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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범인도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리뷰] 조규장 감독, 이성민, 김상호, 진경, 곽시양 주연 <목격자>

by intoyourverse

이 글에는 경미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관람 후에 읽어주세요.


▲ 목격자 ⓒ NEW


<목격자>는 관객이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극, 지적인 놀이가 아니다. 범인의 얼굴은 초반부터 나오고, 정체도 쉽게 드러난다. 영화의 주 이야기 구조는 스릴러에 있다. 스릴러의 목적은 생존이다. 주 1)


상훈(이성민 분)은 손해보험사 직원으로 우리네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상훈이 가진 것이라고는 아내와 딸, 그리고 대출로 산 아파트뿐. 한국사회에서 아파트가 가진 의미란 각별하다. 상훈은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서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동시에 범인도 상훈의 집을 인지한다. 이 상황에 도덕적 양심과 가족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내적 갈등을 일으킨다. 손해보험사는 피해 접수를 받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상훈도 그런 직업 특성을 내내 이어간다. 후에 아내 수진(진경 분)의 옳은 행동을 접하고, 자신의 가족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닥쳐오면서 점점 변화한다.


<목격자>는 스릴러를 통해 한국사회의 치부를 들춰낸다. 부동산 공화국, NIMBY 현상, 개인 이기주의, 공동체의 붕괴, 안전불감증 같은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부녀회장은 아파트 시세 유지를 명목으로 살인 사건 수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입주인에게 종용한다. 인근 임대 아파트 주민이 다닐 수 없도록 아파트 출입구를 통제했던 사건, 택배기사에게 갑질로 소란스러웠던 사건 모두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블랙 코미디 같은 장면에서 함께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과 너무 흡사한 모습에 씁쓸하다.


영화에서는 범인이 아파트 한복판에서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치밀한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범인은 충동적이고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범행 현장에 노출하고 있다. 공동체의 붕괴, 이웃의 무관심이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우리가 상훈과 같은 상황을 맞닥들인다면, 가족을 지켜내며 끝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세계에서 치안이 좋기로 손꼽히는 우리나라지만, 이처럼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증인 보호 장치는 잘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염려도 생긴다.


태호(곽시양 분)는 일반적인 살인 동기로 자주 인용되는 가정 폭력 혹은 사회 문제에 해당하는 범인이 아니었다. 살인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위력을 과시하고 싶은 연쇄 살인범이었다. 그런 사람은 극히 소수라고 믿고 싶지만, 그들도 사회 속에 평범한 모습으로 위장하여 살고 있다. 공권력이 모든 시민을 다 지켜줄 수는 없다. 경찰 공무원, 소방 공무원은 항상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현장에 대한 지원도 넉넉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웃 공동체가 복원되고, 개인 이기주의가 줄어든다면, 적어도 저런 범인이 제 멋대로 활개치고 다니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어두운 밤, 어디에선가 도움을 청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주 1) “추리소설의 목적이란 게 범인 찾기이고, 지적 게임이다. 저는 추리소설을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제 소설은 전부 스릴러이다. 스릴러의 목적은 생존 게임이고, 살아남기다. 바깥에서 덮쳐오는 운명의 폭력성에 맞서고 살아남는 이야기들."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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