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먼동이 틀 무렵

by 겨울나무

몹시 무더운 여름입니다.


시골의 어느 농가에 제법 큼직한 닭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닭장 안에서는 건강하고 튼튼하게 생긴 어미닭들이 삼십여 마리나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중 건장하고 튼튼하게 생긴 수탉이 두 마리,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암탉들이었습니다.


암탉들 중에는 알을 잘 낳기로 이름난 하얀 깃털을 가진 레그혼이 이십여 마리 그리고 그 나머지는 살이 토실토실하게 찐 토종닭들이었습니다.


닭장 안은 하루 종일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배가 고파 모이를 달라고 조르는 소리, 먹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닭장 바닥을 파헤치며 돌아다니며 떠드는 소리, 목의 깃털을 바짝 곤두세우고 틈만 있으면 서로 싸우는 소리, 그리고 알을 낳은 다음에 자랑스럽게 목청껏 악을 쓰는 소리 등 시끄러운 소리가 잠시도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특히 이른 새벽이면 수탉들 때문에 더욱더 그랬습니다.


“꼬끼요---꼬오옥! 꼬끼요---꼬오옥---!”


모두가 곤히 새벽에 단잠을 자고 있을 때 느닷없이 힘껏 홰를 지며 목청이 찢어져라 외치고 있는 수탉의 모습은 그야말로 볼 만했습니다.


처음에는 검붉은 색깔의 토종 수탉이 힘껏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나면 그다음에는 어김없이 흰 빛깔의 레그혼 수탉 차례였습니다.


“꼬끼요--꼬오옥! 꼬끼요---꼬오옥---!”


그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한창 잠이 들어있던 암탉들은 물론이지만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까지 잠에서 깨어 일어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좀 시끄럽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참고 견디어 온 암탉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날이면 날마다 그 모양이니 이제는 지겹고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그렇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꼬끼요--꼬오옥! 꼬끼요---꼬오옥---!”


토종 수탉이 다시 목을 길게 빼고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자, 그 소리에 잠을 깬 암탉 한 마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습니다.


“에이, 짜증나서 못 살겠네! 졸려 죽겠는데 왜 이렇게 날마다 이른 새벽마다 저렿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인지 모르겠다니까.”


암닭 한 마리가 이렇게 투덜거리자 다른 암탉들도 따라서 덩달아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누가 아니래. 이렇게 고단해 죽겠는데 매일 잠도 제대로 못 자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니까.“


"맞아. 내 말이 그 말이야. 이제 저 수탉들이 우는 걸 볼 때마다 꼴도 보기 싫어 죽겠다니까. 난 요즘 저것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울증 약까지 먹고 있단 말이야.”


“그래. 그까짓 목청 하나 좋다고 정말 해도 너무 한단 말이야.”


암탉들의 불평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곁에서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암탉 하나가 친구들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야, 수탉들이 왜 하필이면 새벽만 되면 저렇게 시끄럽게 울고 있는지 난 그 이유를 알 수 없단 말이야. 너희들은 혹시 그 이유를 알고 있니?”


느닷없는 질문에 암탉들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암탉 하나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글쎄, 수탉들은 워낙 짓궂은 남자로 태어나서 우리들을 괴롭혀 주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맞아, 생각해 보니까 그렇구나. 아마 네 말이 맞을 거야."


“아니야, 그건 아닐 거야. 수탉들이 우리 암닭들을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해 주는데 우리들을 일부러 괴롭힌다고 그러니?"


“그래, 맞아. 어쩌다 먹을 게 생겨도 자기네들은 먹지 않고 우리들한테 먼저 나누어 주잖아.”


“응, 그건 맞는 말이야. 어쩌다 위험한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들이 다치지 않게 미리 알려주기도 하고 막아 주며 우리들을 보호하잖아.”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 우는 길까?"

"글쎄 말이야.”


암탉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뾰로통해진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때 지금까지 목청껏 울고 있던 토종 수탉 하나가 둥그런 눈으로 다가서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암탉들은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외면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레그혼 수탉까지 끼어들며 물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우리들도 알면 안 되겠니?"


그러자 암탉들 중의 하나가 팩 토라진 목소리로 톡 쏘았습니다.

“흥, 무슨 일이긴……. 너희들이 잠도 못 자게 새벽마다 시끄럽게 울기 때문에 모두 병이 나고 속이 상해서 그런단 말이야. 도대체 그게 무슨 놈의 심보들이니?”


“……?”


암탉의 이야기를 들은 수탉들은 하도 어이가 없어 한동안 입만 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암탉들이 토라진 이유를 알겠다는 듯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라, 그 일 때문에 이렇게 모두 화가 났구나! 어쨌든 그렇게 시끄러웠다면 미안하게 됐다.”


토종 수탉이 먼저 미안해하며 사과를 하자, 이번에는 레그혼 수탉도 몹시 미안하다는 얼굴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들은 새벽마다 그렇게 시끄럽게 울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야. 그게 꼭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거든.”

“뭐라고? 그렇게 시끄럽게 우는 게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암탉 하나가 더욱 뾰로통해진 목소리로 더욱 화가 나서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그렇다니까. 너희들한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 농부들은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농부들은 늦잠을 자지 않고 일도 많이 할 수 있고, 그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까 건강해지기도 하고 말이야."

“그럼, 우리 암탉들은 매일 알을 많이 낳아서 이 집 주인을 돕고 있지만, 너희들은 그 대신 새벽마다 크게 우는 걸로 한몫을 한단 말이지?”


“그래, 맞았어. 이제야 알아들은 모양이구나. 이 세상에는 누구나 자기의 맡은 일이 한 가지씩 있는 법이거든. 아마 우리 수탉들이 그동안 시끄럽게 울 때마다 너희들이 볼 때는 우습고 괴롭게만 느껴졌는지 모르지만, 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 집 주인이 매일 먹이도 주고 정성껏 보살펴 주는 게 아니겠니?“


“……!!”


암탉들은 그제야 수탉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동쪽 하늘에서는 훤하게 먼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어이구, 잘들 잤니? 어서들 많이많이 먹고 알도 많이 낳고 수탉들은 더욱 큰 소리로 외쳐대거라. 알았지?”

어느 틈에 모이를 한 그릇 가득 들고 온 주인 아주머니가 흐뭇한 표정으로 모이통에 맛있는 모이를 하나 가득 뿌려 주고 있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