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육군 OOOO 부대 병원 내무반, 그 내무반은 40여 명의 의무병들이 생활을 하는 곳이었다.
이 부대에서는 연일 갖가지 병에 걸린 병사들, 그리고 훈련 중 심하게 다친 병사들을 밤을 새워가면서 치료를 해주거나 간병을 해주는 중대한 임무를 맡아 일하는 의무병들이었다.
그리고 수시로 급한 상태에서 입원하는 중환자들을 신속하게 응급치료도 해야 하는 그들은 잠시도 마음 놓고 편할 날이 없이 항상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 의무병들이 교대로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내무반에는 며칠 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거참,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란 말이야!“
의무병 김 상병은 며칠 전부터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김 상병이 불침번을 설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김 상병이 불침번을 서는 시간은 매일 밤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가 불침번을 설 때마다 인원 점검을 해보면 내무반원 중에 한 명이 부족하곤 했다.
’내가 혹시 잘못 센 건 아닌가?‘
그다음 날 밤에도, 또 그다음 날도 아무리 몇 번이고 다시 세어 보아도 한 명이 부족하기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그 이튿날의 일이었다. 밤에 불침번을 설 때는 아무리 확인을 해 보아도 한 명이 부족하던 인원이 그 이튿 날 아침만 되면 부족했던 인원이 도로 채워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불침번을 설 때 누가 자리를 비웠나를 확인하기 위해 침낭과 모포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잠이 든 전우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기 위해 침난이나 모포를 젖혀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거 정말 위에 보고를 할 수도 없고 큰일인걸!”
며칠동안 그런 고민을 해오던 어느 날, 김 상병은 결국 이 괴이한 일을 혼자 해결해 보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오늘 밤 12시, 오늘도 어김없이 김 상병의 불침번을 시간이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듯, 그리고 법규가 그렇듯 김 상병은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 어깨에 총을 멘 다음 준 무장 차림으로 불침번을 서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따라 몹시 긴장한 상태로 한동안 내무반 통로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내무반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가 슬그머니 침상 한쪽 귀퉁이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가끔 고개까지 끄덕거리면서 졸고 있는 척하였다. 그러면서도 가늘게 실눈을 뜬 채 신경을 곤두세우고 내무반 안의 동정을 부지런히 살피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끔 여기저기에서 코를 심하게 골고 있는 소리와 고향 생각을 하며 이따금 잠꼬대를 하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약 이삼십 분쯤 지났을 때였다.
김 상병이 앉아 있는 내무반의 반대편 출입구 쪽에서 자고 있던 전우 하나가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다. 김상병은 숨을 죽인 채 몹시 긴장한 눈빛으로 그의 일거일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꿈틀거리고 있던 그 병사가 마침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앉더니 김 상병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는 게 아닌가!
김 상병은 실눈을 뜬 채 자세히 살펴보니 그는 다름 아닌 오 병장이었다. 오 병장은 평소에도 다른 전우들보다는 좀 이상한 구석이 있던 전우였다. 오늘따라 그의 행동이 몹시 무섭고 두려웠다.
김 상병은 쥐 죽은 듯 바짝 긴장을 한 채, 여전히 졸고 있는 척하면서 오 병장의 일거일동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살피고 있었다.
오 병장은 김 일병이 완전히 잠이 들어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안심을 했는지 여전히 김 상병 쪽을 흘금흘금 바라보며 소리가 나지 않게 군복을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김 상병을 바라보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내무반 출입문을 살며시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밤중에 도대체 어딜 가는 거지?‘
김 상병은 바짝 긴장이 되어 곧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음을 진정하고 오 병장이 방금 나간 출입문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가게 되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출입문 앞에 다다른 김 상병은 조금 벌어진 문틈을 통해 밖을 조심스럽게 내다보게 되었다. 밖이 좀 어둡기는 했지만 오 병장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지금 막 밖으로 나간 오 병장은 혹시 누가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지 아주 조심스럽게 가끔 뒤를 흘금흘금 돌아보며 계속 어디론가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었다.
김 상병은 슬그머니 출입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오 병장이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숨을 죽인 채 그의 뒤를 조금씩 미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뒤, 오 병장이 가고 있는 곳은 엉뚱하게도 쓰레기장이었다. 그 쓰레기장은 시멘트 벽돌을 사각형으로 높게 쌓아 올린 대형 쓰레기장이었다. 그리고 부대에서 나오는 온갖 쓰레기들을 모두 버리는 곳이었다.
"아니 저 사람이 이 밤중에 무슨 일로 저길 들어가고 있지?“
김 상병은 벽에 바짝 붙어 몸을 숨긴 채, 오 병장의 수상한 태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쓰레기장으로 들어간 오 병장은 마치 잃어버린 물건이라도 찾으려는 듯 허리를 굽힌 채 그 넓은 쓰레기장의 여기저기를 열심히 뒤져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끔 무언가를 주워들고 유심히 살펴보고는 던져 버리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주웠다가는 던져 버리는 일을 연신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가 계속해서 줍고 있는 것을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은 놀랍게도 부상병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붙였다가 버린 붕대나 가제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저 녀석이 갑자기 돌았나? 하필이면 왜 저렇게 더러운 것들만 골라보며 저 야단이지?‘
김 상병은 점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안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김 상병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의 일이었다.
오 병장은 이번에도 또다시 시뻘건 피와 고름이 묻은 구질구질하고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쓰레기장 바닥에서 가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반창고가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는 가게였다. 그는 그것을 매우 소중한 물건이라도 다루듯 두 손으로 정성껏 펴서 자신의 눈앞에 가까이 가져가더니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가제는 멀리서 보기에도 아직 시뻘건 피와 고름이 흥건히 젖어 있는 것으로 보아 불과 몇 시간 전에 상처에서 떼어낸 가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 병장은 그 가제를 자신의 코에 바짝 들이대더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흐뭇하고도 만족한 표정으로 싱그레 웃고 있었다. 매우 음산하면서도 징그러울 정도로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순간이었다. 오 병장은 그 가제에 묻어 있는 피와 고름을 혀를 내밀더니 아주 맛이 있다는 듯 싹싹 핥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앗! 세상에 저럴 수가!“
그 광경을 본 김 상병은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오 병장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시뻘건 피와 고름으로 얼룩진 가제와 붕대를 골랐을 때마다 너무 만족한 표정으로 싱글싱글 웃으며 빨아 먹는 일을 한동안 반복하고 있었다.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는 저럴 수는 없는 일이야!“
김 상병은 너무나 두려움에 질려 오금이 저려오는 바람에 더 이상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면서 그만 발길을 돌려 내무반으로 향했다.
내무반으로 돌아온 김 상병은 곧 모포를 찾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잠자리에 누웠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잠이 든 척하고 누운 채 시선은 자꾸만 출입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 지났을까! 내무반의 출입문이 스르르 소리 없이 열리더니 마침내 오 병장이 내무반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무반에 들어선 오 병장은 아무 조용히,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일단 내무반 안을 무서운 눈초리로 빙 들러 보더니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 우선 출입문이 있는 쪽에서 맨 앞의 자리에 자고 있는 전우의 코에 자신의 코를 바짝 들이대고 킁킁 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냄새를 맡아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다시 그다음 전우의 코에 자신의 코를 바짝 들이대고 냄새를 맡는 일을 계속하면서 김 상병이 누워 있는 쪽으로 차츰차츰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무슨 냄새를 저렇게 열심히 맡고 있는 거지? 그리고 무얼 찾으려고 저 야단이지?‘
오 병장이 가까워질수록 김 상병은 숨이 곧 멈출 것만 같은 불안감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까 자신의 뒤를 미행했던 사람을 찾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렇게 차츰차츰 다가오는 동안 결국 이번에는 김 상병의 차례가 되었다.
이윽고 소리없이 살그머니 다가온 오 병장은 다른 전우들한테 했던 대로 이번에도 허리를 굽히더니 김 상병의 코에 어김없이 자신의 코를 바짝 대고 냄새를 맡아보기 시작했다. 그런 오 병장의 입과 코에서는 비린내가 나는 고름 냄새와 피냄새가 역겨울 정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 상병은 너무 가슴이 떨려 금방이라도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그러나 꼼짝없이 여전히 잠이 든 척하고 그대로 누워 있을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한동안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냄새를 맡고 있던 오 병장이 갑자기 두 손으로 김상병의 목을 힘껏 조이면서 마치 이제야 범인을 찾았다는 듯 성난 목소리로 크게 소리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김 상병은 목이 바짝 조인 상황이어서 계속 캑캑거리다가 마침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 병장은 심한 몽유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던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