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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18. 2021

어느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고

[글과 도서, 그리고 신춘문예 작품 심사과정 (1)]

얼마 전 브런치 작가가 쓴 글을 읽고 이런 기회에 나의 좁은 견해와 가끔은 죄스럽게 느껴지는 죄책감을 이 기회에 꼭 풀어놓고 싶은 마음가짐으로 이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글을 올리놓게 되었다.        


이 글은 글을 심사할 때 대략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를 나의 오랜 심사 경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돕고 싶은 마음에 부족하나마 글을 옮겨 보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다.      

 

물론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도 더 많은 심사를 해본 경륜을 쌓은 분들도 많으리라 본다. 이미 그와 같은 화려한 경륜을 쌓은 분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될 내용이니 그냥 넘어가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글을 쓰신 브런치 작가님에게는 우선 양해를 구한 다음에 글을 쓰는 것이 순서이며 예의인 줄은 알고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임의로 그 작가님의 글을 인용한 점 이 지면을 통해 깊은 이해와 양해부터 부탁드리고 싶다.


       




그 작가님의 글을 대충 읽고 보니 그 내용은 브런치 공모전에 몇 번 공모했다가 탈락했던 심정을 설명해 놓은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작가님의 글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공모전에서 탈락한 글은 별로인 글일까?‘     


난 늘 부족사람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수십 년간 소위 심사위원이란 자격으로 수많은 글, 그리고 해마다 문화채육관광부 행사로 이어지고 있는 우수도서 선정 심사를 세 차례나 해본 적이 있다. 그냥 심사도 아니고 ’심사위원‘이란 나의 격에 맞지 않는 대단한 대우를 받게 되었던 이다.

     

나 스스로 생각해 봐도 절대로 겸손해서가 아니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솔직히 깜도 안 되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어쩌다 운(?)이 좋아 지금까지 많은 심사를 해왔다는 생각을 가끔 해보게 된다. 실로 뒤늦게야 죄 아닌 죄를 많이 저질렀다는 생각을 이제 뒤늦게야 해보며 지금도 스스로 가끔 반성을 할 때가 있다는 고백을 드린다.

       

내가 죄스럽다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이 글을 끝까지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하게 되리라 본다. 그리고 나의 심사 경험을 통한 심사과정을 하나씩 열거하다 보면 그동안 내가 본의 아니게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가에 대해서도 여러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한 가지씩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첫 번째,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우수도서 선정 심사과정     


오래전의 어느 날이었다. 뜻밖의 전화 한 통이 집으로 걸려왔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용건은 우수도서 선정 심사를 맡아달라는 난생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나로서는 벅차도록 기쁘기도 하고 영광스러운 전화였다.     

 

그때 어떻게 어떤 경로를 통해 나에게 이런 전화가 왔는지는 지금도 모를 일이었다.  

며칠 뒤, 난 약간은 긴장된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시간에 맞춰 도착하였다. 약속 장소는 경복궁 좌측 동소문 각 부근에 위치한 ’대한출판문화협회‘ 건물이었다. 약속 장소인 그 건물 안에는 이미 대략 3, 40여 명의 심사위원들이 미리 와서 앉아 있었다. 장소도 꽤나 넓었다.      


웬 심사위원들이 이렇게 많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소설과 수필, 인문, 아동문학, 철학, 만화, 역사 등, 각 장르에 결쳐 각각 3명씩의 심사위원을 위촉했던 것이었다.      


출입구에 들어서니 안내하는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이름을 묻는다. 그리고는 체크를 하고 나서 바로 내가 앉을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안내를 받은 내 책상 위에는 이미 내 이름과 심사위원이라고 적힌 명패가 그럴듯하게 놓여 있었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어서 난 다소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일단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드넓은 사무실에 서로 낯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 앉아 침묵을 지키는 동안 곧 주최 측에서 나오더니 인사말과 함께 도서에 관한 심사 요령과 기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내게 맡겨진 책은 동화와 소년소설 등, 아동문학에 관한 도서의 심사를 맡게 되었는데 아동문학에 관한 책만 해도 무려 1천여 권이나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그나마도 우수도서 선정으로 추천을 받기 위해 각 출판사에서 신청 제출한 도서의 수가 그렇게 많았던 것이다. 신청을 하지 않은 책까지 포함하면 1년에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이 출간된다는 설명을 듣게 되었다.   

    

각 장르와 분야에 걸쳐 후보로 신청한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들은 이미 그 건물 벽의 사방으로 대형 책꽂이에 모두 가지런히 꽂혀있었다.    

  

그때 아동문학 도서를 심사를 맡게 된 사람은 모두 세 명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한 명은 만화를 심사하게 되었다. 만화도서를 심사하게 된 사람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언젠가 kbs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바 있는 만화 영화 ’달려라 하니‘를 그렸던 인덕전문대의 이진주 교수가 맡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또 다른 한 사람은 동화와 동시, 그리고 동극(童劇)등, 아동문학 전반에 걸친 도서를 같이 맡게 되었다.     

 

그런데 난 처음부터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 1천 권에 가까운 방대한 도서를 약 1주일 간에 모두 심사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난 나도 모르게 하품이 절로 나왔다.       


심사방법은 책꽂이에 진열된 책을 대강 훑어보고 마음에 든다고 생각되는 책을 그 자리에서 모두 골라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골라진 책은 모두 택배로 각각 심사위원 가정으로 보내게 되고 그렇게 집으로 보내진 책을 1주일간 읽어보고 거기서 대여섯 권씩 우수도서를 선정해 달라는 주최 측의 요구였다.  

    

난 자꾸만 겁이 났다. 잘못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무슨 재주로, 그리고 귀신이 아닌 이상 무슨 재주로 1천 권에 가까운 책들 중에서 우수한 책을 짧은 기일 내에 그 누가 골라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남들이 모두 책을 골라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나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곧 내 나름대로 책을 선정할 기준을 마련하게 되었다.    

  

우선 책의 표지와 디자인과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들부터 부지런히 골라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골라진 책들이 1백 여권이었다. 그 역시 개인적인 주관과 취향에 따라 선택의 여지는 달라질 것은 분명하겠지만…….     


그다음에는 골라낸 책의 목차와 첫머리, 그리고 중간과 끝부분을 대강 읽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르기 시작했다. 시간 관계상 어느 책이든 절대로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기에 목차, 그리고 첫머리의 글이 그나마 얼른 첫눈에 든다고 생각되는 책을 골라보니 이번에는 다시 약 50권이 남게 되었다. 그 역시 다른 사람이 골랐더라면 보나마나 다른 책이 골라질 가능성이 분명히 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마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내가 글머리에 죄스럽다는 말을 하게 된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믿는다.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가며 사활을 걸고 출판한 책들임에 틀림없다. 그런 소중한 책들을 내용도 별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수도서 선정과정에서 내 임의대로 기분에 따라 함부로 탈락시킨다는 것은 분명히 죄를 짓는 일임에 틀림없는 일이었다.   

   

그 결과 책의 내용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채 내 임의대로 탈락해 버린 책을 출간했던 출판사의 대표님께는 지금이라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엎드려 사죄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어쨌거나 그날 약 50권의 책을 선정해 놓고 집으로 돌아오자 그 책들은 이미 나보다 먼저 집으로 배달되어 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날부터 열심히 그 책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난 원래 책을 읽을 때는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은 읽은 곳을 다시 읽고 또 읽곤 하는 정독을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어서 한 권의 책을 읽으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되곤 한다. 그러기에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는 하지만 어찌 그 많은 책들을 1주일 동안에 모두 자세히 읽어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1주일간 밤잠을 아껴가며 최선을 다해 읽은 결과 정해진 다섯 권을 결국 선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심사과정과 그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하게 된 심사평을 적어서 제출하면 심사위원으로서의 모든 임무는 모두 끝을 맺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가 쓴 심사평을 제출하고 나니 대략 70~90만 원의 심사료가 통장으로 바로 입금이 되곤 하였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그런 행사를 한 번씩 벌이곤 하였는데 난 그 행사에 세 차례나 부름을 받고 심사를 맡아보게 되었다. 그때가 대략 90년대 말이나 2천 년대 초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우수도서로 선정되면 책 표지에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우수도서 선정 도서‘라는 어엿한 딱지를 붙인 다음 서점에서 독자의 손으로 넘겨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선정된 도서는 그 책을 출판한 출판사에 1억인가 1억5천 정도의 격려금 또는 포상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그럼 여기서 다시 글의 첫머리에 언급했던 이야기로 되돌아가보기로 하겠다. 여기서 나의 손에서 보기좋게 탈락된 책들은 보잘것없는 별로인 책들일까?      


그건 절대로 아니다. 다만 운이 나빴으며 나한테 잘못 걸려든 것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이 심사를 했다면 분명히 탈락된 책이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브런치 작가가 써서 응모하였다가 ’탈락한 글은 별로인 글일까?‘ 분명히 난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긴 해도 나의 좁은 견해로는 운이 나빴을 확률이 더욱 높다고 본다. 그리고 오히려 입상한 작품을 능가하는 더욱 훌륭한 수작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어느 누가 심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사자의 취향과 그때그때에 기분과 분위기에 맞지 않았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다시 한번 분발해 주시고 힘을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여기서 문화체육관광부에 뒤늦게나마 꼭 두 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해마다 시일이 촉박하게 그런 행사를 하고 있는지 그 사정을 깊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


 첫째 심사를 맡길 때는 적어도 한 달 이상 기간을 두고 맡겨주었으면 한다.      


둘째, 한 달이란 심사 기일이 너무 길다면 차라리 심사위원 수를 늘려서 제대로 된 심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 * )        


* 다음에는 전국 백일장 심사과정과 해마다 중앙국립도서관(국민독서문화진흥회)에서 개최했던 대통령

  상 받기 초중고등학생 글짓기 대회 심사과정에 관한 경험담을 나의 좁은 견해로 들려드릴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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