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있는 거요? 도대체 당신 지금 정신이 있는 거요, 없는 거요?“
안방에서는 몹시 화가 난 아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이는 숙제를 하다 말고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엄마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습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다고 걸핏하면 나한테만 타박이유, 타박이? 다른 집 아빠나 엄마들은 나보다 더하면 더하다고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이들이 그런 위험한 뜀틀 운동을 해도 그냥 두고 보고만 있으란 말이에요?”
“어이구, 이렇게 답답하기는. 그러나 당신처럼 아이들한테 위험한 일이나 어려운 일을 모두 피하기만 한다면 장차 커서 무슨 일을 해낼 수 있겠소. 당신 말대로라면 그런 일들이 그렇게 겁을 내고 못하게 한다면 무엇 때문에 학교는 보내고 있는 거요? 아예 방구석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게 모셔 놓고 키울 일이지.”
윤석이는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이유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 엄마가 학교 선생님한테 전화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윤석이의 일 때문에 가끔 이렇게 다투곤 하였습니다.
오늘 넷째 시간에는 윤석이네 반에 체육 시간이 들어있는 날이었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윤석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뜀틀 운동을 배우는 날이었습니다.
바로 오늘 아침에 엄마가 가방을 챙겨주며 윤석이에게 말했습니다.
“윤석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넌 오늘 체육 시간은 빠지란 말이야. 정 네가 말씀드리기 어려우면 엄마가 이따가 선생님한테 전화할게, 알겠지?"
“엄마! 오늘은 그냥 해 보면 안 돼? 이제 손은 거의 다 나았단 말이야."
“안 돼요! 뜀틀을 넘다가 이번에 다시 다치는 날에는 더 큰 일이 벌어진다니까.”
“…….”
윤석이는 더 이상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뒤에서는 대문 밖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고 있는 엄마가 윤석이가 골목길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결국 세 시간 수업이 끝나고 넷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신바림이 나서 소리소리 지르며 운동상으로 쏟아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야! 신난다. 체육이다! "
“오늘도 재미있고 신나는 뜀틀 운동이란 말이야."
종이 울리자 하얀 체육복에 하얀 모자, 그리고 하얀 운동화를 신은 선생님이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보였습니다.
“자, 오늘도 뜀틀 운동을 배울 차례인데 몸이 아픈 사람은 이 앞으로 나오세요!”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어서 뜀틀 운동을 시작하자고 조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아픈 사람이 아무도 없나?”
“…….”
"그럼 오늘은 윤석이만 남아 있으렴. 오늘도 지난번처럼 잘못하다가 손을 또 삐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조금 전에 엄마한테서도 전화가 왔거든. 그게 좋겠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윤석이는 슬그머니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신바람이 나서 뜀틀을 넘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늘 그랬습니다. 학교에서 혹시 조금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을 시켰다가는 가만히 있는 엄마가 아니었습니다. 숙제를 제대로 안 해서 선생님한테 꾸중을 듣거나 어쩌다 친구들한테 얻어맞아도 가만히 있는 엄마가 아니었습니다.
당상 화가 나서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거나 그 길로 쪼르르 학교로 달려가서 따지곤 하는 엄마였습니다.
학교에서 청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높은 곳의 유리창 청소나 지저분하다고 생각되는 화장실 청소를 시켜도 안 됩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서라도 바꿔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엄마였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딱 한 가지 있었습니다. 시험을 보았을 때마다 반드시 배 점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그린 엄마의 지나친 보살핌으로 인해 윤석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늘 곱게 자랐습니다. 그러기에 어쩌다 친구들과 싸움이 벌어지면 단 한번이라도 대들기는커녕, 매만 실컷 얻어맞고 울면서 들어오는 약한 윤석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또, 윤석이가 해야 할 모든 일마다 엄마가 대신 해주기 때문에 윤석이는 어쩌면 제 옷조차 스스로 입을 줄 모르는 아이가 되고 만 것입니다.
지금 윤석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책을 읽거나 열심히 공부를 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안방에서는 여전히 엄마와 아빠의 다투는 목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내 얘기는 더 이상 아이를 우물 안 개구리로 키우지 말자 이거요. 이대로 나가다가는 우리 윤석이는 결국 허수아비 같은 바보가 되기 쉽다 이 말이오”
“뭐라고요? 그 애가 어디가 어때서 그런 심한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보다 더 큰 바보가 또 어디 있겠소? 더구나 사내 녀석을 그렇게 키우니 장차 군대에는 어떻게 나갈 것이며 가령,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런 아이가 어떻게 싸울 수 있단 말이요?”
“그건 그때 일이지 지금부터 벌써 군대 타령을 하고 이 야단이세요?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윤석이는 눈을 깜박거리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난 엄마 때문에 장차 씩씩하고 용감한 국군이 되기는 다 틀린 것 같아.”
윤석이의 희망은 장차 우리나라를 지키는 씩씩한 국군이었던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