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조립식 장난감

by 겨울나무

금년에 일곱 살이 된 민우는 유별날 정도로 장난감을 좋아합니다.


특히 장난감 중에서도 조립식 플라스틱 장난감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나는 대로 늘 풀라스틱으로 된 장난감을 사다가 하나하나 뜯어서 조립을 했다가 다시 분해하는 일을 되풀이하며 하루종일 시간가는 줄을 모릅니다.


어느 날 엄마가 장난감 조립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애를 쓰고 있는 쩔쩔매고 있는 민우가 좀 안스러워 보였는지 이렇게 물었습니다.

“민우야! 그렇게 조립하기가 힘든데 이제부터는 완전히 만들어져 있는 장난감을 사렴. 왜 하필이면 그런 조립품만 사다가 그런 고생을 하고 있는 거니?“


그러나 민우는 바로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안 돼. 난 이런 게 좋아. 그런 장난감을 사면 장난감을 맞추고 다시 풀어헤치곤 하는 재미가 없단 말이야.”

민우는 그 후로도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조립식 장난감을 사서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면서 장난감을 만들기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날마다 장난감에 미쳐있는 민우를 보자 엄마가 이번에는 은근히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 아빠를 보며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민우가 뭐가 되려고 허구한 날 저렇게 저런 장난감들만 사들이면서 저런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당신이 좀 말려주세요.”

그러나 아빠의 대답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의외로 아주 좋은 일이라는 듯 매우 흐뭇해진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그냥 두구려, 그게 얼마나 좋은 일이요. 우리 민우가 저러다가 이 다음에 혹시 유명한 과학자가 될는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소.”


"에이구, 당신은 마음도 편하시구려. 이틀이 멀다 하고 그런 것만 사들이고 있으니 공부는 고사하고 푼돈이 나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엄마는 약간 못마땅하다는 투로 이렇게 말했지만, 아빠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보고 있던 신문만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정말 엄마는 속이 상하고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돈이 자꾸만 들어가는 것도 그렇지만, 공부는 뒷전이고 어쩌다 장난감이 조립이 잘 안 될 때마다 있는 대로 짜증을 야단을 치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그때마다 민우를 도와 장난감을 같이 만들어 조립해 주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늘 장난감 조립에 익숙해진 민우보다 엄마가 나을 리가 없습니다. 엄마가 장난감을 조립하는 일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서툴면 엄마 때문에 망쳐버렸다고 바로 장난감을 내던지며 난리를 치고 야단법

석을 떨곤 하는 바람에 엄마는 그때마다 짜증이 나서 배겨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만 멍청이 바보야! 그건 거기다 끼우는 게 아니란 말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장난감이 망가졌잖아. 어른이 여태 그런 것도 못해?”


장난감을 조립하는 게 조금만 틀려도 이렇게 성질을 내는 바람에 엄마도 어떤 때는 덩달아 화가 나서 민우를 바라보며 소리쳤습니다 .

"그러게 앞으로는 엄마 말대로 이런 걸 사지 말고 완성된 장난감을 사란 말이야! 그러면 네가 골치 아프게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잖아“

엄마는 이렇게 대꾸하고는 민우의 곁에서 멀리 떠나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장난감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의 상술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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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장난감을 사올 때 겉에 포장한 상자를 보면 안에 들어 있는 장난감에 비해 상자가 너무나도 큽니다.

그리고 상자갑 겉에는 호화찬란한 색깔로 그려진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눈에 사로잡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또한, 장난감의 이름마다 무슨 뜻인지 알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다른 나라 말로 붙여진 장난감의 종류도 골치가 아플 정도로 가지가지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변신 로봇에서부터 마징가 Z, 슈퍼맨, 우뢰매, 그리고 슈퍼타이탄 등, 하나같이 외국말로 된 장난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장난감들은 한번만 가게에 나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어쩌다 영화가 인기가 좋아 흥행을 하게 되면 같은 제목의 영화가 시리즈로 나오듯 장난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슈퍼맨 1번, 2번, 3번 등 같은 이름으로 계속 번호만 바뀌어 자꾸만 새로운 장난감들이 줄줄이 새로 나옵니다. 그러기에 아이들 또한 그것들을 계속해서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는 것입니다.




민우는 오늘도 아침밥을 먹기가 무섭게 조립식 장난감을 사들고 제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꼭 잠근 채 장난감 조립을 하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점심 먹을 때가 가까웠는데도 꼼짝 않고 있는 걸 보면 장난감을 다 만들려면 아직도 멀었나 봅니다.


점심 준비를 끝낸 엄마가 민우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면서 말했습니다.


“민우야! 아직 멀었니? 점심상 차려 놓았으니까 어서 점심이나 먹고 다시 시작하렴.“


“으응, 알았어. 엄마. 잠깐만 기다려. 금방 나갈게.”


목소리를 들어보니 점심밥 생각은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시큰둥한 민우의 대답에 엄마는 또 속이 타고 짜증이 납니다.


“얼른 밥부터 먹고 해도 되지 않니? 엄마도 지금 배가 고프거든. 응, 어서!”


엄마가 약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다시 보채자 곧이어 방문이 열리더니 민우가 방에서 나왔습니다. 빈 손으로 나온 게 아닙니다. 장난감이 들어있는 상자갑과 설명서를 손에 들고 나왔습니다.


“엄마! 이게 무슨 말이야, 응?”


민우는 들고 있던 설명서와 상자갑을 엄마 앞에 불쑥 내밀며 물었습니다.


“이게 뭔데 그러니?”


민우가 내민 설명서를 건성으로 받아 든 엄마가 둥그렇게 된 눈으로 물었습니다.


“여기 있는 설명을 읽어보고 그대로 조립하면 되는데 내가 읽을 수가 있어야지. 그러니까 엄마가 읽어 보고 가르쳐 달란 말이야. 이제 조금만 더 맞추면 된단 말이야.“


민우가 보채는 바람에 엄마는 상자갑과 설명서에 쓰여 있는 글자들을 번갈아가며 읽어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영문으로 된 설명서가 깨알처럼 너무 작아서 눈이 밝은 사람이 아니면 여간해서는 읽어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왜 이렇게 읽어볼 수 없을 정도로 글씨가 작은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난감을 만들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설명서를 읽어 내려가던 엄마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로 물들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엄마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민우가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습니다.

“엄마, 왜 그래? 엄마도 여기 있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


엄마는 조금 민망한 얼굴이 되어 고개만 약간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에이, 엄마는 대학교까지 나왔다면서 이런 글자도 모른단 말이야?“


민우는 실망했다는 듯 엄마를 바라보며 소리쳤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 민우도 한글을 많이 아니까 한글로 써 있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게다가 여기가 외국도 아닌데 설명서를 이렇게 알 수도 없는 영어로만 작게 설명을 해놓았으니, 워언…….”


”……?”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더욱 어두운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상자갑이나 설명서에 있는 글자들은 한글 몇 글자를 제외하고는 온통 모두가 영어 글자로만 도배를 하고 있어서 엄마도 얼른 이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네 말대로 공부 좀 했다는 엄마도 잘 이해할 수 없는 영문자들을, 더구나 한글도 채 익히지 못한 아이들 장난감에 영문자를 깨알처럼 찍어 놓고 팔고 있다니, 정말이지 엄마는 여기가 영국이나 미국인지 우리나라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구나!”

“에이, 이제보니까 엄마는 영어 공부를 제대로 못했나 봐. 그치?”


”……?”


민우의 말에 엄마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가느다란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결국 장난감 때문에 민우에게 보기 좋게 망신을 당하고 만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여전히 초점 잃은 눈으로 한동안 설명서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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