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호박꽃

by 겨울나무

한여름입니다.


아담하고 멋진 어느 주택의 정원입니다.


주택 정원 꽃밭에는 지금 한창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저마다의 자태와 향기를 뽐내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샐비어, 과꽃, 맨드라미, 채송화, 나팔꽃, 작약, 분꽃……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꽃들이 주인의 사랑과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아가며 무럭무럭 자라가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꽃밭에 모여 자라고 있는 꽃들 모두가 온종일 예쁘게 화장을 하고 멋을 내는 일에 정신이 팔려있었습니다. 한껏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멋을 부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한창 화장을 하고 있던 꽃들 중의 하나가 깜짝 놀란 얼굴로 갑자시 소리쳤습니다.


“어머! 저게 무슨 꽃이지? 저렇게 높은 담을 넘어서 이쪽으로 슬금슬금 소리 없이 넘어오고 있잖아?”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꽃들이 화장하던 손을 멈추고 일제히 담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틈에 올라왔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호박 덩굴이었습니다.

울타리 밖에서 무럭무럭 자란 호박 덩굴이 크게 자라서 담 안을 슬그머니 넘겨다 보고 있었습니다. 호박 덩굴을 본 꽃들이 다시 신기한 듯 저마다 아는 체를 하며 떠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호호호……. 저건 호박꽃이잖아?”

호박꽃이라는 말에 다름 꽃이 얼른 되물었습니다.


“호박꽃이라구? 호박꽃이 뭔데?”


“넌 아직까지 호박꽃도 모르고 있었니? 꽃들 중에서 가장 못난 꽃이 호박꽃이란 말이야.”

“그래? 그런데 저걸 좀 봐. 우리들보다 저렇게 크고 노란 멋진 꽃을 가지고 있는데 못나긴 왜 못났다고 그러지?”


“이러언 바보 같으니, 저건 멋대가리 없이 꽃만 컸다뿐이지 아무 향기도 냄새도 없는 쓸모없는 꽃이란 말이야. 오죽하면 사람들이 가장 못생긴 여자를 보고 호박꽃이라고 부르겠니?”


“아하, 그렇구나!”


꽃들은 난생처음 보게 된 호박꽃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

호박꽃은 아까부터 꽃들에 제멋대로 떠들고 흉을 보고 있는 소리를 모두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도 기분이 나쁘다거나 부끄럽지도 않았습니다. 흉을 보든 비웃든 전혀 못 들은 체하고 그저 묵묵히 열심히 그리고 미련스럽게 땀을 뻘뻘 흘리며 덩굴을 벋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꽃들은 저마다 유난히 질투와 샘이 많았습니다. 보나마나 틈만 나면 서로 말다툼을 벌이곤 하였습니다. 서로 제가 더 예쁘고 잘났다며 우기며 다투는 싸움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샐비어가 좀 심심했는지 공연히 가만히 있는 채송화를 바라보며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얘, 채송화야, 넌 언제 나만큼 자라니? 만날 땅딸보처럼 땅바닥에서만 기어다니고 있으니 말이야. 아마 모르긴 해도 앉은뱅이 제비꽃도 너보다는 키가 더 클 거다.”

샐비어의 비웃는 소리를 들은 채송화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덩달아 발끈해서 지지 않고 대들었습니다.


“치이, 사돈 남 말하고 있네. 넌 키만 좀 컸다뿐이지 뭐가 나아서? 난 이래 봬도 너보다는 건강하단 말이야. 작은 고추가 맵다는 얘기를 넌 듣지도 못했니? 그리고 너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하고 그런 소리니?”

채송화가 대뜸 무섭게 소리치며 대꾸하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빨간 얼굴의 샐비어가 더욱 빨개지면서 발칵 성난 목소리로 쏘아댔습니다.


“아니, 뭐라고? 내가 약하다고? 어쭈, 보자 보자 하니까 쪼그만 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그러엄, 너처럼 약한 것보다는 차라리 키는 작지만 건강한 내가 훨씬 낫지. 안 그래이 멍충아!”


"아니, 요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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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바짝 오른 샐비어는 금방이라도 채송화의 고운 얼굴을 쥐어뜯을 기세로 대들었습니다.


채송화와 샐비어가 시끄러운 소리로 소란스럽게 다투는 소리에 늦잠을 깬 맨드라미 아줌마가 점잖은 목소리로 나무랐습니다.


“아니, 이른 아침부터 너희들은 눈만 뜨면 만날 웬 싸움들이니?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거 아니니?”

"글쎄, 얘가 날 보고 키가 작다고 놀리고 있잖아요.“


채송화가 독이 바짝 오른 얼굴로 샐비어를 흘겨보며 투덜거렸습니다. 그러자 샐비어도 샐쭉해진 얼굴로 지지 않고 소리쳤습니다.

“글쎄, 저렇게 조그만 땅꼬마가 나를 보고 힘이 없고 악하다고 비웃고 난리를 치잖아요.”


그러자 이번에는 샐비어와 채송화의 다투는 소리를 듣다못한 과꽃 아줌마가 점잖은 목소리로 끼어들었습니다.


“얘들아! 이 세상에는 누구든 한두 가지 단점을 가지고 태어나는 법이란다. 그런데 서로 남의 흉만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공연히 남의 마음만 상하게 할 뿐이지."


”아암, 그렇고말고."

과꽃 아줌마의 말에 이어 이번엔 봉숭아 아줌마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봉숭아 아줌마는 금방 외출이라도 할 듯 빨갛고 분홍색으로 화장을 한 화사한 얼굴이었습니다.


“우리 꽃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로 사람들한테 사랑과 귀여움을 받고 있거든. 그럼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뭐가 부족해서 싸움들이니?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몸단장이나 더 예쁘게 가꾸기나 하렴.”


"아, 그래요. 맞아요. 봉숭아 아줌마의 말이 맞는 말씀이라니까요."

“그러니까 봉숭아나 과꽃 아줌마의 말을 잘들 들으라구.”


봉숭아 아줌마의 말에 꽃들 모두가 손뼉을 치며 좋아하였습니다.


채송화와 샐비어는 저희들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민망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얼굴이 더욱 빨갛게 되면서 아무 대꾸도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런 채송화와 샐비어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해님도 방실방실 웃고만 있었습니다.


꽃밭의 분위기는 다시 전처럼 고요와 평화가 찾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꽃들 모두가 봉숭아 아줌마의 말대로 또다시 아름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부지런히 화장을 하면서 향기로운 냄새를 뿜어내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호박 덩굴은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앞만 바라보며 부지런히 덩굴을 무성하게 벋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기 자신이 가장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무리 꽃들이 뭐라고 흉을 보며 떠들어대든 말든,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장차 사람들에 맛좋은 먹거리가 될 커다란 호박이 될 그날만을 기다리며 열심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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