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53)]
양심이야 말로 스스로 돌아보아 부끄럽지 않다는 자각을 갑옷 삼아 아무 것도 두렵게 하지 않는 좋은 친구이다.
< A. 단테 >
아주 옛날 시골에서 포목장사를 하는 장사꾼이 서울로 올라와 도매상에서 물건을 샀다.
물건을 산 장사꾼은 해가 저물자 도매상 근처에 있는 여인숙으로 들어가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런데 저녁 늦게 급히 웬 사람이 찾아왔다. 시골 사람이 자세히 보니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오늘 낮에 물건을 샀던 도매상의 주인이었다.
“아니 이 밤에 웬 일이신지요? 혹시 제가 아까 포목값을 잘못 치르기라도 했나요?”
“네, 제 실수로 그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지요?”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얼마를 더 드려야 하는지요?”
“아, 그게 아닙니다. 사실은 제가 포목 값을 더 받았기 때문에 우수리를 돌려드리러 이렇게 급히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댁께서 오늘 우리 가게에서 비단 여덟 필, 무명 다섯 필, 그리고 명주 두 필을 사지 않으셨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랬었지요?”
“그런데 오늘 장사를 끝내고 계산을 해보니까 아무리 몇 번 세어봐도 돈이 남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댁이 산 무명은 다섯 필인데 그만 제 실수로 여덟 필 값을 받았더군요.”
“아, 그랬군요. 그래서요?”
“이걸 그대로 모른 체하고 묻어둔다는 것은 도둑이나 뭐가 다르겠습니까?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돌려드리려고 부리나케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 ?!” ( * )
<개화기 교과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