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4층 화장실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오래전, 충청도의 어느 시골에 태어나면서부터 남달리 부모님의 각별한 보살핌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주 귀엽게 자란 남자아이가 있었다. 3대 독자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복남이었다. 금이야 옥이야 할 정도로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란 복남이가 어느새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입학식 날, 복남이 엄마는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 어려운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선생님은 입학을 하자마자 어려운 부탁을 하겠다는 바람에 조금 긴장한 얼굴로 되묻게 되었다.


그러자 복남이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아이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화장실에 가게 될 경우가 자주 있지 않겠습니까?”

"그야 물론이지요.”

"그때 우리 복남이만은 절대로 혼자 가지 않도록 선생님께서 도와주셨으면 해서요.“

"네에? 꼭 그렇게 해야만 할 무슨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습니까?“

담임 선생님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아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장실에 갈 때 혼자 간 일이 없거든요.”

"아, 그랬군요. 그렇다면 복남이가 화장실에 혼자 가기가 무서워해서 그런 부탁을 하시는 것인지요?“


복남이 어머니의 말에 선생님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사실은 그, 그런 게 아니라…….”

복남이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런 부탁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유별난 부탁을 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복남이 아버지는 자손이 귀한 3대 독자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절대로 대를 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찍 결혼을 하였으나 결혼을 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어떻게 된 일인지 그토록 꿈속에서까지 바라고 소망하던 자식은 영 소식이 없었다.

아기를 보게 해 준다는 소문난 특약도 많이 복용해보고 아기를 낳게 해준다는 말에 용하다는 부처님에게 가서 빌어도 보았다. 점쟁이를 찾아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복남이는 힘이 쭉 빠진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보, 이제 우리는 해볼 만큼 다 해봤어. 하지만 여기서 그냥 포기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하라구요.“


"그러니까 속는 셈 치고, 내일 새벽부터는 성황당에 가서 백일기도를 드려보는 게 어떨까? 소문에 듣자니 아랫마을 순희 엄마도 거기 가서 백일기도를 드리고 결국 아이를 갖게 되었다잖아.”

성황당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 어귀에 있는 나지막한 산에 자리잡고 있었다.


복남이 어머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솔깃하여 복남이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누구나 일단 궁지에 몰리게 되면 하다못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더니 복남이 엄마 역시 그런 심정으로 백일기도를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이윽고 어느 날 새벽, 그 날은 복남이 어머니가 마침내 백일기도를 마치게 되는 마지막 날이었다.


“이봐라! 고개를 들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렸다!”

“허걱!”


지금까지 두 눈을 꼭 감고 허리를 굽혀가며 열심히 빌고 있던 복남이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게 되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틈에 왔는지 성황당 돌더미 위에 웬 할머니 한 분이 버티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카랑카랑한 목소리, 그리고 백발을 흩날리며 지팡이를 짚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말로만 들어오던 삼신할머니임에 틀림없었다.


복남이 어머니는 두렵기도 하지만 금방 반가운 표정이 되어 할머니에게 묻게 되었다.

"누, 누구시온지요?“


"호호호……. 난 자네처럼 아기를 갖지 못하는 여인네들의 아기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머니이니라.”

"오!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제발 저에게도 떡두꺼비 같은 아기 하나만 점지해 주시옵소서, 제발 이렇게 비옵니다.“


복남이 어머니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이번에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삼신할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 그동안 자네의 지성이 하도 지극하고 갸륵하여 못 본 체할 수가 없어서 내가 이렇게 그대를 찾아오게 되었느니라.“


“감사하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복남이 어머니는 벅찬 기쁨을 이기지 못해 여전히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연신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고 있었다.

"내가 자네의 소원대로 당장 떡두꺼비 같은 남자아기를 하나 점지해주겠노라! 그 대신 명심하고 꼭 지켜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느니라.”


"그, 그게 무엇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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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앞으로 절대로 화장실에 혼자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하느니라. 내 말 다시 한번 명심하렷다!”


"예예, 명심하고 말굽쇼. 그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화장실에 가는 것은 왜 안된다는 것이온지요?“


”…….“


복남이 어머니는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평평 흘리며 묻게 되었다. 그리고 삼신할머니의 대답을 들어보려고 막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돌무더기 위에 앉아 있던 삼신할머니가 연기처럼 소리 없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 것이 아닌가.


”……?“


그런지 얼마 뒤, 복남이 어머니는 정말 삼신할머니의 말대로 거짓말처럼 꿈에도 소망하고 바라던 아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부모님의 특별한 보살핌 속에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서 마침내 입학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장실에 갈 때는 혼자서 간 일이 없는 아이랍니다.“


복남이 어머니의 설명을 자세히 들은 선생님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특별히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선뜻 승낙을 해주게 되었다.


그 뒤부터 복남이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같은 반 친구들과 같이 가도록 일러주었다. 선생님이 특별히 당번제를 두어 친구들이 번갈아 가며 같이 갈 수 있게 특별히 배려를 해주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친구들마다 한결같이 그런 이상한 일을 꺼려하면서 싫다고 야단들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신신 부탁을 하는 바람에 차츰 여러 날이 지나면서 친구들 모두가 으레 그렇게 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응해 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 저 화장실 좀 보내주세요!"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앉아서 곧잘 공부를 잘 하고 있던 복남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우거지상이 되어 급히 화장실을 가겠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복남이가 공부를 하고 있는 교실은 4층 건물이었다. 그리고 화장실 역시 4층 복도 맨 끝에 자리잡고 있었다.


선생님이 복남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공부 시간에 화장실은 웬 화장실이니? 그럼 이번에는 큰 거니? 작은 거니?“


”대, 대변입니다.”


복남이가 여전히 인상을 찡그린 채 대답하였다. 그 바람에 아이들이 일제히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럼 빨리 다녀오도록 하렴. 그리고 같이 가는 거 동수 너 알았지?“


선생님은 그날 화장실에 같이 가기로 약속이 된 당번인 동수에게 눈짓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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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두 손으로 배를 잔뜩 움켜쥔 복남이의 뒤를 따라 곧 동수가 뒤쫓아 나갔다. 4층 복도 한쪽에 있는 화장실까지의 거리는 꽤나 먼 거리였다.

"야, 임마. 복남아, 공부 시간에 갑자기 웬 화장실이니?“


교실 밖으로 나온 동수가 복남이의 뒤를 따라가면서 못마땅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미, 미안해. 그렇지만 금방 싸겠는 걸 어떡해?"


"짜아식, 그럼 빨리 싸고 나오라구. 알았지?”


“응, 알았어.”


이윽고 화장실에 다다른 복남이는 급히 볼 일을 보러 들어가고, 동수는 밖에서 망을 보면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야아, 다 싸려면 아직 멀었냐?”


동수가 지루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화장실을 향해 소리쳤다.


“응, 이제 막 1층이 끝났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동수의 물음에 오늘따라 복남이가 이상하게도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뭐라구? 야, 임마, 똥을 다 누었느냐고 묻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자 복남이가 이번에도 여전히 동문서답을 하고 있었다.


"그래, 지금 방금 2층 일도 거의 끝이 났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니까.”


“뭐라구?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는 무슨 소리야. 이번에는 3층 차례란 말이야.”


동수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묻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복남이가 엉뚱한 대답만 하는 바람에 약간 겁이 나기도 하였다.


"야, 이 미친놈아,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하고 얼른 나오란 말이야. 끝난 거야, 아직 먼 거야?“


"이제 거의 다 끝났어, 조금 전에 3층이 끝났으니까 이제 4층만 남았다니까.“


”……?“


동수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복남이가 이런 엉뚱한 대답을 하고 난 조금 뒤의 일이었다.

“동수야! 드디어 4층이야! 으아아악~~~!"


이번에는 갑자기 화장실 안에서 곧 숨이 넘어갈 듯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귀가 찢어질 듯이 악을 쓰는 복남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겁을 하며 놀란 동수는 급히 화장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복남이가 볼일을 보고 있던 화장실을 확 열어젖혔다.


"아, 아니, 이럴 수가! 으아아악~~~!“


순간, 동수는 그만 그 자리에 정신을 잃고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차마 두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화장실 바닥에는 죽은 복남이가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이 말을 주고 받던 복남이가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화장실 바닥에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쓰러진 복남이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시뻘건 피가 흥건히 고여 화장실 밑으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끔찍한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복남이의 시체는 끔찍하게도 네 토막으로 잘려 있었던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