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①] 홀짝 고개의 홀짝 귀신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결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새 신랑은 말이 새 신랑이지 혼기를 훨씬 넘긴 후에야 뒤늦게 결혼을 한 그는 누가 보아도 새신랑이 아니라 나이가 좀 지긋한 그저 마음씨 좋고 헙수룩한 시골 아저씨로 보였다.


비록 뒤늦게나마 결혼은 하였지만 요즈음 그의 신혼생활은 누가 뭐래도 꿀처럼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하였다.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적고 게다가 미모가 뛰어난 어여쁜 아내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신랑은 잠시라도 아내와 떨어져서는 못 살 것만 같았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늘 아내 곁에 붙어서 지내면서 그저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신랑은 모처럼 읍내 장으로 낫을 사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얼마나 아 내한테 매달리며 어린아이처럼 졸랐는지 모른다.


"여보, 오늘 나하고 데이트도 좀 할 겸, 당신도 읍내에 같이 갔다오는 게 어때?”

"이그으, 같이 붙어다니면 남들이 흉본단 말예요. 그리고 그까짓 낫 하나 사기를 둘이서 간다고요?“


"누가 흉을 본다고 그래? 그리고 난 당신만 옆에 있다면 누가 아무리 흉을 보아도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아. 그리고 그보다도 내가 없는 사이에 요렇게 예쁜 당신을 어떤 놈이 업어 가기라도 하면 그땐 나 혼자 어떻게 하라고?“


"호호호……. 그건 당신이 눈데 콩깍지가 씌어져서 그래요. 나 같은 건 길바닥에 내놓고 누구더러 거저 업어 가래도 그럴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을 테니 그런 걱정은 아예 붙들어매세요. 아셨어요? 그리고 난 오늘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말을 끝낸 아내는 문득 다시 생각이 났다는 듯 약간은 굳어진 표정으로 당부를 하고 있었다.


”아참, 오늘 읍내에 가서 낫만 사 가지고 너무 늦지 말고 바로 집으로 돌아오셔야 해요. 아셨죠?“

"아니 그건 또 왜?“


"그건 당신도 더 잘 아시잖아요. 밤에는 홀짝 고개에 홀짝 귀신이 나타난다고 하잖아요.“

"난 또 뭐라구. 아무려면 내가 당신 혼자 집에 두고 늦게 올 리가 있나?“


"아무튼 일찍 오셔야 해요."

"알았어. 그럼 다녀올게.”


신랑은 아내와 함께 가지 못하는 서운한 마음에 대답 소리가 어딘가 김이 샌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했다.


오랜만에 읍내에 나온 신랑은 장터에서 우연히 잘 아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권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대폿집에 가서 술을 몇 잔 기울이다 보니 어느 새 저녁때가 되고 말았다.


정신을 바짝 차린 신랑은 그제야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오는 빌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해는 어느덧 서산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사방은 이미 어디가 어딘지 구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어두워지고 말았다.


마침내 신랑은 밤만 되면 그토록 모든 사람들이 말만 들어도 두려워하는 홀짝 고개에 이르게 되었다. 겁에 질린 신랑의 등에서는 어느새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젠장, 어디 홀짝 귀신이 나올 테면 나와 보라지!”


신랑은 오늘 마침 읍내 장에서 산 낫이 있어서 든든했다. 그래서 홀짝 고개가 가까워질수록 낫자루를 쥐고 있는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뭔가 수상한 게 나타나기만 하면 뭔가 나타나기만 낫으로 힘껏 찍어버리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홀짝 고개를 향해 한 걸음 두 걸음 떨리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낫을 쥐고 있는 오른손에는 이미 땀이 흥건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홀짝 고개의 홀짝 귀신에 관해서는 옛날부터 수많은 괴기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어서 신랑도 잘 알고 있었다.


홀짝 귀신 역시 여느 귀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얀 소복 차림에 머리를 길게 풀어 늘어뜨린 처녀 귀신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밤만 되면 이 고개를 넘는 사람을 보면 그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서 이상한 질문을 해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귀신은 다른 귀신들과 달리 거짓말을 제일 싫어한단다. 그래서 그 귀신이 묻는 말에 만일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 누구를 가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소리 하나 내지 않고 홀딱 잡아먹거나 어떤 방법으로라도 끔찍한 화를 입히고 만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언젠가는 읍내 장에 가서 소를 팔고 오는 사람에게 소를 팔고 얼마나 받았느냐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겁이 나서 얼떨결에 소를 판값을 대답해 주었는데 소값이 조금 틀린 것을 알게 된 홀짝 귀신이 당장 화를 입힌 적이 있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한테는 현재 같이 지내고 있는 가족의 수를 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 역시 너무 겁에 질리는 바람에 가족 수를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가 변을 당하게 되기도 하였단다.


그리고 혹시 홀짝 귀신의 물음에 대답을 피하거나 도망을 쳐도 끝까지 쫓아와서 해치고야 만다는 것이었다.


신랑은 오래전부터 동네 어르신들한테 그런 이야기들을 자주 들었던 그런저런 끔찍한 생각을 하며 고개를 오르는 동안 마침내 홀짝 고개에 다다르게 되었다.


"휘이익~~~“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싸늘한 찬바람이 불어오는가 했더니 여기저기에서 나뭇잎 흔들리는 기분 나쁜 소리에 신랑은 그만 등골이 오싹해지고 말았다.


이제 마침내 한 걸음만 옮겨놓게 되면 홀짝 고개를 무사히 홀짝 넘을 수 있는 곳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납덩이처럼 잔뜩 굳어진 몸으로 마악 고개를 넘으려고 할 바로 그때였다.


"호호호……. 잠깐! 나를 안 만나보고 그냥 가려고? 호호호…….”


갑자기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웬 여자가 바람처럼 나타나더니 신랑의 앞길를 가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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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드디어 나타났구나!"


신랑은 귀신을 보기가 무섭게 곧 온몸이 굳어지고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까지 낫을 쥔 손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으나 낫을 쥐고 있던 오른손의 힘마저 갑자기 쭉 빠지고 말았다.


그러자 홀짝 귀신이 이번에는 한층 상냥한 목소리로 먼저 물어왔다.


“흐흐흐……. 지금 네 오른손에 들고 있는 건 뭐지?”

"예예, 나, 낫이올시다.“


대답을 하고 있는 신랑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럼 그걸로 내가 나타나면 찔러 죽일 생각이었지?“

"저어어…….”


신랑이 잠시 대답을 망설이고 있자 홀짝 귀신이 갑자기 성이 난 앙칼진 목소리로 무섭게 다그쳐 물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어서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하겠어?“


순간, 신랑은 홀짝 귀신한테 만일 거짓말을 하게 되면 화를 입게 된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대답을 하게 되었다.


”예예, 죽을 죄를 졌습니다만, 그,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러자 귀신은 몹시 어리석고도 솔직한 사람이라는 듯 갑자기 자지러질 듯한 목소리로 깔깔 웃고 있었다.


"호호호……. 보기보다는 너무 순둥이로군. 자, 그럼 아무 걱정 말고 어서 당신이 가던 길을 가 봐. 호호호…….“


홀짝 귀신은 이렇게 말하고는 여전히 기분 나쁜 목소리로 자지러지게 웃어 대면서 눈 감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바람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휴유우~~~.“


신랑은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 생각하고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둥지둥 도망치듯 집으로 달려가고 말았다.





그날 밤이었다.


아내는 잠자리에서 신랑이 살아서 돌아온 것만 해도 너무나 고맙기도 하고 궁금했던지 조금 전에 신랑의 자초지종을 듣고도 다시 묻게 되었다.


"여보, 홀짝 고개를 넘어올 때 홀짝 귀신이 맨 처음에 당신한테 뭐라고 물었다고요?“


"아까 다 자세히 설명을 했는데 그걸 또 왜 물어? 글쎄 내가 손에 들고 있는 낫을 보더니 그게 뭐냐고 묻더라니까.”


"그래서요?"

"낫이라고 제대로 대답해 줬다니까."


"그랬더니요?"

"그다음에는 혹시 저를 만나면 그 낫으로 찔러 죽이려고 마음 먹은 게 아니냐고 묻더라니까.“


"그래서요?“


아내의 물음에 신랑은 아내한테만큼은 차마 그때 자신이 부끄럽게 행동했던 자초지종을 그대로 말해주고 싶지가 않았다. 그건 남자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신랑은 아내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만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거짓말을 신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죽여버릴 생각이었다고 대답하고는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빌지 않으면 찔러 죽이고 말겠다고 큰소리로 호통을 쳤지.“

"어머나! 우리 신랑, 정말 멋져라. 그랬더니요?”


"그랬더니 내가 너무 설치는 바람에 겁이 났던지 기분 나게 흐흐흐 하고 웃으면서 어디론가 금방 사라지고 말더군.“

"호호호……. 그랬구나! 그런데 어쩌면 당신 그럴 수가 있어요?”


"그럴 수가 있느냐니? 뭐가 잘 못 된 거 같아?”

"그게 아니라 그렇게 무서운 귀신이 나타났는데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올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고요.“


아내는 그런 신랑이 더욱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럽다는 듯 매우 만족해진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두 팔로 신랑의 몸을 얼싸안았다. 신랑은 더욱 그런 아내가 사랑스러웠다.


"그러엄, 내가 누군데 감히 내 앞에서…….”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슬그머니 바라보니 아내의 예쁜 두 눈동자가 이상하게 갑자기 새빨갛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어여쁘던 아내의 모습이 금방 험악한 악마의 모습으로 차츰 변해가고 있었다.


다음 순간, 아내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싸늘한 표정으로 신랑을 노려 보면서 조용히 타이르듯 신랑은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난 언제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절대로 용서를 못하거든.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거짓말을 하는 너 같은 놈들이란 말이야. 그런데 넌 아직까지도 그런 소문도 못 들었었니?“


"으아악! 사, 사람 살려요!!“


그런 아내를 보자 신랑은 갑자기 숨이 넘어갈 듯한 비명을 지르면서 곧 정신을 잃고 기절을 하고 말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