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운전면허를 따게 된 것은 1985년 여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로 엊그제의 일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어언 36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버렸다. 그 당시 내 나이 44살이었다. 면허를 따기에는 늦
어도 한참 늦은 나이였다.
요즘은 20살이 되기가 무섭게 누구나 운전면허를 따서 너도나도 모두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있다. 그러
나 그때는 44살만 해도 그렇게 늦은 나이는 아니었다. 그만큼 운전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드물었기 때
문이다. 그래서 40대와 50대, 심지어는 60대에도 뒤늦게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 실레로 내가 자동차 학원을 다닐 때, 지금은 이미 지난 2월에 고인이 된 재야운동가인백기완 선생도
54살쯤에 그 학원에 같이 다닌 것만 보아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리라 믿는다.
그 당시에 나는 연신내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다닌 학원은 구파발 부근에 있는
‘동성자동차학원’이었다. 그때는 면허시험장도 많지 않아서 면허시험을 볼 때는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별 도리없이 노원구에 있는 도봉운전면허시험장까지 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때는 2종보다는 1종 보통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1종 보통면허를 소지하게 되면 혹
시라도 나중에 쉽게 택시 운전으로 전직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래서 너도나도 1종 보통 면
허를 따기 위한 붐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드디어 면허시험 보는 날
그동안 자동차 학원에서 학과 공부도 하고 운전 연습도 열심히 한 뒤에 마침내 아침 일찍 도봉운전면허
시험장을향해 달려갔다. 시험을 보러 가는 날, 마치 학교 입학시험을 볼 때보다 가슴이 더 떨리고 있었
다.
첫째 시간은 학과 시험이었다. 1종은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무난히 합격이 되었다.
학과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곧 소형 트럭을 몰고코스 시험으로 들어갔다. S자, T자, 굴절등,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세 가지 모두 기분 좋게 모두 합격할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관문은 주행 시험 한 가지뿐이었다. 주행 시험까지 합격을 하게 되면 바로 면허증
을 받게 되는 것이다.
주행 시험은 한동안 트럭을 몰고 가다가‘돌발’상황에서 브레이크가 부러질 정도로 힘껏 밟아서 급히
정차하는 과정이었다.‘방향지시등’을 켜야 할 때는 방향지시등도 켜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덕을 올라가다가 중간에서 일단 정지한 다음 다시 출발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수험생들의 대부분은 언덕의 중간쯤에서 일단 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뒤로 미끄러지면서 언덕을 올
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불합격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지금처럼 자동차가 오토가 아니라 대부분이 수동식이어서 클러치와 악세레이타를 동시에 조화롭
게 밟지 못하면 십중팔구 언덕을 더 올라가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려오기가 일쑤였던 것이다.
그 언덕을 무난히 올라가게 되면 다시 반대편 언덕을 내려가야 한다. 반대편 언덕을 내려가면 길바닥이
울퉁불퉁하게 요철로 된 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지나갈 때는 자동차가 충격을 받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
럽게 서행을 해야 한다.
난 기분 좋게 그 모든 과정을 무난히 통과한 다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그 주행과
정만 무난히 통과하고 나면 바로 면허증이 나오게 되기 때문이었다.
앗! 그런데 이게 무슨 변이란 말인가!
주행에서도 아무 실수 없이 자동차를 잘 몰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틀림없이 합격할 것으로 기대하고 의
기양양해서 출발점으로 돌아왔더니 불합격이라니!
그때만 해도 컴퓨터로 채점을 하였는데 컴퓨터에서 마지막 주행 중에 그만 실격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리고 어디서 실격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내 생각으로는 자동차를 아무 실수 없이 잘 몰았던 것 같은데 불합격이라니? 결국, 난 마지막 주행에서 실격하여 결국 면허증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그때의 기분은 어찌나 서운하고도 씁쓸하던지!
다시 1주일 뒤에 주행 시험 예약이 정해졌다. 그리고 1주일 뒤에 다시 면허시험장에 가서 주행을 하게
되었다. 한번 떨어진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합격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정신을 바짝 차리
고 자동차를 몰게 되었다. 생각했던 대로 자동차 역시 내 말을 잘 들어주었기에 아주 완벽하게 실수 없
이 주행을 마치게 되었다.
아아,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변이란 말인가!
이번에야말로 꼭 합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또 불합격이라니! 난 어이도 없고 억울한 마음에 수험
관에게 가서 무얼 잘못해서 불합격이냐고 묻게 되었다. 그런데 수험관 대답이 걸작이었다. 컴퓨터가 하
는 일인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말이었다.
난 몹시 답답하고 난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컴퓨터가 아닌 시험관이 직접 채점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낫겠다는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토록 신경을 써서 주행을 완벽하게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불합격이라니 그럼 차를
어떻게 몰아야 한단 말인가. 가장 쉽다고 여겼던 그 간단한 주행 시험이 이렇게 어렵다니 난 허망한 마
음에 그만 갑자기 맥이 한꺼번에 쭉 빠지며 주행 시험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까지 모두 잃고 말았다.
그리고 더구나 내가 더욱 부끄럽고 창피한 것은 처음부터 나와 같이 시험을 본 동료 한 사람은 시험 첫
날 일사천리로 모두 합격하여 그날로 면허증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주행 시험에 떨어지자 시험을
볼 때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보는 바람에 더욱 창피하고 민망스러운 마음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말았다.
주행 시험 날짜는 다시 1주일 뒤로 잡혀 있었다. 세 번째 주행 시험 날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너무나
억울한 마음에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시험장으로 가게 되었다. 나 자신은 완벽하게 운전을 잘하
는데 왜 번번이 떨어지는지 가족들 모두가 잘 봐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난 주행 시험을 보기 위해 트럭을 몰고 출발했다. 돌발상황과 깜
빡이를 제대로 통과하고 그다음에는 언덕으로 올라가다가 일단 정지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기 위해 악
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클러치 페달과의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동차가 그만
뒤로 주욱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더니 내 속셈은 모처럼 운전을 완벽하게 잘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자랑스럽
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인데 그만 가족들 앞에서 민망하게 오히려 망신을 당하고 만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날 역시 가족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보기 좋게 불합격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의 내 심
정은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서 숨고 싶을 정도로 영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창피하고 수치스
러우며 민망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1주일 뒤, 다시 그놈의 주행 시험을 보는 날이 돌아왔다. 벌써 부끄럽게도 4수생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시험을 보기 위해 면허시험장으로 혼자 가게 되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합격을 하게 되는지 불
안하고 자신이 없었다. 또 떨어지면 어쩌냐 하는 마음에 창피하기도 하였다.
너무나 자신을 잃은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다시 트럭에 올라탔다. 그리고 배운 대로 다시 시동
을 걸고 출발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돌발상황을 무사히 통과하고 방향지시등도 제대로 켰다. 그리고
언덕을 올라가다가 일단 정지를 했다. 그리고 다시 출발을 하려던 찰나.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망신살이
란 말인가!
그렇게 조심을 했는데 오늘따라 자동차가 뒤로 한동안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오늘도 또 틀렸구나 하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시동을 걸고 언덕을 올라갔다. 그리고 언
덕을 넘어간 다음 요철에서는 천천히 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속력을 내며 달리고 말았다. 기왕
에 언덕에서 미끄러진 이 마당에 요철을 천천히 잘 가서는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판단에 요철에서
도 무조건 힘껏 달렸던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를 원위치에 세워놓고 무안하고 창피한 마음에 급히 도망을 치려는 순간이었다. 수험관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울렸다.
“합격입니다.”
어엉?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면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말
합격이냐고 물어봤더니 여전히 합격이라고 하였다. 언덕에서 자동차가 뒤로 밀리기도 하였고, 그래서 스
스로 불합격이라고 판단한 나머지 요철도 힘껏 질주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다시 한번 컴퓨터
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합격이라니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나마 긴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결국, 주행 시험만
불명예스럽게 4수 만에 엉터리로 합격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초보 운전 시절의 부끄러운 추억
우여곡절 끝에 겨우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었으니까 그다음에는 남들처럼 연수를 받아야 했다. 약 1주일
정도의 운전 연수를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땐 구파발에서 주로 행주산성과 의정부까지 몇 번 갔다 되
돌아 오는 게 연수 코스였다.
연수가 끝나자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연수가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자동차를 새로 구입했기 때문에 이
제 그 차를 몰고 출근을 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도 초보 운전 때는 다들 그랬을까?
이제부터는 조수석에 강사도 없이 혼자 운전을 할 생각을 하니 또다시 불안하고 가슴이 몹시 떨리기 시
작했다. 그렇다고 기왕에 사 놓은 자동차를 그냥 집에 두고 언제까지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없는 일
이었다.
마침내 자동차를 손수 몰고 첫 출근을 하던 날, 연신내에서 직장까지는 약 4,50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출발을 하게 되었다. 정작 길을 나서 보니 좌우에서 그
리고 사방에서 차들이 내 차 옆에서 왔다 갔다 하며 빵빵거리는 바람에 가슴이 너무나 떨렸다. 그렇다고
다른 자동차들을 힐끗 바라볼 마음의 여유조차 눈곱만큼도 없었다.
너무나 두려운 마음에 입이 바작바작 타들어 가고 목이 말라 백미러와 룸미러를 볼 여지도 없었다. 그러
기에 오직 앞만 바라보며 서서히 속도를 내며 달려가고 있었다. 지금 내가 운전을 하는 게 아니었다. 마
치 자동차에게 끌려가듯 자동차가 움직이고 있는 대로 내가 그저 끌려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입이 너무 타들어 가고 있어서 얼른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한쪽 손으로 핸들을 잡은
상태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바람에 순간, 자동차가 한쪽으로 방향이 쏠리며 다른 자동차와 충돌을
할 뻔하다가 겨우 면했다.
앗차!
너무 기겁을 해서 놀란 나는 그만 입에 물고 있던 불이 붙은 담배가 어느 틈에 내 다리 사이로 떨어지면
서 자동차 시트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엉덩이가 금세 뜨거워졌다. 그러나 자동차 핸들을 두 손으로 잡
고 있기에 담배를 처리할 수가 없었다. 뜨겁긴 하지만 결국, 엉덩이로 비며 끌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보
니 바지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조금 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흐렸던 하늘에서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너무 쏟아지는 바람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얼른 와이퍼를 작동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와이퍼
가 작동을 하게 되는 것인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운전을 하면서 와이퍼를 작
동한다고 어떤 것을 건드렸더니 맙소사. 이번에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라디오 소리가 귀가 찢어질 정도로 너무 컸지만, 소리를 작게 할 수도 없었고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다른 것을 건드려 보았다. 그랬더니 다행히 와이퍼가 작동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빨랐다. 그러나 여전히 와이퍼를 천천히 돌릴 줄도 몰라 쩔쩔매게 되었다.
운전 연수를 받을 때는 주로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신호등이나 교차로, 그리고 자동차의 속
도, 클랙션, 브레이크와 방향지시등 등에 중점을 두고 연수를 받았다.
라디오 방송을 듣거나 와이퍼 등의 작동 방법에 대해서는 잠깐 설명을 들어보긴 했지만, 막상 초보 운전 때 닥치고 보니 정신이 온통 쏙 빠져나간 상태여서 그런 것까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겨를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초보 운전 때는 다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생각할수록 창피하고도 웃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하마터면 운전 첫날부터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악몽의 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무사히 직장에 다다르게 되었다. 후유~~ 안도의 긴 한숨이 나왔다. 그
러나 문득 직장 일이 끝난 뒤에 다시 집으로 몰고 갈 것이 큰 걱정이었다.
출근을 하면서 너무나 피가 마를 정도로 뜻밖의 고생과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며칠 뒤에는 체중도 많이 줄어들고 말았다. 저절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다이어트가 되었던 것이다.
하루 종일 직장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직 퇴근 후에 다시 그놈의 자동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갈 것
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했다. 그야말로 그런 애물단지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기왕에 구입해 놓은 차를 그냥 집에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뒤로도 잔뜩 겁에 질린 긴장된 표정으로 겨우 집으로 돌아오면, 또다시 내
일 아침에 자동차를 직장으로 몰고 갈 걱정, 그리고 직장에 가고 나면 다시 집으로 갈 걱정에 살과 피가
마를 지경이었으며 자나깨나 자동차 걱정에 잠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나의 경우, 그렇게 약 3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에야 겨우 자동차에 대한 공포가 차츰 사라지며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핸들을 잡게 되었다. 그리고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에는 자동차가 내 집 안방보다 더 편
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겨울이면 자동차 안이 따뜻해서 추운 줄을 모르고, 여름이면 시원해서 좋고, 그야말로 집보다도 더 좋은
것이 자동차여서 그토록 애물단지 같기만 하던 자동차가 그때부터는 자동차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살 것
만 같았다.
가끔 운전을 오래 하다 보면 피로가 많이 쌓인다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나는 어쩐 일인지 그런
사람들과는 달았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 해도 혹시 급한 용변을 볼 일이 아니라면 중간에 한번
도 쉬지 않고 부산까지 간다 해도 전혀 피로를 몰랐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휴게소도 이용하지 않게 되었
다. 그래서 틈만 나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모두 다 돌아보며 쏘다녀 보기도 하였다. 지금도 그건 마찬
자기이지만…….
그로부터 36년, 그동안 나는 어쩌다 과속으로 인해 범칙금을 여러 번 낸 적은 있지만, 교통사고를 낸 적
은 단 한 번도 없다. 다시 말해서 36년간 무사고 운전을 유지해 오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다
른 사람들이 내 차를 박아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아찔했던 경험은 몇 번 있었지만…….
그런데 근래에 와서 그 애지중지하던 자동차 때문에 큰 걱정거리가 한 가지 생기게 되었다.
내가 현재 소지하고 있는 운전면허 만기일은 지난해, 그러니까 2020년 말까지였다. 그러기에 하루라도 더 빨리 면허를 갱신하고 싶은 마음에 2020년 초에 연수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2월 7일에 서울 서부 면
허시험장으로 연수를 받으러 오라는 통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코로나로 인해 2월 7일로 예약되었던 연수가 4월 말로 변경되었다. 그 뒤로 코로나가
더욱 심해지자 면허 기간은 2020년 12월 말이었는데 다시 2021년 6월 말로 연장되었으니 6개월이란 기
간이 자동으로 연장된 것이다.
그리고 큰 걱정거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이 전에는 1시간 정도의 연수 교
육(강의)만 받으면 저절로 갱신이 되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컴퓨터를 이용한 조작 기능 등의 몹시 까다로
운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도 자동차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만일 까다로운 시험에서 떨어지게 되면 어
쩌나 하는 불안이 컸던 것이다.
정부에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을 까다롭게 시행하는 것은 몹시 환영하고 찬성할 일이다. 그것은 요
즈음 날이 갈수록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리고 국가
에서는 노인들의 교통 사고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면허증 자진 반납제도 적극 권장하고 있기도 하
다.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 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나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라고 한다.
또한, 고령 운전자는 해마다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고 한다. 고령에 새로 면허증을 따서 그런 게 아니다.
이미 운전면허를 소지한 사람들이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적으로 고령 운전자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라 하
겠다.
그런데 문제는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가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고령이 되면 자연적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시력이 저하되며 시야도 축소된다고 한다. 또한, 순발력도
떨어져서 만일 돌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30대는 0.7초가 걸리는데 비해 80대는 1.4초나 걸린
다는 통계싸지 나왔으니 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일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밤에 운전을 할 경우, 마주오는 차의 전조등을 바라봤을 경우 눈부심 회복의 저하로
한동안 앞을 볼 수 없다니 이 또한 얼마나 위험한 일이겠는가.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각종 지병들을 많
이 가지고 있어서 약을 많이 복용하게 되는데, 고혈압이나 당뇨 그리고 심지어는 감기 약 등을 복용한
뒤에 운전을 해도 불의의 사고의 위험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위험한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위험한 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꼭 면허를 갱신하고 싶었다. 왜냐 하면 만성 다리 통증으로 인해 멀리 걷기는 어려워도 자동차를 이용하면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아무리 먼 곳이라 해도 쉽고 편하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까운 마트를 갈 때, 약수터로 물을 길으러 갈 때, 그리고 때로는 가까운 곳으로 자주 바람을
쐬러 갈 때 등, 나는 자동차를 자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운전면허증 갱신
운전 면허 만료일인 6월 말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면허증을 다시 갱신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던 중, 도로교통공단으로 문의를 하게 되었다.
면허시험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로‘이러닝’ 센터로 들어가서 약 3시간 동안의 연수를 받아도 수
료증이 나온다고 하였다. 그래서 바로 ‘이러닝 센터로 들어가서 약 3시간 동안의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그 결과 신기하게도 컴퓨터에 수료증이 떴다.
그다음에는 치매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하여 바로 보건소로 가서 난생처음 10여 분간의 치매 검사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신체검사 결과는 2년 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검사결과가
있다면 그것으로 대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치매검사 결과지와 사진 한 장을 가지고 경찰서로 갔더니 13000원을 납부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면허증
은 10일 이내에 찾으러 오라고 하였다. 결국, 지난 달 6월 18일 다시 경찰서로 가서 그토록 걱정을 하던
면허증을 받게 되었다. 노령 운전자는 유효 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만료일이 2024년 12월 말까지로 되
어 있었다.
결국, 금년에 내 나이 80에 다시 면허증을 갱신하게 된 것이다. 내가 앞으로 운전을 한다면 몇 해나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나 역시 별 수 없는 노인이기에 또 사고를 냈다는 부끄러운 소리만이라도 듣지 않기 위해 더욱 안전 운전에 최선을 다해야만 하겠다.
끝으로 혹시 ’무사고 무위반 서약서‘ 제도를 알고 계신지요?
누구나 운전 중에 자신도 모르게 신호 위반이나 과속 등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범칙금과 벌점을 받게
된다. 이에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무사고 무위반 서약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게 되면 벌점을 받았을 경
우,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라 하겠다.
예를 들어 서약서를 작성 제출한 날로부터 1년 동안 무사고 무위반을 하였다면 자동적으로 1년에 1점씩
쌓이게 된다. 1년이면 1점, 2년이면 2점, 3년이면 3점 등…….
이렇게 쌓인 점수는 만일의 경우 차후에 벌점을 받았을 경우에 무사고 무위반 서약서를 제출하여 쌓인
점수로 삭감하게 되는 제도라 하겠다. 혹시 몰랐던 분들은 오늘이라도 바로 경찰서로 가서 서약서를 작
성 제출한다면 만일의 경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니 적극 권장해 드리고 싶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