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니는 이유]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엄마가 벌떡 일어나 인터폰의 화면을 바라보았습니다.
인터폰 화면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인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인애는 풀이 죽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불안한 마음에 얼른 현관문을 열어 주며 물었습니다.
“인애야, 너 왜 그러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게로구나?”
“…….”
엄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인애의 눈치를 살피면서 물었습니다. 그러나 인애는 아무 대꾸도 없이 입을 쑥 내민 채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엄마한테 얘기해야 답답하지 않을 게 아니니? 착한 우리 인애가 이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엄마가 답답하잖아. 그러니까 어서 얘기해 봐. 응?”
“…….”
엄마는 정말 답답해 못 견디겠다는 듯 인애를 뒤를 따라가며 다시 물었습니다. 인애의 눈자위가 빨갛게 물이 든 걸 보면 울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눈두덩까지 부어오른 걸 보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인애는 엄마가 자꾸만 다그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아무 대꾸도 없이 입을 쏙 내민 채 책가방을 열었습니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받아 온 시험지 넉 장을 꺼내 불쑥 내밀면서 퉁명스럽게 소리쳤습니다.
“이번에도 또 동욱이한테 떨어졌단 말이야.”
엄마는 아직도 인애가 왜 그러는지를 몰라 둥그렇게 된 눈으로 시험시 인애가 내민 시험지를 대충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엄마의 표정이 활짝 밝아지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이번에도 시험을 아주 잘 봤구나! 모두 90점이 넘잖아. 그런데 지금 뭐가 잘못 됐다고 그러는 거니?”
“그게 아니라 동욱이는 나보다 훨씬 더 시험을 잘 보았단 말이야.”
인애는 이렇게 팩 토라진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몹시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 다시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그런 인애의 모습이 귀여워서 못 배기겠다는 듯 인에를 품에 꼭 껴안고 달래주고 있었습니다.
"이러언, 그런 걸 가지고 바보처럼 울기는……. 인애야, 시험 점수란 것은 남보다 잘 볼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는 법이거든. 그런데 인에만 늘 1등을 하라는 밥이 어디 있니. 안 그래?“
”안 그래! 그 자식만 아니었다면 내가 이번에도 1등이었단 말이야!“
엄마가 아무리 듣기 좋은 소리로 딜래 보았지만 인애는 더 화가 나서 빽 소리를 지르더니 이번에는 너무 분한 듯 아까보다 더 어깨까지 들먹이며 울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때였습니다.
직장에서 일찍 돌아온 아빠는 엄마한테 미리 인애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조심스럽게 인애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인애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인애의 곁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습니다.
“인애야! 너 오늘 동욱이보다 성적이 좀 떨어졌다고 몹시 속이 상했다면서?”
인에는 아빠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대꾸도 없이 하던 숙제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인애야, 너 지금 동욱이가 몹시 미워서 그러는 거지? 그 애 때문에 1등을 못하게 되어서 말이야.”
“…….”
아빠의 물음에 인애가 이번에는 고개만 약간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너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잘 알고 있지?“
“…….”
“너도 잘 알다시피 그 나라의 면적은 우리나라의 전라님북도를 합친 것만큼의 아주 작은 나라란다. 하지만 그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도 손꼽힐 정도로 대단한 나라가 아니겠니?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로도 유명하고 말이야.”
“…….”
“그 작은 나라가 그렇게 부강하게 된 이유는 그 나라 국민들이 그만큼 근검절약하며 부지런히 일했기 때문이란다. 너 이런 이야기 들어본 적이 있니?”
“…….”
인애는 여전히 아무 대꾸없이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다는 듯 아빠를 잠깐 힐끗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어느 날, 그 나라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 하나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걸어가고 있었단다. 그때 그 아이 앞에 랍비가 나타나서 묻게 되었단다…….”
“랍비라고요? 랍비가 뭔데요?”
인애는 랍비라는 말에 그제야 솔깃해졌는지 아빠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인애가 입을 열자 아빠도 신바람이 나서 이야기를 계속하였습니다.
"으응, 그래. 랍비란 말이지. 그 나라에서 가장 덕망을 갖춘 지도자들을 그렇게 말한단다. 그런데 그 랍비가 그 아이한테 느닷없이 너 지금 이디를 가고 있느냐고 물었지 않겠니? 그랬더니 그 아이는 '예, 학교에 갑니다' 하고 공손히 대답했단다.”
그러자 인애가 그런 바보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듯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치이, 뻔히 책가방을 메고 가는 것을 보고도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고요?”
“그래. 네가 생각해 봐도 얼른 이해가 잘 안 가지? 하지만 아빠 얘기를 더 들이 보렴, 그랬더니 랍비가 다시 아이한테 왜 학교에 가고 있느냐고 물었단다. 그때 그 아이가 바로 인애였다면 우리 인애는 뭐라고 대답했겠니?”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야 물론 공부를 하러 간다고 대답하지 뭐라고 대답해요?”
“그렇지. 그 아이도 그렇게 대답했단다. 그러자 랍비의 말은 공부만 하려거든 도서실에 가거나 서점에 가서 책을 사다가 집에서 봐도 된다고 일러주었단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훌륭한 책들이 얼마든지 있어서 혼자 집에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으니까 말이란다.”
그러자 인애의 눈이 갑자기 둥그렇게 되어 다시 물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랍비의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학교는 뭘 하러 가는 곳이지요?”
"그래, 그때 그 아이도 랍비한테 너처럼 그렇게 물었단다. 그랬더니 학교라는 곳은 바른 마음과 행동을 익혀서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가는 곳이라고 대답했단다.“
“……?!”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인애는 그만 어리둥절해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다시 천천히 이야기를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너보다 시험을 조금 잘 보았다고 해서 그 어린이를 미워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란다. 너처럼 1등을 한 아이를 미워하게 된다면 네가 1등을 해도 너를 미워하는 아이들도 있을 게 아니겠니?
그러니까 성적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 아이를 미워할 게 아니라 그 아이의 노력을 칭찬하고 한편으로는 그 아이보다 더 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려는 마음과 태도를 배우는 곳이 바로 학교란다. 이제야 좀 이해가 가니?”
인애는 그제야 이해가 좀 간다는 듯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워 보이기만 하던 동욱이가 슬그머니 자랑스럽고 부럽다고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하여 동욱이를 기어이 자랑스럽게 이기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