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④] 잃어버린 손수건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매우 착하고 잘 생긴 젊은이가 하나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공부를 더 하고 싶었으나 집안 형편상 더 이상 진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부룰 더 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지금까지 3년이 넘도록 줄곧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그날그날 재미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이에게 뜻밖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방에서 먼 친척이 경영하는 작은 회사에 직원이 필요하게 되자 생각이 있으면 같이 일을 좀 해보자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사 짓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마지 못해 농사 일을 하며 재미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젊은이에게는 그야말로 반갑고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젊은이느 쾌히 그 회사에 나가겠다고 승낙하고 말았다.


그러나 넌처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회사가 이십 여리나 떨어진 너무 먼 곳에 있었기 때문에 정작 다니기가 몹시 불편했던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교통수단이 좋지 않은 때여서 결국 회사까지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큰 도로에는 버스가 가끔 다니기는 했지만, 젊은이가 살고 있는 마을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나마도 그림의 떡인 셈이었다.


그래서 젊은이는 매일 이른 아침에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퇴근을 할 때에도 아무리 부지런히 걸어도 늦은 저녁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오곤 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이는 그나마 어렵게 구한 천직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그의 표정은 늘 밝고 환하기 그지없었다.


어느덧 그렇게 회사에 다닌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젊은이는 여느 때처럼 회사 일을 마치고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려면 비록 산이 낮기는 했지만, 고개를 두 번이나 넘어야 했다. 고개 하나를 넘고 다시 마지막 산 고개 밑에 다다르자 사방은 이미 캄캄해지고 있었다.


"휴우, 이제 저 고개 하나만 더 넘으면 되겠는걸!“


평소에는 그 누구보다도 배짱이 두둑하고 힘깨나 쓰는 젊은이였다. 하지만 이토록 캄캄한 밤에 그것도 혼자 험한 산길을 걸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겁이 나곤 하였다.


청년이 마지막 남은 산 고개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서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오늘따라 저만치 고개 위에 희끄무레하게 생긴 물체 하나가 얼핏 젊은이의 시선을 고정시켜놓고 말았다.


"아니 저게 뭐지?”


그렇지 않아도 겁에 잔뜩 질려 있던 젊은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머리털까지 곤두서며 쭈뼛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도로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음을 굳게 다져 먹은 청년은 희끄무레한 물체가 있는 산고개 위를 향해 한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희끄무레한 모습이 앉아있는 곳이 다다르게 되자 자신도 떨려나오는 겁먹은 목소리로 용기를 내어 묻게 되었다.


"거기 앉이 있는 게 누, 누구시죠?“


”…….“


그러나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물체는 대답은커녕,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버티고 앉아 있었다. 순간, 젊은이의 등에서는 갑자기 식은 땀이 나면서 등골이 오싹해지고 말았다.


'저게 도대체 사람인가, 아니면 귀신이란 말인가?‘


청년은 겁에 질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조금 더 가까이 희끄무레한 모습이 버티고 있는 곳으로 좀더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희끄무레하게 보이던 물체의 윤곽이 차츰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희끄무레하게 보이던 것은 다름 아닌 흰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나이가 많아보이는 노파였다.


’아니 이 밤중에 웬 할머니가 여기에……?‘


노파는 하필이면 젊은이가 걸어가야 할 길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쪼그리고 앉은 채, 젊은이가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마치 그림처럼 조금도 움직일 줄을 모르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용기를 내어 노파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니, 누구신데 이렇게 캄캄하게 어두운 밤에 혹시 여기서 누라도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


노파는 이번에도 아무 대꾸도 없이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젊은이는 더욱 더듬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묻게 되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노파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면서 젊은이를 향해 마치 짐승 같은 눈초리로 무섭게 쏘아보며 입을 열고 있었다. 그렇게 쏘아 보고 있는 노파의 눈에서는 서릿발처럼 차가운 냉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늙은이가 기다릴 사람이 누가 있겠어? 바로 젊은이가 오기만을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게야.“


노파의 목소리는 기분이 나쁠 정도로 카랑카랑하면서도 쉬어빠진 목소리였다. 한마디로 정이 뚝 떨어질 정도로 앙칼진 목소리였다. 젊은이는 더욱 겁에 질린 채 더듬거리며 다시 묻게 되었다.


"저, 저를 기다리고 계셨다고요? 그렇다면 하, 할머니는 누구신데 저를 여기서……?“


청년의 물음에 노파가 이번에는 더욱 날카로우면서도 팩 토라진 목소리로 빽 소리를 질렀다.


"내가 누군지 알아서는 뭘 하려구 그러는 게야?“

"네에?“


"그보다두 난 지금 필요한 게 한 가지 있어서 여태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필요한 게 있으시다니요? 지금 뭐가 필요하시다는 것인지……?“


"이런 멍청이 같으니라구. 아, 그걸 정말 몰라서 묻고 있는 게야?"

"네, 모, 모르겠는데요.“


"난 말이지. 지금 젊은이가 목에 매고 있는 바로 그 넥타이가 필요하거든."

"네에? 이 넥타이를 말씀입니까?“


젊은이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런 젊은이의 두 손은 마치 사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듯 정신없이 떨리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니까 왜 귀찮게 몇 번씩 자꾸만 묻고 이 야단이야. 잔소리 말고 어서 그넥타이나 풀어 놓고 가라니까!“


“으아악! 사람 살려!!”


순간, 젊은이는 너무나 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엉겁결에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노파를 항해 힘껏 내던지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을을 향해 허둥지둥 미친 사람처럼 있는 힘을 다해 도망을 치고 말았다.


젊은이는 그렇게 정신없이 단숨에 집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집에 오기가 무섭게 마치 젖은 행주처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아무렇게나 방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연신 끙끙 앓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자리에 몸져눕고 말았다.


젊은이의 병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좀처럼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자리에 누운 채 여전히 헛소리를 하면서 앓고 있었다.


젊은이가 자리에 누워 앓기 시작한 지도 벌써 닷새째가 되는 날이었다.


“젊은이, 아직도 못 일어났다고? 어이구, 이거 어쩌면 좋을까?”


그때 마침, 이웃에 살고 있는 인정이 많고 마음씨 좋은 할머니 한 분이 청년을 찾아왔다. 청년이 몹시 앓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문병차 잠깐 들르게 된 것이었다.


"할머니, 어서 오세요.“


청년은 자리에 누운 채 여전히 앓는 목소리로 겨우 할머니를 맞이하였다. 방으로 들어온 할머니는 한동안 젊은이의 머리도 만져보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몹시 안 됐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면서 궁금하다는 듯 젊은이에게 조용히 묻기 시작했다.


”쯧쯧쯧, 그날 산에서 만난 사람이 전혀 낯이 익지 않은 모르른 늙은이었다면서?“

"네, 그리고 머리는 온통 하얗게 센 모습이었는데 꼭 귀신 같았다니까요."


"그거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군. 그럼 그 할멈이 젊은이한테 하필이면 왜 네타이를 풀어 달라고 했을까?“

"글세,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저런 쯧쯧쯧……. 그러니 얼마나 놀랐을까?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했다고 그랬지?“

"너무 무서워서 미처 넥타이를 풀어 드릴 겨를이 없었지 뭐예요.”


"그래서?"

"그래서 얼떨결에 마침 저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손수건을 할머니에게 휙 던져 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달려왔다니까요.“


"정말 손수건만 던져 주고는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지?“

"글쎄, 그렇다니까요.”


"그래애? 일이 그렇게 된 거로구나!“


할머니는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허리춤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더니 젊은이의 눈앞에 펼쳐보이면서 아주 무섭도록 조용한 목소리로 소곤거리듯 물었다.


"자, 그럼 자세히 보게나. 이게 바로 그때 자네가 버렸다던 그 손수건이 바로 이거란 말이지?“


그렇게 묻고 있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갑자기 지금까지 묻고 있던 이웃집 할머니의 인자하고 부드러웠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카랑카랑하며서도 목이 쉰 목소리였다. 그리고 젊은이가 가만히 살펴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그것은 닷새 전에 젊은이가 버린 손수건이 틀림없었다.


지금 할머니의 그 목소리! 그것은 바로 닷새 전날 밤, 그때 고갯마루에서 만났던,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분이 나쁘고 쉬어빠진 그 노파의 목소리임에 틀림이 없었다.


"으아악!“


그나마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던 청년은 다시 미친 듯이 크게 비명을 지르면서 그 자리에 다시 쓰러진 채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