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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ul 05. 2021

간사한 마음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49)]

돈이 엄청나게 많은 부자 한 사람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부자에게는 신체적으로 큰 고민거리가 한 가지 있었다. 두 다리가 모두 뒤로 달려 있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얼굴을 똑바로 하고 걸어가려면 뒷걸음질을 하며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볼 때 수치스러운 것은 물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병원도 많이 다녀보았다. 좋다는 약도 많이 먹어보았다. 그러나 그 모두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돈과 재산이 아무리 많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부자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용한 침쟁이가 있는데 어떤 병이라도 고칠 수 있는 신통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부자는 그 소문을 듣기가 무섭게 침쟁이를 집으로 초대하게 되었다.      

“당신이 정말 내 다리를 앞으로 돌려놓을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저는 그보다 더한 병도 고칠 수 있습니다.”      


“어허, 그래요? 그까짓 돈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제발 고쳐 주기만 하시오. 그럼 침값은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뒤로 돌아간 다리를 앞으로 돌려놓기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대단한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5천만 원만 주십시오.”     


“허어, 그래요? 지금 5천만 원이 문제입니까? 고쳐 주시기만 한다면 바로 5억을 드리겠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침쟁이는 부자에게 아랫바지를 벗고 자리에 눕게 하였다. 그리고 침통에서 침을 꺼내더니 부자의 넓적다리와 종아리 등 돌아가면서 연신 침을 꽂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참으로 신기하게도 부자의 두 다리가 앞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감쪽같이 정상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부자는 춤을 출듯이 기뻤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5억이란 돈을 주기가 너무 아까웠다. 이렇게 쉽게 고쳐지게 될 줄 알았으면 침쟁이가 5천만 원만 달라고 할 때 그대로 응할 것을 괜히 5억을 주겠다고 큰소리를 친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점쟁이에게 다시 흥정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너무 고맙소.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당신은 밑천은 조금도 들이지 않고 그저 침을 찌르기만 했는데 5천만 원이란 돈은 너무 심하지 않소? 그러니까 천만 원만 합시다.”     


“……?”     


그러자 침쟁이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한참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말씀처럼 저는 밑천이 조금도 들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다리가 완전히 고쳐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리를 완전히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침 한 대를 더 맞아야 합니다."      


침쟁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부자의 다리에 침 한 대를 더 찔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희한하게도 부자의 다리가 다시 뒤로 돌아가더니 전과 마찬가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자 소스라치게 깜짝 놀란 부자가 침쟁이에게 묻게 되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이에 침쟁이가 부자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밑천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걸요.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     


점쟁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침통을 챙겨 들고는 휙 나가버리고 말았다.       

   

때론 사람의 마음이 몹시 간사해질 때가 있다. 몹시 급박한 상황을 당하게 되면 천 금을 주고서라도 그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금방 마음이 바뀌게 된다.    

     

마치 급한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온 뒤에 마음이 달라지듯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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