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아주 옛날, 충청북도 괴산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시골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는 젊은 부부 한 쌍이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비록 살림살이는 넉넉지 않았지만 그들 부부가 그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금슬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법, 그처럼 행복한 부부에게도 어느 날부터인가 불행의 그림자가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건강했던 남편이 갑자기 몸이 쇠약해지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자리에 몸져눕게 된 것이었다. 한번 자리에 누워 앓기 시작한 남편은 다시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평소에 남편은 다른 것은 몰라도 건강 하나 만큼은 그 누구 못지않게 자신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병이 들기 전까지는 감기나 몸살 같은 잔병조차 전혀 몰랐다. 그토록 건강하던 남편이 알 수 없는 병이 들게 되자 아내는 앞으로 혼자 살아갈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했다.
그동안 용하다고 소문이 난 의원에게도 여러 차례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어떤 의원도, 그리고 이 세상에 좋다는 약도 모두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생각다 못한 아내가 이번에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아주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보게 되었다.
한동안 두 눈을 꼭 감은 채, 요령을 힘껏 흔들고 있던 점쟁이가 매우 심각해진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거 참, 난감한 일이로군!“
아내는 겁에 질린 얼굴로 점쟁이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난감한 일이라니요?“
그러자 점쟁이가 답답하다는 듯 아내를 향해 퉁명스럽게 소리쳤다.
“이제 헛고생은 그만하고 아예 포기하는 게 좋겠어. 그 병은 고치기가 어렵단 말이야!”
"아닙니다.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겠습니다. 제발 방법을 좀 말씀해주세요.“
점쟁이는 몹시 안다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딱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점쟁이의 말에 아내는 눈이 번쩍 띄었다. 그래서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면서 다시 애원을 하게 되었다.
"네? 방법이 있다고요? 그 방법이란 게 어떤 것인지 제발 가르쳐주기만 하십시오. 이렇게 빕니다.“
“글쎄, 그 방법이란 게 원체 너무 어렵고 고약한 일이라서…….“
”괜찮습니다. 그런 건 염려 말고 제발 일러만 주십시오. 아무리 어려워도 무슨 일이든지 하겠습니다.”
그러자 점쟁이는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무거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점쟁이의 그 딱 한 가지란 사연을 듣고 보니 그건 정말 안 들으니만 못한 일이었다. 남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끔찍하게도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체의 넓적다리를 구해다가 고아 먹여야만 된다는 설명이었다.
점쟁이의 설명을 들은 아내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너무나 끔찍한 일이어서 사람으로서는 차마 못할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결국 그 끔찍한 일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마음을 굳게 다져 먹었다. 남편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그래, 그렇지, 거기를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을 거야!”
그날 저녁, 일단 결심을 굳힌 아내는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어서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때가 되면서 차츰 사방이 어두워지자 아내는 재빨리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식칼을 번쩍 집어들었다.
“그래. 이거 하나면 문제 없을 거야!”
아내는 곧 날이 시퍼렇게 선, 식칼을 치마폭에 숨겨가지고 그 길로 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캄캄하게 어두운 뒷산 길을 부지런히 오르기 시작했다. 아내는 지금 뒷산 너머에 있는 공동묘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이틀 전에 이웃 마을에 살고 있던 젊은 남자가 갑자기 죽어서 오늘 장례를 치렀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는 동안 날씨가 흐리는가 했더니 이따금 굵은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가 후드득거리며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지면서 어느새 아내가 입은 옷은 빗물로 흥건히 젖어버리고 말았다.
길도 제대로 나지 않은 험한 산길을 쉬지 않고 허겁지겁 오르는 동안 아내의 등에서는 굵은 땀방울마저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채 헝클어진 머리, 흰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그의 모습은 누가 보면 흡사 유령이나 귀신으로 보일 정도로 무서운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이윽고 공동묘지에 다다랐다. 아내는 새로 쓴 무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정신없이 미친 사람처럼 헤매고 있었다. 이젠 무서운 것도 없었다.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 여기로구나!“
아내는 마침내 오늘 시체를 묻은 산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금방 잔디를 입힌 산소는 비를 맞아 시뻘건 흙물이 빗물과 함께 씻겨 흘러내리고 있었다.
평소에 아내는 유난히도 겁이 많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를 일일이었다.
아내는 곧 식칼을 이용하여 산소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흙과, 빗물과 땀으로 뒤범벅이 된 아내의 모습은 그야말로 무서운 괴물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한동안 땅을 파헤치다 보니 마침내 관이 나나탔다. 그리고 관속의 시체가 드러났다. 그런 중에도 아내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남편의 병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마침내 시체의 한쪽 다리를 꽉 잡더니 식칼을 번쩍 들고 내리치며 다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조금 뒤 살점이 있는 부분이 모두 잘려나가자 이번에는 뼈가 있는 부분을 있는 힘을 다해 식칼로 사정없이 찍어대기 시작했다.
칼날과 뼈가 맞닿아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밤의 적막을 깨뜨리며 산골짜기를 요란스럽게 울려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제야 우리 서방님의 병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단 말이야, 흐흐흐…….“
그런 중에도 아내의 미친 사람처럼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은 마치 귀신이나 마귀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었다.
아내는 금방 잘라낸 시체의 한쪽 다리를 치마폭에 소중하게 싸서 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두운 산길을 허둥지둥 급히 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자꾸만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쏟아져 길도 몹시 미끄러웠다. 그래서 돌부리나 나무등걸에 걸리고, 미끄러지면서 벌써 몇 번이나 심하게 나동그라졌는지 모른다.
나뭇가지에 걸려 치마와 저고리가 찢기면서 나동그라지는 동안 아내의 온몸은 흙물과 핏물로 얼룩져 보기 만 해도 끔찍하고 흉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마음이 급한 아미는 미친 듯이 집을 향해 허둥지둥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뒤에서 갑자기 어느 남자가 급히 쫓아오며 애원하듯 소리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겁을 해서 깜짝 놀란 아내는 자신도 모르게 힐끗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아! 그 순간 아내는 그만 기절을 할 뻔하고야 말았다.
아내의 바로 뒤에는 어느 틈에 사내 한 사람이 허둥지둥 필사적으로 쫓아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아까 무덤에서 다리가 잘린 바로 그 시체, 아니 그 사내가 한쪽 다리가 잘린 채 한쪽 다리에 의지한 채 죽을 기를 쓰며 쫓아오고 있었다.
그 사내는 지금 아내가 치마폭에 소중하게 싸서 들고 있는 다리를 제발 내놓으라고 애원을 하면서 가끔 손을 내밀며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사내가 무서워서 순순히 다리를 내놓을 아내가 아니었다. 아내는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또다시 죽을 힘을 다하여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내 다리! 내 다리 내놔!제발 내 다리 좀 놓고 가라니까!“
사내 역시 여전히 한쪽 다리로 무섭게 쫓아오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남자의 손에 금방 잡힐 듯 하면서도 그때마다 용케도 남자의 손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곤 하였다.
마침내 집 앞에 다다른 아내는 안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재빨리 대문 빗장을 걸어 닫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대문 밖에서는 여전히 사내의 애절한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대문을 요란스럽게 흔들며 열어달라고 처절하게 애원을 하는 사내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울부짖음과 같은 사내의 처절한 목소리는 공동묘지가 있는 산으로 점점 멀어져가는가 했더니 마침내 귓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후유우~~~ 이제야 살았구나!“
아내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곧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무덤에서 가지고 온 사내의 넓적다리를 가마솥에 첨벙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정성껏 고기 시작했다.
그러게 몇 시간이 지난 뒤, 마침내 가마솥에서는 사내의 다리가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끓고 있었다.
방안에서는 여전히 기력이 다 빠진 남편의 신음소리가 간간히 가냘프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보, 이 약 좀 드셔어보세요. 이것만 드시면 당신은 곧 씻은 듯이 낫는대요.”
이윽고 아내는 지금까지 넓적다리를 고은 약사발을 정성스럽게 들고 들어와서 남편에게 권했다.
그러나 남편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까짓 약을 자꾸만 먹어선 뭘 해. 내 병은 이제 그 어떤 약도 아무 소용이 없다니까.”
"아니어요. 그렇지 않아요. 이 약만 드시면 이번엔 정말 나을 수 있다니까요.“
아내는 누워있는 남편의 입에 억지로 약을 한 숟갈씩 떠 먹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의 정성을 생각해서였는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억지로 한 모금씩 받아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마침내 거짓말처럼 놀라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새 깜박 잠이 들었던 남편이 잠에서 깨어나더니 뜻밖에도 힘에 넘치는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여는 것이 아닌가!
"여보, 나 좀 일으켜줘 봐요!"
"아니, 왜요?”
"글쎄,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몸이 가벼워지면서 병이 다 나은 거 같은 기분인걸. 자, 어서!”
"그, 그게 정말이세요?“
아내는 이게 꿈이 아닌가 하고 깜짝 놀란 얼굴로 남편을 부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의 부축을 받지 않고도 아주 쉽게 혼자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아내는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면서 남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묻게 되었다.
"여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가만히 보니까 당신 안색도 갑자기 몰라보게 아주 좋아졌어요.”
"그래? 하늘을 날 것처럼 아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인걸. 그리고 아픈 데도 없구, 여보, 이번에는 일어나서 좀 걸어 봐야 되겠소.“
"어머, 그래 보시겠어요?”
남편은 이번에도 아내의 부축을 받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가볍게 벌떡 일어섰다. 그런 모습을 보자 아내는 너무나 좋아 금방이라도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놀라움이나 기쁨도 잠시,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남편의 얼굴 표정이 갑자기 괴물처럼 사납게 일그러지면서 소리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엉? 그런데 내 한쪽 다리는 어디로 간 거지?“
”으아악!“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내는 외마디 소리로 비명을 지르면서 그만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멀쩡하게 붙어 있던 남편의 한쪽 다리는 어디로 갔는지 그 모습조차 온 데 간 데가 없었다. 그리고 남편은 다리 하나가 잘려나간 채, 한쪽 다리로만 의지하고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남편의 모습은 마치 괴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아까 공동묘지에서 한쪽 다리로 무섭게 쫓아오며 다리를 내놓으라고 애원을 하고 소리치던 바로 그 사내의 모습과 꼭 닮아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