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앳더리버 Aug 15. 2023

엉킨 실타래, 통합교육

의미있는 질문들이 필요한 때

  특수교육이, 통합교육이 언젠가 지금보다 더 많은 화두가 될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쓰나미처럼 뉴스로 도배될 줄은 몰랐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매일 맞닥드리는 현장의 이야기이기에 나도 뭔가 정리가 필요했다.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일련의 일들을 어디서부터 풀어가야할까..


  수많은 뉴스, 커뮤니티 글들에 점점 살이 붙고, 왜곡된 정보가 아무렇지 않게 생산되는 것을 보면서 다른 사안보다는 그래도 현장에 있는 당사자(?)이기에 어떤 정보가 오염됐는지 알 수 있었다. 어떤 기사를 읽으면 주호민씨 가족에 원망스런 마음이 들다가도, 어떤 글에는 특수교사의 대처가 적절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직장인 커뮤니티 글과 댓글을 보면 같은 사안이지만 정말 극단의 의견들이 있었다. 


"설리번같은 교사에게 바로 아동학대로 신고하다니! 후안무치가 따로없구만!"
"그래도 교사가 아이에게 저렇게 말하는건 아니지 않나? 내가 부모여도 화가날 것 같은데"


  그럼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왜 이렇게 양극단으로 나뉘는 걸까? 우리의 분노는 누구를 향해야하는 걸까?

먼저, 학부모 입장과 교사 입장을 구분해보고 싶다. 학부모 입장을 온전히 담을 수는 없겠지만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학부모 측 입장 >

-아이는 자폐성 장애로 진단받아 사회성과 의사소통에 질적 결함이 있다. 또, 독특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이상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이상한 행동에도 다 기능이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자 하는 행동은 아니다.

-그렇기때문에 통합교육 현장에도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어느날 아이가 반에서 바지를 내려 성폭력 사안으로 학폭위에 올라갔다. 

-아이의 행동이 성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비장애학생과 똑같이 처벌을 받고 통합학급 수업에도 배제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 후 아이는 학교가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평소와 다른 정서와 행동을 보였다. 

-불안한 마음에 학교에서 어떤일이 있는지 궁금해 아이에게 녹음기를 담아 보냈다.

-몇일 후 아동학대로 여겨질만한 특수교사의 발언을 듣고 너무 놀라 아이가 특수교사의 지도를 받는 것은 막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교사가 바뀌려면 아동학대 신고를 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신고 절차에 들어갔다.


<특수교사 측 입장>

-주호민씨 아이 00가 통합학급에서 다른 친구들을 때리는 등의 행동이 종종 있어 학생, 통합학급 관리에 신경쓰고 있었다.

-00가 반에서 바지를 내려 피해 여학생이 충격을 받고, 결국 학폭위에 올라갔다.

-피해학생 측에서도 원했고, 특수교사로써 최대한 잘 수습하기 위해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를 거쳐 00를 특수학급에만 있게끔 분리조치 했다. (이런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는 모르지만, 통합학급 현장을 생각했을 때 장애학생 문제행동에 대한 특별한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특수교사는 비장애학생의 성폭력 사안처럼 결론이 나는 것보다는 최대한 본인 선에서 수습하려는 판단에 통합학급 분리라는 대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 00의 바지내리는 행동은 기능이 어떻든 적절한 사회적 행동은 아니고, 반복될 경우 다른 피해학생이 생길 수 있기때문에 이번 기회에 엄하게 지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수학급에 전일제로 있으면서 00의 행동은 잘못됐다고, 다시 발생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훈육성 발언을 계속 반복적으로 했다. 

-어느날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고소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조사까지 받았다. 얼마 뒤 정서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되었고, 직위해제까지 내려졌다.





  이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만큼이나 엉켜있는 이번 일들을 보면서 결국 통합교육 현장에 대한 기시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해당사자나 학생 특성에 따라, 학교 구성원에 따라 언제든 모든 학교 현장에서 이런 복잡한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매뉴얼, 규정이 없다는 것은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수교사든, 장애아이 가족이든 한쪽으로 치우쳐 잘못한 누군가를 마녀사냥 하듯 해결하려는 태도는 본인의 도덕성에 정당함을 얻으려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젠 좀 더 촘촘한 매뉴얼과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한 때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결국 한 줄의 실에서 시작해야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의미있는 질문들을 골라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현장에서 느낀 나부터 쏟아내고자 한다.


Q) 통합교육 현장에서 장애학생 도전행동을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특수학교처럼 위기행동관리위원회같은 기구를 두어야할까? 

Q) 장애학생의 도전행동 시 징계 결정은 도전행동 기능 파악을 통해 이루어져야할까? 그럼 기능 파악은 누가하며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할까?

Q) 장애학생 도전행동 시 징계에 대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명문화해야할까? 학생 특성에 따라 세부적으로 명문화할 수 있을까?

Q) 개별화교육계획(IEP)의 행동중재계획이 학생 지도나 징계 여부에 근거가 될 수 있을까?

Q) 장애학생의 공격적인 행동 시 분리를 해야한다면 분리 공간이 특수학급이어야할까? 아니면 별도의 공간이어야할까? 

Q) 특수학급으로의 분리가 특수학급 공간을 징계화하는 효과로 이어지기때문에 적절치 않을까? 아니면 학생이 특수학급에서 안정을 느낄 수 있기때문에 학생을 위해 특수학급으로 분리하는 것이 더 적절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부는 사랑을 거부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