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여느 때처럼 1학년 교실은 조잘대며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합니다. 마치 참새 떼들의 지저귐처럼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습니다.
“자, 이제 그만 조용히들 하고 여기를 보세요!"
선생님의 목소리에 시끌벅적했던 가득했던 교실이 잠시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습니다.
"이 시간에는 무슨 공부를 하기로 약속했죠?“
"그림 그리기요!"
"미술 시간이요!"
"헤헤헤……. 얜 미술 시간이래. 션생님, 미술 공부가 아니고요. 엄마를 그리기로 했어요!"
선생님의 물음에 신바람이 난 아이들이 저마다 큰 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맞았어요. 여러분은 엄마가 예뻐요, 안 예뻐요?"
"예뻐요!"
“우리 엄마가 젤 예뻐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짱이라니까요!”
아이들은 신바람이 나서 저마다 목이 터져랴 소리를 질러댑니다. 그리고 서로 저마다 자기 엄마가 더 예쁘다고 떠들며 소리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잠깐 조용했던 교실은 아까보다 더 시끄러워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경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두 손을 입에 대고 손나팔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선생님을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늘 틈만 있으면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엄마 자랑을 늘어놓곤 하던 경미였습니다.
“선생니임! 우리 엄마가 젤 예뻐요. 그쵸? 선생님도 우리 엄마 보셨잖아요!”
“그럼요. 예쁘시고 말고요. 그래서 경미 엄마는 전에 모델까지 하셨잖아요.”
선생님이 경미의 말에 거들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경미 엄마가 모델을 하였다는 말에 부럽고도 놀랍다는 듯 아이들의 눈이 모두 경미에게로 쏠렸습니다. 그리고는 부러운 눈으로 한 마디씩 떠들어댔습니다.
“우와아~, 경미 엄마가 모델을 했대.”
“히야! 경미는 정말 좋겠다!”
"와아. 그게 정말이니? 정말 대단하다!“
그러자 지금까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던 민수는 은근히 속이 상하고 기분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심통이 난 얼굴로 갑자기 퉁명스럽게 소리쳤습니다.
“선생님! 우리 엄마는요. 경미 엄마보다도 더 예쁘고 탤런트나 미스코리아보다 더 예쁘다니까요!"
선생님은 입가에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면서 민수를 향해 말했습니다.
"호호호, 민수 엄마도 예쁘고 말고요. 자, 그럼 이제 엄마 자랑은 그만하기로 하고 지금부터 여러분의 엄마를 아주 예쁘고 멋지게 그려 보도록 하세요. 알았어요?”
"네!”
“알았어요. 선생님!”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미리 펴놓은 도화지에 신바람이 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노랑색 크레파스로 얼굴의 윤곽을 그리는 아이, 검정색으로 머리칼과 눈썹을 그리는 아이, 오뚝하게 생긴 코와 커다란 눈을 그리는 아이, 그리고 예쁘게 정성껏 입과 귀를 그리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귀고리도 그리고, 긴 속눈썹도 그립니다. 루즈를 바른 빨강색의 입술, 그리고 빨강색 매니큐어로 색칠을 한 손톱을 그리기도 합니다.
잠시 뒤, 한창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던 경미가 흘금흘금 민수를 바라보다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야, 민수야! 너 저번에 우리 엄마 학교에 왔을 때 봤지?“
경미의 물음에 민수가 서슴지 않고 얼른 대답하였습니다.
"응, 봤지. 히야! 너네 엄마 정말 예쁘더라!“
그러자 경미가 기분이 좋아진 표정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근데 우리 엄마보다 너네 엄마가 더 예쁘다는 게 말이 되니?”
이번에는 민수가 어림도 없다는 듯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대꾸하였습니다.
"뭐라구? 왜 말이 안 돼? 너네 엄마도 예쁘긴 하지만 우리 엄마한테 대면 쨉도 안된단 말이야.“
"피이, 웃기지 마! 난 너네 엄마 보진 못했지만 우리 엄마가 훨씬 더 예쁘단 말이야.”
경미가 팩 토라진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에는 민수가 깜짝 놀란 얼굴로 경미를 향해 말했습니다. 마침 쓰건 크레파스가 다 닳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엉? 경미야, 나 크레파스 좀 잠깐 빌려줄래?“
그러자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경미가 팩 토라진 목소리로 한마디로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싫어! 크레파스가 없으면 네 돈으로 사다가 쓰란 말이야!“
"조금만 칠하면 돼. 그러니까 잠깐만 빌려주라, 으응?"
민수가 이번엔 애원하듯 다시 경미의 눈치를 살피며 졸랐습니다.
“싫다니까! 너 귀가 먹었니?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니?”
경미가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욱 토라진 목소리로 빽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교실 문이 소리 없이 스르륵 열리면서 민수 엄마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선생님, 수업 중에 정말 죄송합니다. 민수한테 이걸 좀 전 해 주려고요.”
민수 엄마의 손에는 새로 산 듯한 크레파스 한 갑이 들려 있었습니다.
“우와, 우리 엄마다! 엄마아~~~!”
순간, 민수는 함박꽃처럼 환한 표정이 되어 엄마를 향해 번개처럼 뛰어나갔습니다. 그러고는 너무나 반갑다는 듯 엄마를 두 팔로 꼬옥 껴안았습니다.
그 바람에 한창 그림 그리기에 정신을 팔고 있던 아이들의 눈이 모두 민수와 민수 엄마에게 쏠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여기저기에서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킥킥킥, 저게 민수 엄마래, 되게 못생겼다. 그치? 히히히…….”
"호호호, 우와아! 얼굴도 그렇지만 되게 뚱뚱하다, 호호호…….“
조용했던 교실은 금방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수의 엄마는 얼굴 생김새도 그렇지만 몸매도 비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경미가 벌떡 일어서더니 그것보라는 듯 민수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야! 민수야! 이 세상에서 너네 엄마 제일 예쁘다면서? 저게 예쁜 얼굴이니?”
경미가 이렇게 소리치자, 그 소리를 들은 민수는 여전히 엄마를 두 팔로 꼭 껴안은 채 경미와 아이들을 향해 뒤돌아보며 자신있게 소리쳤습니다.
"그래. 우리 엄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왜? 너희들도 우리 엄마 다들 봤지? 안 그러냐?"
민수는 이렇게 소리치기가 무섭게 다시 엄마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
“……!?“
민수가 하도 자신만만하게 큰 소리를 치는 바람에 어이가 없어진 아이들은 입을 딱 벌린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민수 엄마는 몹시 민망한 듯 얼굴빛이 점점 홍당무처럼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민수와 민수 엄마의 모습이 그렇게 흐뭇하면서도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