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화가 할머니

[자녀들의 진로지도를 위한 동화]

by 겨울나무

할머니 댁으로 이삿짐을 나르기 위해 왔던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저마다 눈이 둥그래진 채 한 마디씩 지껄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할머니 한 분이 사신다면서 웬 살림살이가 이렇게도 많지?”


“이게 어디 살림살이인가? 살림살이 몇 가지만 빼놓고는 모두가 그림들인걸.”


“아마 할머님의 아드님이나 따님이 미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양이지?”


"그것도 아닌가 봐, 이 할머니는 자손이라고는 아무도 없으시대. 그리고 가족이라고는 아무도 없이 혼자 그림 공부만 열심히 하면서 사신다나 봐.“


“그래? 그럼 이 많은 그림들을 모두 할머니가 그리신 거란 말이지?”


"아마 그런 모양이야.”


"연세가 벌써 80도 훨씬 넘으셨다던데 그럼 아직도 그림을 그리신단 말이지?”


“아, 그렇다는 얘기만 들었지 내가 그걸 어떻게 자세히 알 수 있겠나.”


“정말 사람 살아가는 방법도 꽤 여러 가지로군!”


직원들은 짐을 나르면서도 계속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정말 할머니 댁의 이삿짐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편이었습니다. 짐을 다 싣고 보니 커다란 이삿짐 트럭으로 두 대가 꽉 찼습니다. 이부자리와 옷가지, 그리고 주방 기구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 모두가 그림이거나 그림을 그릴 때 쓰는 도구들이었습니다.

“내가 80평생 동안 모은 재산이라고는 오직 이 그림들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오. 그러니까 아주 조심들 해서 운반해 줘야 해요. 호호호…….”


할머니는 이삿짐을 운반할 때마다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몇 번이고 이렇게 신신당부를 하곤 하였습니다.

할머니는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이렇게 좋아하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이집 저집 남의 집 셋방살이를 하다가 이번에는 제법 널따란 아트를 구입해서 이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 많은 그림들을 모두 할머니께서 그리신 거라면서요?“


직원 중의 한 사람이 너무나 궁금했던지 이번에는 직접 할머니에게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우. 하이고, 그저 제대로 배운 것도 없이 그림이 좋아서 혼자 취미로 그려본 것인데 그림이라고 볼 수도 없어요. 호호호…….“


할머니는 조금 민망스럽다는 듯 여전히 소녀처럼 수줍은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직원은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웃거리며 다시 한마디 농담삼아 입을 열었습니다.

"아니, 그림을 이렇게 많이 그리셨으면 그때그때 파실 일이지 이렇게 끌고 다니기만 하면 어떻게 하세요? 그리고 할머닌 자녀분들도 없으신가요? 이사를 하시는데 아무도 나타나지를 않으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


직원의 물음에 할머니의 얼굴빛이 금방 시무룩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문득 할머니가 그 엣날 초등학교 다닐 때의 생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어느 미술 시간의 일이었습니다.

“히야! 영란이 너 그림 솜씨 한 번 대단하구나! 장차 틀림없이 유명한 미술가가 되겠는걸.”


할머니의 그림 솜씨를 본 선생님은 크게 감탄을 하면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그림 공부를 해보라고 권하셨습니다. 그때 할머니의 기분은 마치 하늘로 붕 떠서 올라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이처럼 기분이 좋아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래, 선생님의 말씀대로 난 세계적인 미술가가 되고 말 거야!‘

그때부터 할머니는 틈만 있으면 그림 공부에 몰두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밤낮으로 오직 그림만 열심히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해가 지나자 할머니의 그림 솜씨는 누가 보아도 감탄할 정도로 뛰어나게 발전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 할머니를 나무라게 되었습니다.

“너 요즈음 성적이 몹시 떨어졌구나. 그게 다 공부는 하지 않고 그림만 열심히 그렸기 때문이란 말이야. 옛부터 그림을 그리는 환쟁이 치고 가난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느니라. 당장 그림을 집어치우고 아빠가 시키는 대로 주산 공부나 열심히 하란 말이다. 알겠느냐?”


“예, 알겠어요 아버지 말씀대로 따를 게요.”


아버지의 너무나도 엄숙한 표정과 목소리에 겁이 난 할머니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오늘부터 당장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다고 순순히 대답했습니다.

그 시절에 부모인 아버지로서는 할머니에게 주산을 배우라고 걍요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때 직장이 은행이어서 집안 형편은 그런대로 넉넉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밖에 없는 귀여운 딸이 그 당시에 그림 공부를 한다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림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그만큼 우습게 여기던 시절이어서 영란이만큼은 주산 공부를 시켜 은행 같은 곳에서 일하게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머릿속에 한 번 깊이 새겨진 그림에 대한 꿈은 쉽사리 지워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눈을 피해 가면서까지 여전히 몰래 그림을 그리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나날을 보내는 동안 할머니는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아니, 뭐라고? 영란이가 아직도 그림을 몰래 그리고 있다고?“


아버지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버럭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리고는 할머니가 지금까지 그린 그림,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 쓰는 용구들을 닥치는 대로 박살을 내고 불을 질러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할머니를 앞에 읹혀놓고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난 너처럼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자식을 일찍이 둔 적이 없다. 앞으로 애비가 시키는 대로 공부를 계속하겠느냐? 아니면 네 고집대로 그림을 그릴 것이냐? 또 그림을 그릴 생각이라면 이 집에서 썩 나가거라!”

“…….”


아버지는 이만저만 화가 크게 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크게 화를 내면 할머니가 당장 그림 공부를 그만 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금까지 열심히, 그리고 정성껏 그린 그림이 몽땅 박살이 나고 불에 타서 잃게 된 할머니는 그렇게 억울하고 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날 며칠을 눈물로 보내며 생각한 끝에 마침내 독한 마음을 먹고 집을 뛰쳐나오고야 말았습니다.


집을 나온 영란이는 여러 날을 길거리에서 방황을 하며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에게는 무엇보다도 당장 먹고 자는 일을 해결하기가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도로 집으로 돌아갈까?’


집을 뛰쳐나온 지 사흘이 되던 날, 할머니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집을 나온 고통이 이토록 클 줄은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잠자리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도 가장 견디기 어렵고 참기 힘든 것은 배고픔이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이을 악물고 다짐하였습니다.

‘아니야, 이대로 도로 집으로 돌아간다면 난 아마 영영 그림 공부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굳게 먹고 어떤 고생이 따른다 해도 그림 공부를 계속할 거야!’


어린 할머니의 결심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무섭게 화를 내고 야단을 치던 아버지, 그리고 언제나 인자하시던 어머니의 품이 새록새록 떠오를 때마다 못 견디게 괴로웠습니다.


며칠 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할머니가 찾아가게 된 곳은 어느 가정집이었습니다. 할머니가 가엾어 보였던지 고맙게도 할머니의 부탁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날부터 할머니는 그 집에서 밥과 빨래는 물론이고 청소를 하면서 집을 봐주는 가정부살이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때 할머니의 나이 겨우 열 다섯 살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아침 일찍 일어나 밥짓기는 물론이고 청소와 빨래를 도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을 마치고 문단속을 한 후 밤 늦게야 잠자리에 들 수 있는 피곤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조금씩 용돈을 주면 도화지와 물감, 그리고 붓을 샀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바쁘고 고된 일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다시 그림을 열심히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얘, 영란아! 아니, 얘가 뭘 하느리고 찌개가 다 졸아버리는 것도 모르고 있니?”


잠깐 외출을 하고 돌아온 주인아주머니가 펄쩍 뛰며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지르면 할머니의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습니다. 그때, 할머니는 잠깐 틈을 내어 방에 들어가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찌개를 불에 올려놓고 잠시 후에 내려놓겠다고 생각했다가 그만 깜빡한 것입니다.


"아니, 너 지금 제정신이 아니로구나! 아니 밥을 하다 말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니 나원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네. 아무리 철이 없다 해도 제 분수를 알아야 할 거 아니니?“


할머니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손이 발이 될 정도로 싹싹 빌고 또 빌었습니다.

“아주머니, 죄,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실수가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는 화가 나서 한도 끝도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너무나 야속하고 슬펐습니다. 그런 아주머니가 야속하기도 하고 다시 집이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빌고 또 빌어 다행히 용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혼이 난 뒤로도 할머니는 어쩌다 짬이 날 때마다 그림을 열심히 그렸습니다. 그러다가 가끔 실수를 저지르는 일도 빈번하게 늘어만 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그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모두가 그림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좀처럼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집의 가정부 자리를 용케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쫓겨나면 다시 조그만 공장의 심부름꾼으로 들어가서 일하면서 그림만은 절대로 손에서 놓지를 않았습니다.


속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할머니를 보고 모두가 분수도 모르는 미친 아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흉을 보곤 하였습니다.

"난 누가 뭐라고 해도 장차 훌륭한 미술가가 되고 말 거란 말이야.”


할머니는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오직 화가로서의 꿈을 더욱 굳게 다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날을 보내는 동안 할머니는 어느덧 사십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할머니네 집에서는 할머니를 찾기 위해 이만저만 애를 쓴 게 아닙니다. 여기저기 찾다 못해 결국은 신문이나 방송국에서도 여러 차례 방송이 나가기도 하였습니다. 할머니를 찾아주거나 연락을 해주는 사람에게는 크게 사례를 하겠다고 사례금을 걸기도 하였습니다.

할머니 역시 그 광고를 여러 차례 신문이나 방송에서 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모른 체하며 넘기고 말았습니다. 이제와서 그림을 집어치우고 자신의 초라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불쑥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화가로서 성공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부모님 앞에 떳떳이 나타날 수 없답니다.“


할머니는 그 뒤로도 그저 밥만 얻어먹고 그림만 그릴 수 있는 조건이라면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습니다. 그러기에 할머니의 생활은 언제나 엉망이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않고 생활을 하는 가운데 할머니의 나이 어느덧 80이 넘은 백발이 되었던 것입니다.




80이 넘은 백발이 되어서야 겨우 작은 아파트를 구하게 되었지만 할머니는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할머니만의 세상을 마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마침내 뜻밖의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할머니의 소문을 들은 어느 신문사의 기자가 '외고집 인생' 이란 제목으로 할머니의 일생을 신문에 싣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뜻밖에도 그 신문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된 어느 돈 많은 분의 도움으로 할머니의 그림만을 전시해 놓고 개인전을 열고 싶다는 제안을 받게 된 것입니다.


”아아! 어쩌면 나에게도 이런 기쁜 일이!“


그 소식을 듣게 된 할머니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두 눈에서는 어느새 기쁨의 눈문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날이 오기를 그동안 얼마나 고대하고 꿈속에서까지 기다렸는지 모를 일입니다.

전시회에서는 할머니가 그동안 80평생을 바쳐 심혈을 기울여가며 그린 2백여 점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아름답고 보기 좋게 걸려 있었습니다.


그 그림들을 한 점 한 점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할머니의 일생과 숨결을 느낄 수 있듯 모두가 하나같이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침내 개인전이 열리는 날,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에서 여러 날을 크게 광고를 했기 때문에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며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유명한 화가들도 모두 모여들었습니다.


“히야!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걸작인걸!”


할머니의 그림을 감상하던 한 화가가 입을 딱 벌리며 감탄을 아끼지 않기에 바빴습니다.


"아니, 이런 분이 아직까지 화가로서 빛을 보지 못하고 숨어 있었다니?”

빵 모자에 파이프를 문 다른 화가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솜씨야. 이런 분이 나왔으니 우린 이제 굶어 죽고 말겠는걸!”


외국에 나가 미술 공부를 많이 해서 유명한 덥수룩한 수염의 다른 화가도 덩달아 중얼거렸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할머니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한결같이 할머니의 뛰어난 그림 솜씨에 감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할머니의 그림 솜씨와 재주는 그 누구도 감히 따르지 못할 정도로 할머니의 혼이 그대로 깃든 걸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림은 삽시간에 날개가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보니 그림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집에 남겨 두었던 보잘것없는 그림까지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모두 팔려나가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림이 모두 팔려나가자 미리 돈을 주고 나중에 그려달라고 부탁을 하는 사람들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할머니는 하루 아침에 유명한 화가가 되었고, 벼락부자까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림을 판 돈을 모두 합하면 어마어마하게 큰 빌딩을 여러 채나 사고도 남을만한 돈이었습니다.


“우와아~~~ 나도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성공을 하고 말았구나!“


할머니는 그만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이만저만 기쁜게 아니었습니다.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가 지금 가장 기뻐하고 있는 것은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보다는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었다는 기쁨이 몇 배나 더 컸습니다.

화가!


그것은 정말 할머니가 따뜻한 가정까지 버려가며 80평생 온갖 고생과 어려움을 견디어 오면서 단 한 번만이라도 듣고 싶었던 이름었습니다.


할머니의 눈에서는 어느새 다시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전시회가 끝나는 날, 할머니는 방송국의 출연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아나운서가 먼저 물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그림 때문에 집을 쫓겨 나오신 뒤, 지금까지 수많은 고생 끝에 결국 그 어려운 화가가 되셨는데 혹시 후회는 안 되십니까?”


"남들이 제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 손가락질을 할는지 모를 일입니다만 부모님께는 일단 큰 죄를 지은 불효이며 죄인입니다. 그리고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집을 부리며 그림을 그렸던 지난 날에 대해 후회를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앞으로 남은 평생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저는 이미 늙었지만, 힘이 자라는 데까지 그리고 제가 죽는 날까지 그림을 그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각오로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그릴 생각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좀 실례의 말씀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 할머니께서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받게 되셨는데 그 돈은 어떻게 쓰실 계획이신지요?“


”저는 이번에 그 돈으로 미술 대학을 하나 짓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또 돈이 얼마라도 남는다면 가정형편으로 인해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그림 공부를 계속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내놓을 생각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참으로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꿈을 반드시 이루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


할머니가 이번에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할머니의 눈에서는 또 다시 기쁨의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습니다.


80평생을 오직 그림만으로 살아온 외고집 인생의 할머니, 그의 고집은 마침내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고야 만 것입니다.

할머니의 눈에는 어느새 할머니가 내놓은 돈으로 아담하게 지은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그림 공부에 열중하는 믿음직한 학생들의 모습이 어른거리고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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