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개울가의 미녀(1)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경기도 앙주군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그 마을에서는 얼마 전부터 해괴한 사건이 벌어지곤 하였다. 멀쩡하게 살아 있던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숨을 거두곤 하는 끔찍한 일이 자주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목숨을 잃고 죽은 사람들은 모두가 남자들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 만날 때마다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수군거리곤 하였다.


"뭐라구? 이번엔 개똥이 아범이 또 세상을 떴다구?“

"글쎄 간밤에 또 변을 당했다지 뭔가, 그거 참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라니까.“


"이번에는 며칠만이지?"

"그 여자를 만난 지 아마 사흘인가 됐다지."


"허어, 그거 그 여자를 만났다 하면 다들 사흘을 넘기지 못하는구먼.”

"그러니까 한 달 사이에 벌써 다섯 명이나 변을 당하지 않았겠나.“


"누가 아니래. 이거 이러다가는 얼마 안 가서 살아남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겠는걸.“

"그러게나 말이야. 이거 어디 겁이 나서 살 수가 있어야지.”


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조그만 개울이 하나 있었다. 개울에는 항상 맑은 물이 여울지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 옛날부터 정이 들대로 든 개울이었다.


우선 그 무엇보다도 빨대를 하기는 아주 그만한 곳이 없어서 이 마을 아낙네들에게는 더 없이 정이 들대로 든 개울이었던 것이다.


무더운 여름철이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이른 아침부터 해가 넘어갈 때까지 더 없는 놀이터가 되어 주기도 하였다. 시원하게 목욕도 할 수 있고, 고기잡이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온종일 들판에서 고된 일을 하다가 일손을 마친 농부들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흙투성이가 된 손과 발을 닦는 데에도 아주 요긴하게 쓰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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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 가지, 이 마을 사람들은 일을 하러 들에 나갈 때나, 읍내 장에 오갈 때에도 반드시 이 개울을 건너며 오가야 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이 개울은 아주 정이 들 대로 든 개울이었다.


그런 개울이었는데 약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등골이 으스스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온 마을 사람들 모두를 공포로 떨게 만드는 장소로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아, 글쎄 그놈의 처녀인지 뭔가가 저녁때만 되면 슬그머니 개울에 나타나곤 한다지 뭐예요."


"어떻게 생긴 여자랍디까?"

“새파랗게 젊은 여잔데 여간 예쁘게 생기 잘 생기지를 않았대요.”


"그래서요?”

"그런 여자가 갑자기 개울가에 소리없이 나타나서는 늘 아무 말없이 갈광질광 한다지 뭐예요."


"갈팡질팡하다니, 그건 왜요?"


"글세, 그 여자는 언제나 그 개울에 나타나서 이리 건널까. 저리 건널까 하고 갈팡질팡하면서 쩔쩔매는 시늉을 한다지 뭐예요.“


“왜 그런 짓을 한 대요?”


“왜 그러다니요. 그게 다 남정네들을 홀리자는 수작이겠죠. 그런 꼴을 본 남정네들이 어디 가만히 있겠어요. 게다가 아주 예쁘게 생긴 새파랗게 젊은 여자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구요. 그래서 지금까지 그 여자를 만난 남정네들마다 이게 웬 떡이냐 하고 그 여자를 업어서 개울을 건너 주곤 했다는 게예요.”


"저런 변이 있나! 쯧쯧쯧……. 그래서 지금까지 그 여자를 업어서 개울을 건너 준 사내들 모두 변을 당하게 되었다. 그거로군요?“


"아, 글쎄 그렇다니까요.“

"그럼 도대체 그 여자는 어디에 사는 누구래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다들 처음 본 여자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그 여자가 혹시 저 너머 공동묘지에서 나온 귀신이 아닐까요?"


"으이구, 끔찍해라. 나도 뭐가 뭔지 통 모르겠수.“


이야기를 나누던 동네 아주머니들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면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이를 참다못한 마을 청년 하나가 다부진 결심 끝에 용감히 나서게 되었다. 마을에서는 제법 힘깨나 쓰는 장사라고 소문이 난 청년이었다.


"어디 내 앞에 한 번 나타나기만 해봐라. 단번에 이 주먹으로 요절을 내고 말 테니까.“


청년은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혼자 개울가로 나갔다. 그리고는 개울가에 우거진 갈대숲 속에 몸을 숨기고 개울가의 동정을 숨을 죽이고 살피면서 여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어떻게 된 일인지 개울가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저 멀리 어느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뿐, 주위는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고 적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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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걸 보니 죽은 사람들 모두가 허깨비를 본 거 아냐?“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어느 틈에 나타났는지 개울 건너편 산기슭으로부터 희끄무레한 물체 하나가 이쪽으로 그림자처럼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닌가!


희끄무레한 그 물체는 마을 뒤 공동묘지 쪽에서 나타나서 개울이 있는 이쪽으로 점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옳지, 소문대로 네가 드디어 나타났구나! 어디 좀 보자.“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미리 준비해 가지고 온 낫을 든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그 그림자는 소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윽고 개울가에 다다른 여자는 개울가 위와 아래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쪽으로 건너오기 위해 마땅한 자리를 찾고 있는 눈치였다.


개울의 물은 무릎까지 찰 정도여서 신을 신은 채 건너온다는 것은 좀 어려운 곳이었다. 그렇다고 개울이 좁은 곳도 없어서 그냥 뛰어 건넌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여자는 무슨 생각인지 신을 벗거나 치맛자락을 걷어 올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쉬지 않고 그냥 건너기에 적당한 자리를 찾는 듯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쩔쩔매고 있었다.


"그거참 답답한 사람이로군!“


한동안 그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던 청년은 그 여자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동정이 앞섰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있는 용기를 다해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


"거, 누구시오?“


"……. "


갑자기 소리치는 바람에 흠짓 놀란 여자는 잠깐 이쪽을 바라보고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개울을 건널 자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부지런히 허둥지둥 헤매고만 있었다.


"물이 깊지 않아요! 그러니까 치마를 조금만 걷어 올리고 건너오시오!”


“…….”


청년의 소리쳤지만, 여자는 이번에도 아무 대꾸가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개울가를 이리저리 해매고만 있었다.

그러자 청년은 다시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그럼 혹시 제가 가서 건너 드려도 될까요?“


“…….” ( * )


- 1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