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는 이, 눈에는 눈

[환경을 보존하려면]

by 겨울나무

사람의 발길이라고는 전혀 닿지 않는 깊고 깊은 산 속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사슴들이 무리를 지어 사는 사슴 나라가 있었습니다.


사슴 나라 백성들은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이 없이 늘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워낙 물이 맑고 경치가 아름답고 먹을거리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항상 마음씨가 어질고 슬기로운 사슴대왕을 모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행복한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대왕마마 아뢰오!"


대신 하나가 다급히 사슴 대왕에게 달려와 몹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아뢰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해 보시오.“


언제나 그랬듯 사슴 대왕은 오늘도 인자한 표정으로 대신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마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소문에 듣건대 머지않아 저 아래 바윗골에 살고 있는 호랑이 나라가 쳐들어올 계획이라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아니, 지금 뭐라고 했소? 그럴 리가 있겠소? 그 호랑이 나라는 이미 오래전에 우리와 굳게 약속한 게 있지 않소?”


사슴 대왕은 금세 표정이 굳어지면서 겁에 질린 목소리로 되묻게 되었습니다.

“그렇사옵니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약속을 하긴 했사옵니다. 그러나 그 사악한 무리들이 이제 와서는 마음이 바뀌었나 봅니다. 우리나라가 탐이 나서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게 틀림없는 것 같사옵니다."

"저, 저런 고얀 놈들이 또 있나!“


사슴 대왕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더욱 어둡게 일그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대신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그 소문이 과연 틀림없이 믿을만한 소문이란 말이오?“


"그런 줄로 아옵니다. 그들은 이미 우리나라를 칠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고 현재 기회만 엿보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허어, 참,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장차 이 일을 어찌해야 좋단 말인고! 그렇게 철석같이 약속을 해놓고 이제 와서 배신을 하다니 이게 또 무슨 변이란 말인고?“


사슴 대왕은 호랑이 나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도 없었지만, 너무나 속이 상하고 언짢았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너무 불안하고 두렵다는 생각에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것만 같았습니다.


한동안 착잡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사슴 대왕이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곧, 명령하게 되었습니다.


"여봐라! 그렇다면 모든 대신들을 급히 궁전으로 모이도록 하시오! 무슨 좋은 방법이 없는지 같이 의논을 해 봐야 되겠소."


대신은 그 길로 모든 대신들을 모이게 하기 위해 급히 어전을 물러났습니다.


“뭐야? 우리나라를 쳐들어 오겠다구? 그런 괘씸한 놈들이 또 있나!”


사슴 대왕은 대신이 나간 뒤에 혼자 아무리 궁리를 해보았지만 그럴수록 호랑이 나라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허어, 그게 사실이라면 이거 정말 큰 일이 난 게 아닌가!“


사슴 대왕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안절부절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언제인가 호랑이 대왕이 보낸 사신과 굳게 약속을 했던 오래전의 일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벌써 몇 해나 지난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무슨 꿍꿍이 속인지 뜻밖에도 갑자기 호랑이 나라의 사신이 사슴 대왕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몹시 거만스러운 태도로 거드름을 떨며 입을 열었습니다.


“사슴 대왕님, 우리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나 사슴 대왕은 예의를 다해 극진하게 자리를 권하면서 되물었습니다.


"무얼 어떻게 하겠자는 말인지 어서 말해 보시오.”

"이 사슴 나라의 물이 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좋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요?“


“그건 그렇소이다만…….”


사슴 대왕은 약간 겁에 질린 표정이 되어 끝을 맺지 못하며 되물었습니다.

"그럼 이 나라에서 나오는 물을 우리 호랑이 나라에 보내 줄 생각이 있는 거요, 없는 거요?“

”아니 밑도 끝도 없이 그건 또 무슨 말이요?“


사슴 대왕은 뜬금없이 묻는 그 말의 뜻을 모르겠다는 듯 여전히 궁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 나라의 대신은 여전히 거만스러운 태도로 건방지게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입니다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는 워낙 땅이 좋지 않아서 백성들이 빨래를 할 물은커녕, 마시고 살 수 있는 물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 말씀입니다.”


"허어, 그렇군요. 그렇다면 고생이 말이 아니겠군요. 그래서요?“

"그래서 당신네 나라의 물을 우리나라로 좀 보내 주십사 바로 이 말씀입지요.”


"그러시다면 물론 보내드려야 하고말고요.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보내드려야 할지 그게 좀…….”


"그건 조금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대왕께서 승낙만 해주신다면 그런 건 모두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요.”


“알아서 다 하신다니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요?”


그러자 호랑이 나라 대신은 여전히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거드름을 떨며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우리나라는 두더지 나라와 크게 싸움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때 포로로 잡아 둔 두더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들을 시키면 그 일은 조금도 어려울 게 없이 삽시간에 끝나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특별한 소질이 원래 땅을 잘 파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두더지들이 땅을 잘 판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들이 어떻게……?“

"이곳 사슴 나라는 우리 호랑이 나라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저렇게 답답하시기는……. 그러니까 그 두더지들을 시켜 사슴 나라로부터 우리나라까지 굴을 뚫든지 큰 개울을 만들도록 하면 물은 저절로 흘러 내려오게 될 게 아닙니까?”

“허허, 그렇게 하면 일이 쉽겠군요.”

“이제야 겨우 이해가 가십니까?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가지고 어떻게 왕이라는 자리에 떡 버티고 앉아서 백성들을 다스리고 계신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군요.”


“뭐, 뭐가 어쩌고 어째? 말좀 가려서 하시오!”


사슴 나라의 대왕은 자존심이 상해서 벌컥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별도리없이 그냥 넘어갈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섣불리 사신의 비위를 거슬리게 했다가는 후에 호랑이 나라로부터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호랑이 나라의 사신은 점점 더 거들먹거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허허허, 어쨌든 잘 생각하셨습니다. 만일 물을 주시지 않는다고 하셨다면 아마 사슴 나라는 하루아침에 쑥밭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슴 나라 대왕은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몸을 부르르 떨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허허, 말이 갈수록 좀 심하오. 예의를 좀 지키시오. 그리고 쑥밭이 되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요?”


“말이 나으니까 입니다만 우리 호랑이 나라를 힘으로 당할 나라는 이 세상에 아무도 있지 않습니까?”

“그, 그건 그렇소이다만…….”


“만일 사슴 대왕께서 이번에 물을 대주지 않으셨다면 우린 당장 무력으로 사슴 나라를 ᅟ공두리째 빼앗을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호랑이 나라는 아시다시피 그동안 가까이 있는 산돼지 나라를 비롯해서 곰 나라, 너구리, 노루, 두더지 나라 등, 닥치는 대로 모두 빼앗고 이제 오직 하나 남은 것은 사슴 나라 밖에 없거든요.”

“허어, 그랬군요.”


그렇지 않아도 겁이 많은 사슴 대왕의 눈은 더욱 겁에 질려 커다랗게 된 채 너무나 분한 마음에 속으로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사신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우리 호랑이 나라가 사슴 나라만은 빼앗지 않고 지금까지 그냥두었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그, 글쎄요. 저, 저도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바로 이 나라의 물 때문입니다.”


"물 때문이라니요?“

"사실 우리 호랑이 나라의 대왕님께서는 항상 사슴 나라의 깨끗한 물을 부러워하면서 언젠가는 사슴 나라를 빼앗아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신 것입니다.”


"바꾸다니 어떻게요?“

"사슴 나라의 물만 우리가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이 나라를 빼앗을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대왕님께서 이번에 급히 저를 보내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을 대어 드리는 조건으로 우리나라를 빼앗지 않으시겠다 이 말씀이로군요?“


"하하하…….” 이제야 제가 찾아뵙게 된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예, 바로 그겁니다.”


사신의 설명을 들은 사슴 대왕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마에 번진 땀을 닦아내며 속으로는 아니꼬왔지만,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아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물을 드리고 말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다음 날부터 바로 물줄기를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사를 맡은 것은 사신이 말한 대로 호랑이 나라에 포로로 갇혀 있던 두더지들이었습니다.


두더지들은 호랑이들의 무서운 감시 아래 비지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개울을 파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을 고생한 끝에 마침내 사슴 나라와 호랑이 나라를 잇는 산개울이 번듯하게 완공되었습니다. 그 뒤부터 호랑이 나라는 편히 앉아서 사슴 나라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슴 대왕의 명에 따라 사슴 나라의 대신들이 마침내 모두 급히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슴 대왕은 어찌할 바를 몰라 여전히 안절부절을 못하고 있다가 대신들에게 자초지종을 자세한 설명하고는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묻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요구한 대로 과거에 우린 물을 주었소. 그런데 다시 쳐들어온다니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소? 어디 좋은 생각들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그러자 대신 하나가 억울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물을 대주면 절대로 쳐들어오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을 해놓고 왜 그런 비겁한 짓을 하려는 것인지 그들의 뜻을 알 수가 없나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금 전에 대왕께 급히 아뢰었던 대신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건 지금도 물이 원인입니다. 그들 호랑이 나라의 백성들은 힘만 세었지 워낙 무식해서 위생 관념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도 우리가 보내 주는 깨끗한 물을 마음놓고 마시며 살아갈 수가 있었으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물맛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이번에는 다른 대신이 물었습니다.


"물맛이 점점 나빠지다니요?"


"먹을 물이 흐르는 개울에 쓰레기나 그들이 먹다 버린 음식 찌꺼기를 함부로 버리고 그런 물로 빨래를 함은 물론 심지어는 그 개울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기도 한다니 물이 더러워질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윗물이 훨씬 더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예 우리나라를 빼앗을 욕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러언, 무식한 놈들 같으니라구.”

“힘만 강했지 알고 보면 더럽기 짝이 없는 놈들이라니까.”

“에이, 썩어빠질 놈둘 같으니라구.”


그 이야기를 들은 대신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제멋대로 한마디씩 흉을 보며 떠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대신들이 제멋대로 시끄럽게 떠들게 되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사슴 대왕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만들 떠들고 용히들 하시오! 지금 여러분이 이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은 남의 흉이나 보라고 모인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당장 급한 문제는 그들의 침범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그 방법을 의논하기 위해서 모인 것입니다.“


사슴 대왕의 호령에 대신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미 잘 알다시피 호랑이 나라 백성들은 너무나 힘이 셈은 물론, 또한 난폭하고 잔인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가 그들과 힘으로 맞서 싸울 수는 없는 일이며 가령, 싸움을 한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패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 아니겠소? 무슨 좋은 묘안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말씀들을 혜 보시오!“


대신들은 한동안 고개를 숙인 새 서로 눈치만을 살피며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대신 하나가 입을 열었습니다.


”마마, 소신에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사옵니다. 우리나라에는 석탄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석탄을 캐서 석탄산을 만드는 것입니다.“


"석탄산이라니 그건 왜요?“


“석탄산은 석탄을 처리하여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다른 이름으로는 흔히 페놀이라고도 하옵니다. 우리는 이 페놀만 많이 만들면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쉽게 호랑이 나라를 물리칠 수가 있을 것으로 아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으로 그 무서운 호랑이 나라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인지 어서 말해 보시오!“


"예, 조금 전에 다른 대신들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니까 호랑이 나라는 위생 관념이 없고 무식하기가 짝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에게 좀 잔인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에게 페놀을 물에 타서 먹이는 것입니다.

페놀을 섞은 물을 한동안 마시게 되면 슬그머니 여러 갖가지 무서운 질병을 일으키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질병을 이기지 못해 목숨을 잃는 수도 있사옵니다. 그리고 좀 더 세월이 흐른 뒤에는 그들 모두가 목숨을 잃는 비극을 맞게 될 것이옵니다.“



"허허, 그렇다면 그거참 대단히 무서운 일이로군요. 그럼 그 무서운 질병들이란 대체 어떤 질병들을 말하는 것인지요?“

사슴 대왕은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그러나 솔깃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예, 페놀이 일으키는 질병의 종류는 아주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두통과 설사, 그리고 구토, 피부 점막의 부식 작용, 호흡 곤란, 혈액 순환 장애, 심장 마비, 빈혈, 기형아 출산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이옵니다.”


"허어, 그거참, 대단히 무서운 일이로군요! 경께서는 아는 것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그들에게 페놀을 섞은 물을 먹일 수가 있단 말이오?“


"그건 아주 간단하면서도 식은 죽 먹기이옵니다. 마침 우리나라에는 호랑이 나라로 물을 보내고 있지 않사옵니까? 그 개울물에 우리는 가끔 페놀만 타서 내려보내면 문제는 간단하다고 생각하옵니다.“


"허어, 그거 듣고 보니 간단하면서도 대단히 무서운 일이로군요. 그들을 그렇게 무서운 병에 걸려 죽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도 없고 정말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마음씨가 어진 사슴 대왕은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호랑이 나라 백성들이 모두 병에 걸려 신음을 하다가 죽게 될 일을 생각하니 그렇게 끔찍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대신 하나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폐놀을 먼저 내려보내기 전에 우선 호랑이 나라로 사신을 보내서 우리의 뜻을 먼저 전해 주는 것이 어떠하온지요? 그렇게 되면 그들이 지레 겁을 먹고 무서워서 쳐들어오지 않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그 말에 다른 대신이 얼른 반대를 하고 나섰습니다.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페놀을 타서 내려보내기 전에 틀림없이 그들이 먼저 침범해 오게 될 것입니다.”


“…….”

“…….”


대신의 말에 한동안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지만 그 누구도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뒤, 사슴 대왕이 다시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괴로운 표정으로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마땅히 천벌을 받을 일이긴 하지만 우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지금 당장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속히 페놀을 만들어 개울물에 타서 내려보내도록 하시오!“


몹시 괴로운 표정으로 이렇게 명령하고 있는 사슴 대왕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었습니다.


그처럼 기세가 등등하고 드렵고 무섭기만 하던 호랑이 나라가 결국 비참하게 망할 날이 시간이 흐를수록 소리 없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