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묵상하며 더 생각해 보기⑥]
♣ 남이 나를 속인다고 하지 말라. 사람은 늘 자기가 자기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그대의 생각이
올바른 정신을 벗어나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 J.W. 괴에테 >
♣ 허위의 탈 속에 자기를 감추려고 하지마라! 그것은 도리어 적에게 공격하기 좋은 빈 틈을 줄 뿐이다.
당신이 최후의 승리를 원한다면, 진리를 따라야 한다. 한때 불리하고 비참한 처지에 빠지더라도
그것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처이니 겁내지 마라!
< A. 지이드 >
사슴은 자나 깨나 늘 걱정을 하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자칫했다가는 사나운 동물들을 만나 잡아먹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른 봄부터 머리에 돋아나는 귀하고 멋진 뿔을 가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여름과 가을을 지나고 겨울이 되면 뿔은 저절로 떨어져 나가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사슴뿔이 보신용으로 가장 좋다고 난리들을 치며 사슴뿔을 얻기 위해 법석을 떨고 있지만 정작 사슴인 본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런 귀하고 소중한 뿔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 뿔로 다른 동물들과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없었음은 물론, 오히려 그 뿔 때문에 사람들의 표적이 되곤 하였다.
어느 날, 사슴 한 마리가 적의 눈을 피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산기슭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 웬 죽은 사자의 가죽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슴은 눈이 번쩍 띄었다.
죽은 채 널브러져 있는 사자는 몹시 덩치가 컸다. 게다가 죽은 지 오래되어 살은 다 말라버리고 겉가죽만 그대로 남아있는 사자였다.
”히야! 오늘은 참 운이 좋은 날이군! 이런 게 저절로 내 손에 들어오다니!“
사슴은 너무 기쁜 마음에 가슴이 벌렁벌렁하였다. 그리고 당장 사자의 가죽을 몸에 뒤집어써보게 되었다. 삽시간에 사슴이 사자로 둔갑을 하게 된 것이었다.
사자의 가죽을 뒤집어쓴 사슴은 시험을 해보기 위해 바로 거드름을 떨며 어슬렁어슬렁 마을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마을에 있던 동물들이 사슴을 보자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으아악! 산에서 사자 대왕이 내려오셨다! 죽기 전에 모두들 꼭꼭 숨어라!”
그 소리에 마을에 있던 개와 닭, 그리고 소들 모두가 질겁을 하고 갈팡질팡하며 숨거나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리고 미처 달아나지 못한 동물들은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부르르 떨며 사슴 앞에 납작 엎드린 채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기에 바빴다.
“사, 사자님, 이렇게 우리 마을까지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사슴은 세상에 태어나서 이처럼 다른 동물들이 싹싹 빌고 쩔쩔매는 꼴은 처음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모든 동물들이 사슴을 그저 우습게 여기고 업신여겨 왔던 것이다.
“아니다. 괜찮다. 히치지 않을 테니 너무 겁먹지 말고 편히들 쉬고 있거라.”
사슴은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동물들을 마음껏 골려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마을을 떠나 다시 산으로 올라가다가 이번에는 원숭이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원숭이 역시 사자를 보자 기겁을 해서 숨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원숭이를 보자 사슴은 문득 내친김에 다른 동물들도 찾아가서 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산을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이번에는 마침 여우를 만나게 되었다. 여우 역시 기겁을 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뺑소니를 치기에 바빴다.
으쓱해진 사슴이 이번에는 더욱 겁을 주기 위해 마침내 목청을 한껏 가다듬은 다음 큰소리로 사자의 울음소리를 내게 되었다.
그러자 영리하기 짝이 없는 여우가 그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사자의 울음소리를 낸다는 것이 그만 ’이히힝‘ 하고 사슴의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사슴의 목소리를 듣게 된 여우는 속았다는 듯 갑자기 배꼽을 잡으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하하하……. 웃긴다. 이제 보니까 저건 사자가 아니라 분명히 사슴의 목소리란 말이야. 하하하……. 얘들아, 어서들 나와서 저 사슴이 웃기는 꼴 좀 보란 말이야!”
여우가 외치는 소리를 듣자 지금까지 겁이 나서 꼭꼭 숨어있던 동물들이 모두 뛰어나오더니 사슴에게 달려들어 사자의 가죽을 벗겨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삽시간에 사자의 가죽이 벗겨지고 사슴의 본래 모습이 나타나고 말았다.
“으하하……, 이놈이 사자래.“
”하하하……, 오래 살다 보니 사슴이 사자 흉내를 내는 놈이 다 있네, 으하하……,“
동물들은 하나같이 배꼽을 빼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사슴은 가짜라는 것이 들통나기가 무섭게 그만 꽁지가 빠져라 숲속으로 급히 도망치고 말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