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개울가의 미녀(2)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여자는 그제야 마침 잘 됐다는 듯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약간 끄덕여 보이고 있었다.

청년은 한달음에 개울을 뛰어 건너갔다. 처녀의 얼굴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정말 그렇게 예쁘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마치 그림책에서 본 선녀의 모습보다도 더 아름답고 황홀한 모습이었다.

목소리는 매우 가냘프면서도 청년의 가슴을 흔들어 놓고도 남을 정도로 정감이 넘쳐흘렀다.

청년은 곧 여자 앞에 등을 돌려대며 말했다.


"괘, 괜찮으시다면 제 등에 업히실까요? 제가 업어서 건너드릴게요.“

"이거 초면에 너무 죄송해서 어쩌죠?”


“아, 아닙니다. 죄송하기는요.”

여자는 마치 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서슴지 않고 청년의 등에 업혔다. 마침내 여자를 등에 업은 청년은 개울을 건너기 시작했다.


“첨벙! 첨벙! 첨벙……!”


청년이 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개울물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어둠의 적막을 깨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이번에는 여자가 등에 업힌 채로 먼저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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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워서 힘들지 않으세요?”


그러나 청년은 첨벙거리는 물장구 소리 때문에 여자의 말을 미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라구요? 물소리 때문에 제대로 듣지를 못했어요.”

그러자 여자는 더 큰 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무겁지 않으시냐구요?"


"아, 아닙니다. 무겁기는요. 댁처럼 아름다운 분이라면 십 리가 아니라 백 리를 업고 가도 조금도 힘이 들 것 같지 않은걸요. 허허허…….”


사실 여자는 보기보다 제법 무거운 편이어서 몹시 힘이 들었다. 하지만 청년은 지금 너무나 기분이 좋아 솔직하게 무겁다고 말할 때가 아니었다.


"호호호……. 그러세요? 전 아저씨를 만난 게 정말 다행이에요. 하마터면 개울가를 헤매다가 집에도 못 갈 뻔했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실례지만 댁이 어디신데요?“

”…….“


여자가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청년이 다시 묻게 되었다.


"어디까지 가시는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밤중에 혼자 다닌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 아닌가요? 더구나 아가씨처럼 아름다운 분이라면 더욱 조심하셔야지요.”


”…….“


어떻게 된 일인지 여자는 이번에도 아무 대꾸가 없었다.


‘이 여자가 그새 내 등에서 잠이 들었나?’


청년이 이런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건너는 동안 마침내 이쪽 개울가에 다다르게 되었다.


“자, 이제 그만 내리실까요? 이제 개울을 다 건너왔거든요.”


”…….“


청년이 이렇게 말하면서 여자를 등에서 내려놓으려고 할 바로 그때였다. 느닷없이 개울 건너편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청년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매우 원망이 가득한 그런 목소리였다.


"이봐요, 젊은 양반! 사람은 그냥 놔두고 옷만 등에 업고 가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어엉?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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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순간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개울 건너편을 바라보게 되었다. 개울 건너에는 아까 그 여자가 벌거벗은 알몸으로 쪼그리고 앉아 소리치고 있었다.


”……!?“


청년은 급히 등에 업힌 여자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어떻게 된 일인지 여자의 치마와 저고리만 땅바닥에 풀썩 떨어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청년이 무겁게 등에 업고 온 것은 사람이 아닌 여자의 치마와 저고리뿐이었던 것이다.

'아,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청년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겁이 나서 온몸이 금방 납덩이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개울 건너편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여자가 청년을 향해 다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앙칼진 목소리로 무섭게 소리치고 있었다.


"조금 전에 우리 집이 어디냐고 물었지? 우리 집은 바로 저기 뒷산에 있는 공동묘지란 말이야. 이제야 알겠어?“

청년은 너무나 뜻밖의 상황에 넋이 다 나간 표정이 되어 한동안 개울 건너에 있는 처녀의 모습만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처녀가 코웃음을 치며 다시 소리치고 있었다.


"흥, 네놈이 나를 잡아 죽이겠다구 여기 나와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니? 그러나 네놈이 나를 죽이기 전에 네놈의 목숨도 아마 사흘을 넘기지 못하게 될 걸. 호호호…….”


청년은 그 말에 더럭 겁을 먹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을을향해 허둥지둥 달려가면서 미친 듯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사, 사람 살려요! 귀, 귀신이 나타났어요!”


청년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심한 몸살을 앓듯 정신을 잃고 공공 앓다가 결국은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말았다. ( * )

- 2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