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나무 Feb 15. 2021

코골이 수술 후기

[두통에도 효과가 있다는 말에 이번에는 코골이 수술을]

병이 많으면 그리고 물에 빠지게 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귀가 얇아지고 주관도 따라서 약해지는 것 같다.        


어느 날 신문을 보고 또다시 솔깃해지고 말았다. 코골이 수술을 하게 되면 수면을 제대로 하게 되어 두통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기사였다. 내 귀는 그만큼 여리고 얇아졌던 것이다. 그때가 아마 90년대 초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코골이 수술을 잘한다는 그 기사가 신문에 난 병원은 마침 신길동에 있었다. 이 또한 웬 떡이냐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다시 마음까지 들뜨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나처럼 코를 골고 두통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꼭 받아야 할 수술이라는 확신을 굳히게 되었다.      


도대체 코골이 수술은 또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하는지도 전혀 몰라 일단 병원으로 전화부터 해보게 되었다.


레이저로 하게 되는 수술인데 20분 정도면 끝나는 매우 쉽고도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쉬운 수술이라니! 이게 또 웬 반가운 소식이란 말인가!     


이번에야말로 속지 않겠지! 난 이런 믿음을 가지고 무작정 수술을 받기 위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지난번에 마산에 비하면 홍제동에서 신길동까지는 아주 가까운 이웃 동네였다.      

전철역에서 약 10분 정도 걷게 되는 약간 먼 거리이기는 했지만, 병원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소규모의 작은 병원이었다.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웬일인지 연기가 너무 자욱하여 앞이 잘 안 보일 정도였다. 난 몇 해 전에 세브란스에서 축농증 수술을 할 때 냄새 맡는 기관까지 제거하는 바람에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었지만, 아내는 들어서자마자 코를 두 손으로 꼭 틀어막으며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안절부절을 못하고 있었다.      


하도 궁금하여 무슨 냄새냐고 물었더니 돼지고기 굽는 냄새와 비슷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하였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간호사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 수술실 안에서 레이저로 코골이 수술을 하고 있어서 거기서 나는 냄새라고 설명해 주었다.  

    

조금 긴장을 하고 기다리다 보니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다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좀 무섭기도 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곧 입 안에 주사기를 넣고 마취를 시키더니 잠시 뒤에 벌린 입으로 마치 드라이기 같은 기구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다음에는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레이저 불빛으로 생으로 목구멍을 태우기 시작했다. 수술실 안은 다시 나의 목을 태우는 연기로 자욱해지고 말았다. 아마도 마약성이 강한 스테로이드 성분이 강한 마취제를 써서 그런지 다행히도 전혀 통증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약 10여 분가량이 지나자 수술이 모두 끝났다며 의사가 작은 손거울을 내주었다. 수술 결과를 스스로 보라며 목구멍 안을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목젖은 태우지 않고 그대로 살려가면서 수술은 아주 잘 됐다고 매우 만족하다는 듯 웃는 낯으로 자신만만하게 설명하였다.   

   

아닌 게 목구멍 속을 들여다보니 목구멍이 온통 시꺼멓게 다 태운 끔찍한 모습이어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흉찍스럽게 다 탄 목구멍에 목젖만은 겨우 남아 있었다. 어쨌거나 수술이 아주 잘 됐다니 나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수술이 끝나자 병원에서는 약 30여 개나 되는 1회 용 주사기 한 상자와 약을 한 보따리나 되는 짐을 챙겨 주었다. 만일 집에 가서 진통이 심하게 올 때마다 약도 먹고 손수 주사를 맞으라고 하였다. 그래도 도무지 참기가 힘들 정도로 통증을 느끼게 되면 바로 병원으로 급히 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난 생각보다 조금도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이만하면 병원에 다시 갈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고 그렇게 모든 수술이 순조롭게 끝나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너무나 쉬운 수술이었다며 수술하기를 아주 잘했다는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었다. 이제 낫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나을 날만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러나 웬 걸!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하고 또다시 큰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나는 이미 고가거에 요로 결석이나 대상포진 같은 병도 걸려 고생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상포진이나 요로 결석의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뜻밖에 목구멍의 견디기 어려운 심한 통증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병원에서는 통증이 멈출 때까지는 죽을 먹으라고 일러주었는데 죽은커녕 침 한 방울도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그리고 견디기 힘든 무서운 통증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숨을 내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곧 쓰러져 죽을 것만 같았다. 급히 병원에서 준 약도 죽을 기를 쓰고 먹어도 보고 주사도 맞아 보았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통증은 좀처럼 가실 줄을 몰랐다.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통증에 시달리며 밤을 꼬박 새우고 그다음 날 아침 일찍 날이 밝기가 무섭게 다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도 입에서 침이 좀 고인 것 같아 침을 뱉기 위해 주행 도중 택시를 멈추고 길바닥으로 나가 주저앉아 막상 침을 뱉으려고 했으나 너무 고통스러워 침을 뱉을 수도 없었다.  


나의 참을성의 한계는 아마 거기까지였다 보다. 난 너무나 고통스러운 통증을 이기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목구멍이 너무 아파 울음도 마음껏 울 수가 없었다. 오가는 행인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가끔 쳐다보곤 했지만 부끄러움도 몰랐다.   

    

그렇게 힘들게 기를 쓰며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에게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다고 하였더니 주사를 또 놓아 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진정은 되지 않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의사에게 대화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마침내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수술을 했다고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의사의 태연한 대답은 너무나 서운하고 냉정하였다. 아픈 사람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배려심도 없는 그야말로 나의 눈으로는 냉혈인간으로 변한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참는데 왜 당신만 유난을 떨고 이 야단이냐고 오히려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곧 그 자리에서 의사를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땐 그럴만한 힘조차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씁쓸한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계속 통증에 시달리며 다시 꼬박 밤을 새웠다. 너무 아파서 졸린 것도 없었다. 


견디다 못해 그다음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무리 더럽고 치사해도 의지하고 갈 곳은 거기 밖에 없었다.  

    

내가 또 병원에 나타나자 의사는 다시 노골적으로 싫은 눈치가 역력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어느새 나는 제발 좀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 비겁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후에도 불청객 같은 미움을 받으며 약 1주일을 병원에 매일 다니며 진통제를 맞으며 견디게 되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자 그렇게 수술이 잘 됐다고 호언장담하던 목젖을 다시 살펴보니 차츰 작아지던 목젖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생으로 목을 태우고 지질 때 오그라붙었던 생살들이 아물고 서로 당겨지면서 목젖이 저절로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난 통증 완화 주사를 맞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가서 의사에게 목젖이 없어졌다고 하였더니 그렇게 목젖을 잘 살려가며 수술이 잘 되었다고 호언장담을 하며 자랑까지 하던 의사의 말이 이제 와서는 그게 아니었다. 아주 구찮다는 표정과 어조로 이렇게 대답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럼 수술을 다시 해드릴까요? 그렇게 통증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그럼 이제 다시 목젖을 살리는 수술을 다시 받으실 수 있겠어요? 자신이 있다면 다시 해드릴게요.”  


이런 된장.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수술 후에는 최선을 다해 목젖을 예쁘게 잘 살려놓았다고 자랑까지 하던 의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고통을 참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환자를 앞에 놓고 위로는 못해줄망정 환자에게 어쩌면 그렇게 인정머리라고는 없는 무책임한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의사가 모두 그렇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난 차츰 병원에 대한 회의를 절감하면서 또 죽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이 어리석고 바보 같은 힘없는 백성 한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더럽긴 했지만, 그대로 다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는 너무나 지치고 지친 나머지 싸울 기운도 큰소리를 칠 기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보기 좋게 완벽한 패배자가 되어 후퇴를 한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한다더냐일단 더러워서 일보 후퇴하는 거다!     


두통에 효과가 좀 있을까 하는 큰 기대와 희망을 걸고 그토록 죽을 고생을 다해 가며 코골이 수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뒤로 수술 결과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번 언젠가는 두통을 덜기 위해 죽을 고생을 하며 입안을 온통 절개하는 축농증 수술을 했지만 축농증은

원래 그대로였으며 두통도 그대로였다. 다만 축농증 수술을 받은 결과 냄새 맡는 기관을 모두 제거하여 냄새를 전혀 못 맡는 장애가 되고 말았다.       


이번에 코골이 수술 역시 두통도 그대로이고, 지금도 여전히 고는 결과가 되었으며 그 끔찍한 그야말로 개고생을 한 결과 멀쩡했던 목젖만 사라지는 장애가 되고 말았다.      


누구나 일단 어떤 질환에 걸리게 되면 그에 대한 민간요법도 많고 치료 방법도 많으며 약도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이름난 병원, 명의도 많다. 귀가 얇아질 대로 얇아진 나는 그 밖에 몇 가지 고질병을 더 가지고 있기에 그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아직도 혹시나 하는 솔깃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약효가 뛰어나다는 여러 가지 약도 먹어보고 이름난 병원과 의사도 여전히 찾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 다음번에는 이명(耳鳴) 치료 후기에 대한 나의 경험을 올려볼까 한다. ( * )               

매거진의 이전글 차라리 몰랐더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