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⑤] 자넨가? 어서 올라오게나!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똑! 똑! 똑……!”


대문 밖에서는 갑자기 목탁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스님의 염불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은식아, 잠깐만 기다리고 있으렴, 스님이 시주하러 오신 것 같구나. 엄마가 잠깐 나갔다가 올게.“


지금 한창 어린 아들 은식이에게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있던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엄마, 그럼 나도 같이 나갈까?”


"너도 같이 나가려고? 그럼 그려렴.“


엄마는 곧 뒤주 뚜껑을 열고 쌀 한 바가지를 후하게 퍼 들었다. 그리고는 은식이의 손목을 잡고 대문으로 같이 나갔다.


"나무아미타아불 관세음보살…….”


스님은 등에 지고 있던 바랑을 벌리고는 엄마가 쏟아 주는 쌀을 공손히 받아 넣었다. 그리고는 합장을 한 채 한동안 은식이를 바라보더니 매우 언짢은 기색이 되어 혼잣말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허어, 그거참, 매우 애석하고도 안타까운 일이로다! 이렇게 잘생긴 얼굴에 안타깝고 가엾게도 수심이 가득한지고…….”


스님의 말에 엄마는 금방 불안한 얼굴이 되어 다급히 되묻게 되었다.


"스님, 지금 금방하신 그 말씀 그게 무슨 뜻인지요?“

"아, 아니옵니다. 소승이 그만 실언을 한 것같습니다. 나무아미타아불 관세음보살…….”


스님은 당황한 기색으로 이렇게 얼버무리더니 그냥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스님의 옷자락을 잡고 다시 다그쳐 묻게 되었다.


"스님께서는 분명히 이 아이한테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발 말씀인지 다시 좀 설명을 해 주시지요.“


스님은 매우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리고는 한동안 는을 지그시 감고 망설이다가 마침내 무거운 입을 열었다.


"허어, 매우 영리하고 똑똑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만…….”

"그. 그런데요?“


"말씀을 드리기가 매우 거북하고 힘든 일이옵니다만 소승이 첫눈에 보기에도 댁의 아드님은 며칠 안에 단명할 기구한 관상이옵니다. 나무아미타아불 관세음보살……. 그럼 소승은 이만…….“


"뭐, 뭐라구요? 이렇게 건강하고 멀쩡한 아이가 며칠 안에 죽다니요?"


엄마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마터면 정신까지 잃을 뻔하였다.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지면서 파랗던 하늘도 삽시간에 새까만 색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엄마가 어찔거리는 정신을 간신히 가다듬고 다시 물어보려고 했지만, 스님은 어느 사이에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거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군!“


엄마는 한동안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을 뿐 지금으로서는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갑자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청하게 서 있는 엄마를 보자 은식이도 이상하게 보였는지 물었다.


"엄마,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다. 자, 어서 들어가서 아까 읽던 재미있는 동화책이나 마저 읽어 보자.“


엄마는 당황한 듯 이렇게 얼버무려 대답하고는 곧 은식이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 날 저녁이었다.


밖으로 볼일이 있어서 나갔던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기가 무섭게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오늘 낮에 스님을 만났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게 되었다.


“뭐, 뭐라구? 그거 중이 아니라 미친 놈 아니야? 그럼 당신은 그 돌파리 같은 중놈의 말을 그대로 믿는단 말이요?”


남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화를 내며 펄쩍 뛰고 있었다. 그런 말을 설깃하게 듣고 있는 아내를 오히려 나무라기도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그 스님을 만나기만 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소리치며 으름장을 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뒤에도 엄마는 은근히 은식이 걱정 때문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잠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어 불안 속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렇게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마침내 은식이네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큰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곧잘 놀고 있던 은식이가 갑자기 그림자처럼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은식아! 우리 은식이 어디 있니?“


그렇지 않아도 밤낮으로 은식이 걱정을 해오던 아내였다. 그런 은식이가 갑자기 바보이지 않자, 아내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말았다. 동네방네를 벌써 몇 바퀴나 허둥지둥 돌아다니면서 이 잡듯이 은식이를 불러 보았지만, 그 모두가 헛수고였다.


그러자 며칠 전에 스님이 슬며시 남겨준 이상한 말이 자꾸만 귀에 생생하게 들려오면서 아내의 애간장을 타들어 가게 하였다.


"뭐야? 은식이가 없어졌다구? 아니 집구석에서 어린애 하나 제대로 봐주지 않고 도대체 무얼 한 거야?“


밖에서 은식이를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뒤늦게야 듣게 된 남편이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오더니 아내한테 다짜고짜로 벌컥 화부터 내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글쎄, 줄곧 집 안에서만 놀고 있던 아이가 잠깐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다더니 그만, 으흐흑…….“


아내는 남편 앞에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 채 그저 흐느끼고만 있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은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불쌍해 보이기 짝이 없었다.


그토록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던 단 하나밖에 없는 은식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잃어버린 아내와 남편의 심정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 되고 말았다.


멀리 나갔다가 길을 잃은 것도 아니었다. 집 근처에서 놀다가 잠깐 사이에 행방불명이 되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기가 그지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났다. 그리고 또 여러 날이 흘러버리고 말았다.


이미 지서에도 신고를 했고, 난생 처음 신문사라는 곳에 찾아가서 현상금을 크게 내걸기도 하였다.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백방으로 찾아보기도 하였지만 은식이의 소식은 그 어느 곳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아내와 남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정상으로 보이지를 않았다. 너무나 얼이 빠져서 행동이나 말투가 정신이 나간 사람이 아니면 거의 실성한 사람에 가까웠다. 그런 모습을 보며 동네 사람들 모두가 불쌍하다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하였다.





그렇게 다시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여보, 이제 은식이를 찾기는 틀린 모양이오.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밤을 새우며 걱정을 한다고 해서 은식이가 돌아오는 것도 아닐 테니 이제 제발 아이 걱정은 그만하고 눈을 좀 붙여요.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게 아니오.“


사실 아내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는지 모른다. 그런 엄마를 측은하게 여긴 남편이 이렇게 위로하면서 잠을 잘 것을 권하였다.


"그래요. 제 걱정은 말고 어서 당신이나 좀 주무세요. 은식아, 우리 은식아! 으흐흑…….“


아내는 그만 지금까지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울음을 또다시 터뜨리고 말았다.


"이제 그만 좀 해요. 그렇게 운다고 그 녀석이 금방 돌아올 리가 있겠소? 마음을 굳게 먹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오게 될 거요. 아암, 돌아오고말고.“


남편은 연신 아내를 위로하고 달래주면서 방안에 켜두었던 촛불을 꺼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눈을 좀 붙여 볼 생각에 잠자리에 누워 잠을 정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여, 여보! 천장에서 웬 물방울이 떨어지죠?“


이제 막 잠이 들려던 남편의 귀에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아니, 뭔데 또 자지 않고 그래?“


"아까부터 천장에서 내 얼굴에 물방울이 자꾸 떨어지고 있어요.“


"그래? 어엇? 그러고 보니 지금 내 얼굴에도 웬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는걸.“


아내의 말에 남편은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쓰윽 문질러 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벌떡 일어나더니 불을 켰다. 얼굴에 떨어진 물방울이 흥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촛불을 켜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허억!“


두 사람의 얼굴이 모두 시뻘겋게 피로 범벅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얼굴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불도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다. 지금까지 천장에서 무슨 물이 떨어지는 것이려니 했는데 이제 알고 보니 그것을 새빨간 핏물이었던 것이다.


"여보! 저, 저기 좀 보세요. 저게 웬 피죠?”


아내가 다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천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으음, 저게 도대체 웬 피지?“


어느새 피로 시뻘겋게 얼룩진 천장의 틈에서는 여전히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한동안 사색이 된 얼굴로 어쩔 줄을 모르고 망설이고 있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곧 큼직한 망치 하나를 찾아 들고 와서는 천장을 있는 힘을 다해 부수기 시작했다.


“꽝! 쾅! 쾅……!“


마침내 천장은 커다란 구멍이 하나 뚫리고 말았다. 그러자 남편은 급히 망치를 내던졌다. 그리고는 천장 구멍을 향해 껑충 뛰어올라가서 뚫어진 구멍 위로 고개를 내밀고 두리번거리며 천장 위를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자 천장 위에서 누군가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음산하면서도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넨가? 자네도 어서 올라와서 맛을 좀 보게나, 고기가 아주 연하고 맛이 있는 걸, 흐흐흐…….”


"으아아악!!“


순간 남편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면시 방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하고도 기절초풍을 할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차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지금 천장의 구석진 어두운 곳에서는 웬 낯선 스님 하나가 책상다리를 하고 점잖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입에는 온통 피투성이를 한 채, 무언가를 맛있게 뜯어먹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며칠 전에 잃어버린 은식이의 시체였다.


그리고 그것을 먹음직스럽게 뜯어먹고 있는 스님은 놀랍게도 다른 사람이 아닌 며칠 전에 은식이네 집으로 시주를 하러 왔던 바로 그 스님이었던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