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 키우기]
눈이 달린 손가락

by 겨울나무

자연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인체의 구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계셨습니다.


”우리 인간의 몸은 눈이나 코 그리고 귀와 입 등, 어느 한 가지가 없어도 안 되고 더 있어도 불편할 정도로 매우 과학적이면서도 편리하게 적기적소에 자리를 잡고 있어요.“


선생님은 인체 모형을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어찌나 재미있게 설명을 하시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가끔 우스운 이야기도 덧붙이면서 아주 재미있게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잘 들어보세요. 만일 여러분의 코가 지금처럼 붙어있지 않고 콧구멍이 위를 향해 붙어있다면 가정해 보세요.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아이들은 킥킥거리고 웃고만 있을 뿐,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경수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코가 만일 그렇게 붙어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걱정이 되는 것은 비가 오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콧구멍을 위로 벌리고 있으면 비가 올 때 빗물이 온통 콧구멍으로 들어가고 고이게 되지 않겠어요. 그러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어서 콧구멍 속에 고인 빗물을 쏟아버리기 위해 가끔 머리를 아래쪽으로 내려서 흔들어야 하는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겠어요?“


”하하하…….“

“호호호…….“


경수의 대답을 들은 선생님과 아이들은 더 이상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꼽을 잡으며 까르르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다음에는 까불이란 별명을 가진 성호가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만일 코가 그렇게 달린다면 코를 풀 때에도 큰 문제가 생기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코를 풀 때 콧구멍이 위로 있기 때문에 그 더러운 코가 공중으로 날가가게 될 게 아니겠어요.“

”음, 그야 그렇지. 그래서?“


”그렇게 되면 코가 아무 데나 날아가서 자나가던 사람들의 얼굴이나 옷에 가서 달라붙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잘 차려 놓은 음식상에 날아가게 되면 사람들이 구역질이 나서 음식도 제대로 못 먹게 될 것 같아요.“

성호의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은 또 한 번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너무 웃다가 저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까지 닦고 있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웃음 소리가 조금 잦아지자 이번에는 안경을 써서 더욱 예뻐보이는 인아가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만일 코가 그렇게 붙어 있다면 저처럼 안경을 쓴 사람들이 아주 불편하겠어요. 왜냐 하면 콧구멍에 안경이 걸려서 코로 숨도 쉬기 힘들고 코를 풀어야 할 때마다 안경을 벗어야 하거든요.“


“호호호…….“

”하하하……. 그래, 정말 그렇겠구나!“


듣고 보니 인아의 말도 옳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람의 머리에 귀나 눈, 그리고 코와 입이 꼭 필요한 위치에 적당한 크기로 달려 있는 것이 그야말로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까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경순이가 큰 발견이라도 한 듯 갑자기 큰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딱 한 가지 잘못 붙어있는 게 있어요.“

”그게 뭐지?“


선생님도 몹시 궁금한 듯 경순이를 향해 물었습니다.


”저는 눈이 모두 얼굴에 붙어있을 게 아니라 하나는 손가락 끝에 붙어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지?“


선생님은 몹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궁금하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자 경순이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며칠 전에 집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있었어요. 여기저기 다 찾아보다가 혹시 장롱 위에 있나 하고 살펴보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장롱이 너무 높아서 의자 위에 올라가서 찾아보다가 그만 땅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바람에 조금 다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럴 때 손가락 끝이 눈이 한 개 달려있었더라면 손만 높이 번쩍 치켜들면 장롱 위를 쉽게 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얼마나 편리하고 좋겠어요. 다치지도 않았을 거고요.“


아이들은 경순이의 설명을 들으면서 정말 일 리가 있는 말이라는 듯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매우 좋은 생각을 해냈다는 듯 연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경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습니다.


”경순이의 말은 하나만 알았지 둘은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만일 경순이 말처럼 눈 하나가 손가락 끝에 달렸다면 엄마들이 김장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춧가루와 소금 같은 것이 눈으로 들어갈 텐데 어떻게 눈이 달린 손가락으로 김장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경순이도 여전히 지지 않고 벌떡 일어나서 다시 반박을 하였습니다.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김장을 할 때는 고무장갑을 끼고 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흥, 고무장갑을 끼고 하면 된다고? 그러며 고춧가루나 소금은 들어가지 않을지 몰라고 김장을 버무릴 때 눈동자가 몹시 아플 텐데 어떻게 김장을 할 수 있습니까?“


”어쩔 수 없잖아. 눈이 아프지 않게 살살 버무리면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두 아이의 입씨름은 자연 시간이 아니라 마치 토론장을 방불케 하였습니다. 좀처럼 두 아이의 다툼이 그칠 것 같지 않자 이번에는 다시 선생님이 나섰습니다.


”자자, 이제 그만들 해요. 지금까지 두 사람 모두 아주 좋은 생각들을 해냈어요.

이와 같이 우리 몸의 구조는 생각하면 생각해 볼수록 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


자, 그럼 여기서 숙제를 내주겠어요. 오늘 숙제는 만일 여러분들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구조를 가지고 태어나고 싶은지 각자가 깊이 생각한 것을 모두 써보도록 하세요.


그리고 다음 자연 시간에는 오늘 이 시간처럼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각자 발표해 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어요. 알겠죠?“


”예, 잘 알겠습니다.“


아이들은 일제히 신바람이 나서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자연 시간이 너무 재미있겠다는 듯 벌써부터 부푼 마음으로 다음 자연 시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한국교육개발원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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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생각해 보기 >


* 친구들과 함께 다음 설문에 대해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자세히 적고 난 뒤에 발표를 하도록 한다.

그리고 각자 발표한 내용을 듣고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찾아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① 만일 손가락 끝에 눈이 달렸다고 가정했을 때 편리한 점과 불편한 점을 생각이 나는 대로 모두 적어보 세요.

② 코가 거꾸로 달려있을 때의 불편한 점을 더 깊이 생각하고 적어보세요.


③ 평소에 자신이 이런 몸을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바라고 있던 점이 있다면 그것을 그림 으로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이유를 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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