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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May 02. 2021

Krav Maga. 2년의 소고.

0. KKM에서 크라브마가를 수련하기 시작한지도 2년을 넘겼다. 그간의 수련과정에서 얻은 마음가짐을 한번 복기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듯 하여 글을 써본다.


1. 2년전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생각했을 때, 이전에도 해봤던 수영이나 헬스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스는 자신의 육체를 화분삼아 근육이라는 화초를 키우는 이른바 조경에 가까운 취미(...)처럼 보였고,수영은 운동효과는 확실하지만 들어갔다 나올때 걸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특히나, 수영이라는 기술이 단련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뭔가 해볼라면 일단 코로 물부터 먹고 시작하는데 대체 몰입을 할수가 있어야 말이지....

여튼간 운동을 할거면 뭔가 배울수 있는것을 하는쪽이 낫지 않겠는가 싶어서 근 두달동안 유도, 검도, 태권도, 합기도, 권투를 놓고 고민해본 결과 내가 내린 답은 크라브 마가였다.

크라브 마가의 창시자 Imi Lichtenfeld


2. 무도를 배운다는 관점에서 보면 유도나 태권도처럼 끝이 '도'자로 끝나는 것을 배우는게 맞을것이다. 하지만 40을 넘겨버린 몸이 배우면 배울수록 아크로바틱해지는 무도에 적응할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결국에는 배우고 싶어도 몸이 따라가지 못해 수련이 불가능한 시기가 언젠가는 오게되어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무도는 선택지에서 제해진다.

물론 몸에 부담이 덜한 팔극권같은것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수련을 하려면 자주, 꾸준히 하는것이 최고인데 매번 인천까지 갈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거의 복싱으로 갈뻔했다. 이건 아직까지는 대중적이고 확실히 운동이 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배우려는것은 대회나 시합에 나가기 위한 무술인가 아니면 평소에 갈고 닦다가 유사시 쓸수 있는 기술인가?

세상은 생각보다 무섭다


3. 위키백과에서는 크라브 마가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크라브 마가(히브리어: קרב מגע, 영어: Krav Maga)는 이스라엘 방위군(IDF)과 이스라엘 안전보장군(샤바크, 모사드)를 위해 개발된 군사 자기방어 체계의 하나로서, 실질적인 전투 훈련과 더불어 복싱, 레슬링, 아이키도, 유도, 공수도를 기원으로 하는 기법들을 절충하였다.

즉 엄밀하게 말하자면 크라브 마가는 무도라고 볼수는 없다. 일단 다른 무술유파들처럼 몇백년에 달하는 전통이 없다. 그리고 무도는 상대방을 해하는게 목적이 아닌 스포츠에 가까운 방향으로 진화해가는데 크라브 마가는 출생이 출생인지라 그딴거 없다. 대놓고 사타구니나 눈알부터 조지고 들어가는게 크라브 마가다.

크라브 마가에 대한 완벽한 설명

위급상황에서 바로, 쉽게 써먹을수 있는것을 최우선으로 두는것이 크라브 마가의 무도로써의 철학이라면 철학이다. 그렇다보니 크라브 마가에는 어려운 기술이 없다. 킥은 가르치지만 다리찢기를 할 필요가 없는게 크라브 마가다. 수련하지 않은 몸으로라도 할수 있는 쉬운 기술을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것이 크라브 마가의 수련법이다.

그러나 막상 수련에 들어가면 이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주먹을 들어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다른 무도와는 달리 크라브 마가는 손바닥을 펴서 들어올려 마치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듯한 자세로 시작한다. 싸워 이기는데 목적이 있는게 아닌 방어에 중점을 두다보니 준비자세부터 이런 식이다. 적의 공격을 읽고 방어하여 카운터를 치는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레벨1도 따낼수 없는게 크라브 마가이다.


4. 그래서, 크라브 마가를 굳이 분류하자면 무도라기보다는 종합격투기에 가깝다. 그것도 체력과 기본기는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굴려주지만 그 외의 것들은 연구하고 배워야 하는 격투기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메치고 제압하는 기술이 필요하면 레슬링과 주짓수에서 배우고(실제로 교육시간에 유도복 입고 굴러본적 있다.) 스웨이나 위빙이 필요하면 복싱에서 배우고, 킥이 필요하면 태권도나 공수도에서 배운다. 다만 어디서 배우든 적을 제압한다라는 그 본질에 맞게 가져온다. 내가 배우는 곳의 교관님은 합기도도 가르치지만, 합기도 배우는 학생들이 크라브 마가를 배우러 오면 합기도와는 달리 펀치든 킥이든 끝까지 묵직하게 질러넣으라고 한다. 

배움의 과정에 깔린 사상이 이렇다보니, 처음에는 이스라엘 정부에서 인증하는 IKMA에서 배울까도 싶었지만 지금은 어디서 배우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하면 흡수해서 내것으로 만드는것이 중요하지 배우는 단체가 그렇게까지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련의 성과

시작한지 2년이 지난 지금, 마음같아서는 레벨3까지 가고 싶긴 하다. 하지만 지금의 목표는 레벨2다. 레벨3까지 가능할지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배움을 이어가려면 레벨 3를 배우는 것보다 레벨2 교관과정에 도전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어떤길을 택하든, 크라브 마가의 생각을 평생 실천할수 있는 길로 가고 싶다. 실용성의 길. 필요하면 유파의 경계를 넘어 뭐든지 내것으로 만드는 끝없는 배움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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