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물고기들의 속삭임

by 겨울나무

제법 큰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이 음식점 안 중앙에는 멋지고 큼직하게 생긴 대형 어항이 있었습니다.


어항 속에는 희한하게 생긴 갖가지 큼직한 열대어와 금붕어들이 한가롭게 헤엄을 치며 노닐고 있어서 음식점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었습니다.


“히야! 저 고기들 헤엄치며 노는 것 좀 보게나. 난 이 음식점 요리도 좋지만 여기 올 때마다 무엇보다도 이 어항이 탐이 난단 말이야.”


“아암, 그렇고말고. 어디서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물고기들을 구해다가 기르게 되었지? 하나같이 난생처음 보는 고기들뿐이거든.”


이 음식점에 단골로 다니는 손님은 물론이고, 처음 오는 손님들도 일단 어항을 보고 그냥 돌아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마치 자석에 끌린 듯 자신도 모르게 어항 앞으로 가까이 몰려오곤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희한하게 생긴 물고기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너무나 신기해서 입을 쩍 벌리며 감탄을 하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 식사를 끝낸 어느 중년 신사 하나가 이쑤시개로 연신 이를 쑤시며 부러운 눈빛으로 중얼거렸습니다.

“허어, 이런 고기들은 수족관에 가서도 볼 수 없는 귀한 고기들이란 말이야. 나도 사람으로 태어나지 말고 이런 물고기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누가 아니라나, 만날 먹고 살겠다고 이렇게 아등바등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테고 말이야.”


중년 신사의 말에 그 옆에 서서 물고기를 구경하고 있던 손님들도 덩달아 한 마디씩 중얼거렸습니다.


“글쎄 말이야. 아마 먹고살기 위해 이렇게 죽도록 고생을 하는 건 우리 인간들밖에 없을 거야. 어이구, 이놈의 지겨운 고생을 언제나 면하게 되려는지, 원.”

물고기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는 소리를 한두 번 들어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음식점으로 처음 오게 되었을 때부터 계속 귀가 아플 정도로 돌어온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어항 속 물고기들은 늘 그런 소리를 듣다 보니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참다 못한 검은 눈 금붕어가 까만 눈을 꿈벅거리며 사자머리 금붕어를 향해 소곤거렸습니다.



어느 날, 사람들의 불평을 듣다못한 검은 툭 눈이 금붕어가 한마디 지껄이게 되었습니다.

"얘, 사람들은 참 이상하지 않니? 사람들마다 저렇게 살기 힘들다고 하니 그런 세상을 살아가려면 무엇하러 이 세상에 태어났느냐 이 말이야. 안 그러니?“


그러자 사자머리 금붕어가 아름답고도 긴 빨간 지느러미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글쎄, 너무 살아가기가 고생스러우니까 그런 거 아닐까? 정말 먹고 살아가기 위해 날마다 일하기가 무척 힘이 드니까 그러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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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다른 물고기들도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사람들은 어쩌면 저렇게도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 그것도 하루에 세 끼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말이야.”


“누가 아니래. 우리들처럼 하루에 한두 번 조금씩 먹으면 견딜 수가 없나 봐.”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물고기들은 왠지 사람들 모두가 가엾고 불쌍하게 여겨졌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먹을 양식이 떨어져서 살 수 없고, 또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어서 고생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몹시 불쌍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물고기들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떤 사람은 배가 너무 고팠는지 음식을 주문해 놓고도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재촉을 하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막 먹으려고 숟갈을 잡았다가도 갑자기 어디서 온 전화를 받고는 주문해 놓은 밥을 먹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급히 달려나가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무슨 일이 그리 급한지 펄펄 끓는 뜨거운 음식을 급히 먹어치우려고 쩔쩔 매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음식점에 들어온 지 채 3분이나 4분만에 후딱 먹고 뛰쳐나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먹기조차 힘든 음식을 하루에 세 끼는 꼬박꼬박 먹어야만 긴딜 수 있는 모양입니다.


그건 즐겁게 살아가는 게 아니라 전쟁이나 다름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람들은 정말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런 걸 생각하던 우리들은 참 행복한 거야. 그치?"


그러자 이번에는 금붕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디스카스라는 열대어가 가자미처럼 넓적하게 생긴 몸을 흔들면서 끼어들었습니다.


"그래 맞아,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들은 정말 행복한 거야.“


“아무렴, 일을 하지 않는다고 누가 뭐라고 히길 하나, 그렇다고 먹을 것이 없나, 매일 이렇게 물속에서 평생 즐겁게 헤엄만 치고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말이야.”


“그래, 두 말하면 군소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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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들은 새삼 자신들의 처지가 여간 팔자가 늘어지고 행복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 되어 또다시 신나게 헤엄을 치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다른 물고기들이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는 이야기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이 많은 금붕어가 혀를 차며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허허, 가만히 얘길 들어보니 너희들은 철이 들려면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구나, 사람들이 불쌍하고 가엾어 보인다 이 말이지?“


금붕어의 엉뚱한 말에 물고기들은 모두가 나이가 많은 금붕어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습니다.

“뭐라고요? 우리들이 모르긴 뭘 몰라요. 사람들은 매일 비지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일들을 하고 있지만 달리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맞아요.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한다고 우리들처럼 몸이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거나 하다못해 몸의 색깔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자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이 많은 금붕어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들은 평생을 이 물속에서 한가롭게 놀면서 음식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게 아니란다.”

“그게 아니라니요?”


“사람들은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일을 하는 가운데 그 속에서 저마다 보람을 찾고 있는 거란다. 알아듣겠니?”


물고기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입을 삐죽거리며 저마다 한마디씩 지껄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치이, 알아듣긴 뭘 알아들어요? 그리고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사는 게 무슨 보람이냐구요?”


“흥, 맞아요. 그렇게 미련스럽게 죽도록 고생만 하면서 살아간다면 난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사람으로 태어니지는 않을 게예요.”


그러자 나이 많은 금붕어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들은 고작 겉모습이나 아름다운 색깔로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고 있지만, 사람들은 겉모습은 별로 변함이 없는 것 같아도 속으로 커 가고 있는 거야. 우리들보다 몇십 배, 아니 몇백 배 더 이름답고 멋지며 보람있게 말이란다.”


“………?”


물고기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모두가 어리둥절해서 아무 대꾸도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나이 많은 금붕어가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내 말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말이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고생을 하면서 얻게 되는 재미, 아마 그건 내가 아무리 길게 설명을 해도 너희들은 알아듣기 어려울 거야. 생각해 보면 전혀 앞날이 보이지 않는 우리들이 오히려 불쌍한 거란다.”


“………?”


나이 많은 금붕어는 이렇게 말하고는 일단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물고기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이 많은 금붕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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