멈이 늘 하던 대로 처녀에게 묻게 되었다.      


“저녁밥을 어떻게 지을까요?”     


그러자 처녀가 서슴없이 대답했다.      


"밥은 아주 넉넉히 많이 지어요. 나는 워낙에 양이 크기 때문에 밥을 조금 먹고는 견디지를 못하거든요.“     


할멈이 저녁을 짓고 있는 동안 처녀는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보더니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나는 단 하루를 산다 해도 이렇게 지저분한 꼴을 보고는 못 살아요.“     


처녀는 곧 팔을 걷어붙이더니 물을 길어다 방이 반들반들할 정도로 깨끗이 걸레질도 하고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말끔히 정리정돈까지 해놓았다.       


조금 뒤, 할멈이 저녁상을 들고 들어가자 처녀는 수북히 담은 밥 한 그릇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할멈에게 다시 말했다.      


”할멈, 이 밥상을 다 치운 다음에는 조금도 아끼지 말고 아궁이에 군불을 잔뜩 지펴놓아요. 난 추운 방에서는 잠시도 살 수 없거든요.“     


”네, 알았어요.“     


할멈은 어찌된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처녀가 시키는 대로 다 해 놓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처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러자, 처녀는 화롯가에 앉아 따뜻하게 불을 쬐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할멈! 우리가 이렇게 군불을 많이 때고 밥도 많이 먹어치우다가는 한 달은커녕 단 며칠도 견디지 못하고 식량이나 땔감이 바닥이 나고 말겠지?“     


"아암, 그렇고말고요. 그런 걸 알면서 어떻게……?”     


“그건 나도 알아. 그렇지만 사람이 굶고 어떻게 살 수가 있나. 그러니까 많이 먹은 만큼 부지런히 벌어야지, 그러니까 할멈, 어떻게 일감을 좀 구할 수 없을까?”     


“일감이라니요?”     

“바느질감은 물론이고 빨래, 물레질, 길쌈……등, 무슨 일이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면 뭐든지 괜찮단 말이야.“     


"글쎄요. 그럼 어디 좀 나가서 알아볼까요?“     


할멈은 그 길로 밖으로 나가더니 닥치는 대로 일감을 맡아 오게 되었다. 그리고 처녀는 방에 꼼짝없이 앉아 열심히 일을 했다.      


처녀는 몸도 건강하고 솜씨도 좋아 아무리 어렵고 힘든 급한 일이라도 약속 날짜를 어기는 일이 없이 척척 해내고 있었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나고 보니 살림도 잘해서 방이나 마루뿐 아니라 솥뚜껑까지 반질반질 윤이 나면 딴 집이 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곡식 자루에는 식량이 남아 돌아갔으며, 부엌에는 땔감이 그득하게 쌓이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간의 시험을 마치고 처녀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 보니, 이미 사주단자가 집에 도착해 있었다.     


                              <부지런하고 검소하면 부를 낳는다  -충청남도 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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