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별똥별 이야기

[유성, 운석, 별똥별]

by 겨울나무

마치 떡시루에서 솟아오르는 열기보다 더 뜨겁고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 여름입니다.

온종일 불덩이처럼 달구어졌던 해님도 저녁때가 되자 서산 너머로 얼굴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그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는지요? 가슴 속까지 후련해질 정도로 드넓은 여름날 밤하늘의 휘황찬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말입니다.


바로 그날 밤이 그랬습니다. 어느새 초저녁 하늘에는 하얀 은하수가 커다랗게 드넓은 밤하늘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성급한 크고 작은 많은 별들이 저마다 노오란 빛깔의 고운 자태를 자랑하며 저마다 곱고 예쁜 눈을 깜박이며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황금가루를 골고루 뿌리기라도 한 듯 아름답고도 황홀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이구, 이거 더워서 어디 살 수가 있나. 도대체 이놈의 더위는 언제나 수그러지는 거야."

"후유, 더워라. 누가 아니래. 해가 넘어갔는데도 찌네, 쪄.”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덕배네 마당이 바람도 잘 통하고 제일 시원하던걸!”


오늘도 여느 때처럼 저녁 식사를 마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덕배네 마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널따란 덕배네 마당 한복판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제법 커다랗고 널찍한 명석이 두 장이나 깔려있었습니다. 이웃에서 사람들이 으례 모여들 것을 알고 덕배 엄마가 깔아 놓은 멍석입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덕배 엄마는 비가 오는 날만 빼놓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멍석을 깔아놓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덕배네 마당으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단골로 찾아오는 이웃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어른들은 물론, 어린아이들까지 여남은 명이 늘 어김없이 모이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올해 칠십이 훨씬 넘은 감나무 집 할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 단골손님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감나무 집 할머니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잘 하기로도 소문이 난 분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알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할머니는 한 번 입을 열었다 하면 마치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이 줄줄 이어져 나오듯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곤 합니다. 물론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많기는 하지요. 그러기에 마을 사람들이 매일 덕배네 마당에 모이는 우선 더위를 식히는 것도 그렇지만 어쩌면 할머니의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인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마을 사람들은 덕배네 마당에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마당 한쪽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모닥불에서 나오는 시커멓고 하얀 연기가 마치 뭉게구름처럼 하늘 높이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밤마다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모기 떼를 쫓기 위해서였습니다.


멍석에 누워서 연신 부채질을 해대며 잠을 청하는 사람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하나, 둘씩 헤아리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 등,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밤하늘에서 갑자기 노오란 빛으로 길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쏜살같이 떨어지고 있는 유성이 덕배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여름밤에 흔히 볼 수 있는 유성이었습니다. 밤마다 자주 보이는 멎진 광경이었지만 그날따라 정말 그렇게 예쁘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야! 저것 좀 봐!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


덕구는 갑자기 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아이구머니나 깜짝이야! 간이 다 떨어지겠구나. 너 지금 뭐라구 그랬지?”


덕배가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란 감나무 집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뭐라고 하기는요. 조금 전에 저쪽으로 유성이 떨어졌다니까요.”


할머니는 그제야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타이르듯 입을 열었습니다.

“옛기 이 녀석아, 그걸 처음 보니? 학교에서 배웠다는 녀석이 여태 그게 뭔지도 모르고 있었어?”

"모르다니요? 학교에서 배웠으니까 혹실히 아는 거죠. 그럼 그게 유성이 아니란 말씀이세요?“


덕구는 제법 자신만만하게 지지 않고 대답하였습니다.


"예라, 이 녀석아, 기왕에 배우려거든 좀 제대로 배웠어야지. 그건 유성이 아니라 별똥이라

고 하는 거란다. 이제야 알아듣겠니?”


할머니의 설명을 들은 덕배의 표정이 금세 난처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니라니까요. 그건 할머니가 잘못 알고 계신 거예요. 선생님한테 분명히 유성이라고 배운걸요.“

"허어, 그래? 너 그럼 별똥이 어떻게 해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인지 알고는 있니?“


“그걸 왜 몰라요. 낮에 뜨는 해가 있잖아요?”

“그래서?”


“혹성들이 태양의 둘레를 공전을 하다가 서로 잡아당기는 인력 때문에 별의 어느 한쪽 부분이 조각이 나서 지구로 떨어지는 거라니까요.”

"뭐라구? 옛기, 이 녀석아, 6학년씩이나 된 녀석이 배워도 헛 배웠구나.“


”헛 배우긴 뭘 헛 배웠다고 그러세요? 할머닌 알지도 못하시면서 괜히…….”

”그건 말이지. 별들도 우리들처럼 매일 밥을 먹는단 말이야. 알아듣겠니?”


“푸후훕, 별들이 밥을 먹는다구요?”


할머니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덕구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녀석이 어른이 말하는데 웃긴 왜 웃어? 그럼 넌 별이 굶고 사는 줄 알았니?”

"에이, 그건 할머니가 엉터리로 잘못 알고 계신 거라니까요.”


"엉터리라니? 아니 이 녀석이 정말 어른이 하는 말을 끝까지 믿질 않네. 그렇다면 너 별똥이 떨어진 걸 직접 본 적이 있니?“


할머니는 그런 덕배가 몹시 답답하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따져 물었습니다.


"별똥이 아니라 유성이라니까 왜 자꾸만 별똥이라고 그러세요?“

"그래, 그럼 그렇다 치고 그걸 직접 본 적이 있느냐구?“


"그럼 할머니는 직접 보셨어요?“

"아니 요 녀석이 꼬치꼬치 따져 묻기는……. 그래, 봤다, 봤어. 네가 어쩔거니?“


그러자 지금까지 옆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마을 사람들은 그만 까르르 웃음보가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으하하하……. 그러다가 할머니 어린애하고 큰 싸움이 벌어지겠어요."

"호호호……. 그거 재미있네. 어디 누가 이기나 두고 봐야 되겠는걸.”


그 바람에 덕배는 그만 크게 무안을 당한 듯 얼굴색이 벌겋게 되면서 할머니를 향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그걸 어디서 보셨는데요?“

”네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아주 옛날에 범바위 골짜기에서 봤다. 왜?“


"그런데 어떻게 생겼어요?"

"뭐라고 할까. 그래 맞았다. 부서진 빨랫비누처럼 생겼더라구."


"그래요? 그래서요?"

"그래서 얼른 그걸 집어서 씹어 먹어보았지 않았겠니? 아, 그랬더니 글쎄, 꼭 인절미 떡처럼 쫄깃쫄깃한 게 너무 맛이 있더라고.”


할머니의 말에 덕배는 몹시 못마땅하다는 찡그린 표정으로 다시 되물었습니다.

"정말 그걸 잡수셨다구요"

"아, 글쎄 그렇다니까.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덕배는 크게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엉터리 같은 거짓말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어휴, 답답해 미치겠네. 에이, 그런 엉터리 같은 말을 누가 믿을 줄 아세요? 이제 보니까 할머니는 순 거짓말쟁이세요.”


그러나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어른의 말을 곧이듣지 않는 덕구의 태도가 너무 괘씸하고 못마땅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약간 노한 표정으로 덕배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물었습니다.


"너 그럼 지금 당장 나하고 같이 별똥을 주우러 가 보지 않으련?"

“지금요?”


"그래, 지금 당장 말이야."

"어디로요?"


"어딘 어디야, 별똥이 떨어지는 것을 자세히 보고 있다가 빨리 달려가서 찾아보면 되지, 자, 그럼 지금부터 별똥이 어디로 떨어지나 자세히 보고 있다가 별똥이 떨어지면 할머니와 같이 당장 쫓아가는 거다, 알았지?"


"……."


그때, 또 하나의 유성이 길다랗게 아름다운 선을 그리면서 마을의 뒷동산 너머를 향해 쏜살같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기 또 떨어졌다! 덕배야, 나하고 당장 빨리 가보자꾸나. 별똥이 떨어지는 걸 분명히 너도 봤지? 이번엔 바로 우리 동내 뒷동산 너머로 떨어졌으니까 그리 멀진 않을 거다!“


할머니는 황급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당장 덕구에게 별똥을 찾아서 보여주고 말겠다는 듯 급히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덕배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싫어요. 전 안 갈래요. 정 가고 싶으면 할머니나 혼자 가 보세요.”

"아니, 왜? 오라. 네가 아마 자신이 없는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라 가 보나 마나니까 그렇죠.“

”가보나 마나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우리가 눈으로 보기엔 우리 동네 뒷동산 너머로 가깝게 떨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먼 곳에 떨어진 거라구요. 그리고 가령 어쩌다 운이 좋아서 그걸 찾았다 해도 그걸 어떻게 먹을 수가 있느냐구요?“


"아니, 이런 녀석을 봤나, 못 먹다니? 내가 직접 먹어 봤다고 아까 말하지 않았니? 그런데 그걸 왜 못 먹느냔 말이야?“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아까보다 조금 더 답답하다는 듯 화가 난 목소리로 다그쳤습니다. 그러나 덕배는 덕배대로 여전히 지지 않고 못마땅하다 투로 대꾸하고 있었습니다.


"어이구 정말 답답해 미치겠네. 그건 할머니 말씀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광물체라니까요.“

"광물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지?“


"별의 조각이 하늘에서 떨어질 때는 유성이라고 하지만, 유성이 완전히 떨어진 뒤에는 운석이라고 하는 거라니까요.“


”뭐, 뭐야? 운석이라니?"

덕배가 이번에는 제법 젊잖게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네에, 운석이란 다시 말해서 돌멩이나 쇠붙이 같은 광물체인데 그걸 맛있게 잡수셨다니 그런 엉터리 같은 거짓말이 어디 있느냐구요?“

”뭐, 뭐라구? 정말 이 녀석이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 앞에서 말대꾸는…….“


할머니는 싱글싱글 웃고 있는 덕구의 얼굴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쏘아보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오늘 싸움은 결국 덕배가 할머니를 이기고 말았구나.“

"호호호…… 이제 보니까 덕구가 아주 제법인걸!”


마을 사람들은 또다시 한꺼번에 약속이라도 한듯 소리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뭐가 우스워서 그렇게들 웃고 있어?”


마을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감나무 집 할머니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가볍게 눈을 흘기며 덩달아 따라 웃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이제는 밤하늘의 별들도 졸리운 듯 곱고 예쁜 눈을 자주 깜박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유성 하나가 또다시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면서 저 멀리 어딘가로 쏜살같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