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지 않고 사는 나라

[사고력 신장 동화]

by 겨울나무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동철아, 너 혹시 돈 좀 없니? 나 배가 고파 죽겠는데 이럴 때 떡볶이 좀 사 먹으면 좋겠거든.”


마침 떡볶이집 앞을 지나가다가 윤수가 갑자기 군침을 삼키면서 동철이에게 다가오면서 물었습니다.


“야, 너만 배가 고픈 줄 아니? 돈이 있으면 네가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사 먹었겠다.”

“…….”


동철이도 너무 배가 고파 죽겠다는 듯 짜증스러우 표정으로 대꾸하였습니다.


그러자 윤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둘은 입을 꾹 다문 채 그대로 떡볶이 집을 지나갈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말 없이 걸어가다가 동철이가 문득 윤수에게 물었습니다.


“야, 사람들은 왜 배가 고픈 거지? 왜 귀찮게 매일 하루에 세 번씩 밥을 먹어야만 하느냔 말이야?”


“그, 그건 사람이 활동을 하려면 음식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동철이의 너무나 엉뚱한 질문에 윤수는 얼른 이렇게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야, 너무 유식한 체하지 마! 누가 그걸 모르는 줄 아니? 내 말은 하루에 밥을 한 끼씩만 먹어도 하루 종일 배가 고픈 줄을 모르고 지낼 수 있는 음식이 혹시 없을까 해서 묻는 거란 말이야.”


“야, 이 세상에 그런 음식이 어디 있니?”

“내 말이 그 말이야. 세상에 그런 음식이 없으니까 그러는 거지.”


“…….”


윤수는 더 이상 무슨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윤수도 금세 동철이의 말에 솔깃해지고 말았습니다. 동철이의 말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지금보다 훨씬 더 편안한 세월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연 하루에 한 끼만 먹고도 배가 고프지 않은 음식이 혹시 앞으로 나올 수 있을까!’


윤수는 한동안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갑자기 밝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습니다.


“동철아! 네 말이 맞을 거야. 그리고 그런 세상이 언젠가는 오고야 말 거야!”

"뭐어? 그런 세상이 온다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동철이의 물음에 윤수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언젠가 외삼촌이 들려준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외삼촌이 그러는데 언젠가는 그런 음식도 나올 거라고 그랬거든.”

“그래? 그런 게 나오게 된다고? 너의 외삼촌이 뭘 하는 사람인데?”


동철이도 눈이 번쩍해서 밝은 표정이 되어 되물었습니다.


“우리 외삼촌은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유전 공학이라는 것을 공부하고 있대.”

“유전 공학? 그게 뭔데?”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렇지만 유전 공학으로 연구하지 않는 게 없대.”

“그럼 내가 말한 한 끼만 먹어도 하루 종일 배가 고프지 않은 음식 같은 것도 연구한단 말이지? "


“응, 그래. 그런데 그건 음식이 아니라 영양제가 될 수도 있대.”

“영양제라고?”


“응, 앞으로 그 연구가 성공하기만 하면 밥을 먹는 대신 영양제 한 알만 먹으면 네가 말한 대로

하루만 견딜 수 있는 게 아니라 열흘, 또는 1년도 지낼 수 있다는 거야.”


“히야! 그게 정말이니? 그런 세상이 정말 얼른 왔으면 좋겠다!”


윤수의 설명을 들은 동철이는 금방 얼굴빛이 환해지면서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윤수가 엉뚱한 말을 꺼냈습니다.


“난 말이지. 어쩌면 그런 영양제를 발명하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아니 왜?“


윤수의 말에 동철이는 뜻밖이라는 듯 둥그렇게 된 눈으로 되물었습니다.


“만일 그런 게 나오면 말이지. 엄마들이 밥도 안 하고, 또 모든 사람들이 일도 안하고 편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는 즐거움 때문에 살아가고 있지 않니?”


"으응, 그렇구나. 그렇다면 만일 그런 영양제가 나온다면 그걸 먹지 말고 매일 밥을 해 먹으면 되잖아?”


“야, 그게 말이 되니? 그리고 그거 말고도 큰 문제가 또 있단 말이야.”

“또 문제가 있다니?”


“사람이 살아가는 재미라는 게 뭐겠니? 좀 힘이 들긴 하지만, 그날그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즐거움이잖아. 그런데 만일 그런 영양제가 나오면 일도 하지 않고 모두가 게을러질 게 뻔하지 않니?”


“으이그, 난 또 뭐라고. 별 걱정을 다한다. 먹을 걱정이 없는데 좀 게을러지면 어떠니? 먹을 것이 없을 때 게으름을 피우는 게 문제지.”


“그래? 그럼 넌 사람들 모두가 먹기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니, 아니면 살기 위해 매일 밥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쭈, 너 이제 보니 제법인데! 하지만 난 그렇게 복잡한 말은 잘 몰라. 그래서 그런 얘기는 취미도 없고. 난 어쨌든 그런 영양제가 빨리 나왔으면 정말 좋겠어.”


“그런 넌 만일 그런 영양제가 나온다면 그걸 먹고 그 나머지 시간에 뭘 할 거니?”

“뭘 하기는.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장차 우리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도 많이 해야지.”


“그럼 네가 말하는 훌륭한 일이라는 게 뭔데?”

“열심히 일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또 나라를 위하여서는 외화도 많이 빌어들여야지.”


“그러니까 내 말은 먹을 걱정이 별로 없는데 돈은 많아서 뭘 하느냐구?”


“…….”


윤수의 물음에 동철이는 그만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윤수의 말대로 만일 그런 영양제가 나온다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1. 만일 유전 공학의 발달로 영양제 한 알만 먹어도 밥을 먹지 않고 한 달이나 1년을 견딜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그 후에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2. 우리가 밥을 먹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배가 고파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일까요?


3. 우리 인간은 저마다 먹기 위해 부지런히 일을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살기 위해 매일 밥을 먹고 있는

것일까요?


4. 만일 ‘먹을 걱정이 없는 나라’ 에서는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또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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