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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Nov 27. 2018

국가부도의 날, 그리고 KT화재

0. 어제 퇴근하는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 개봉을 앞두고 IMF를 묻는 퀴즈가 나왔다. 정답은 고사하고, 이럴때 재미있는 오답을 내서 라디오 프로그램에 한번 소개를 받아보려는 기상천외한 오답들이 이어졌다. 이제 그 일 이후로 20년정도 지나니 이제 그시대의 일은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잠시의 웃음을 유발하는 퀴즈의 문제가 되었다.


1. 지금이야 그렇게 웃을수 있지만, 당시의 뉴스는 아직도 유튜브에서 조회(https://www.youtube.com/watch?v=j5a8ACPeNzY&t=176s)가 가능하다. 매일같이 대기업들의 부도와 화의신청이 줄을 잇고, 은행 앞에서는 돈을 찾지못한 막막함과 절망감에 빠진 사람들의 얼굴이 가득했으며, 정리해고 당한 가장이 미처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 못한채 공원에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가는 일이 흔했다. 가정 분열은 다반사였고, 노숙자도 급증했으며, 지금이야 흔하지만 당시에는 생소했던 ‘비정규직’이라는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자리도 등장했다.


2.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서 내놓은 해결책중 하나가 IT육성 정책이었다. 당장 그 위기의 순간에 전국적인 인터넷망이 깔린것이다. 컴퓨터 교육이 장려되고, 이제와서 수많은 문제를 낳고있는 속성 개발자 육성정책이 바로 이때 나왔다. 확실히 당시에 IT산업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국 경제를 위한 구조보트 역할을 했다.


3. 하지만, 우리는 그 구조보트에 올라타 대체 무엇을 한것일까? KT화재를 다룬 뉴스기사(https://www.bbc.com/korean/news-46340053)를 보면, 정작 우리가 올라탄 이 구조보트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은것 같다. 구조보트위에 올랐다면 다음 단계는 서둘러 충분한 관리와 유사시 백업수단이 준비되어있는 곳으로 탈출해 나아가야 할텐데, 우리는 그냥 그 구조보트 위에서 이제껏 살아왔던거 같다.


1997년, 우리가 겨우 올라탔던 그 구조보트에서 약 4년후, 우리는 IMF 탈출 선언을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국가부도의 날에서 IT산업이라는 구조보트를 타고 탈출한줄 알았으나, 사실은 아무것도 변한것이 없고, 아무도 탈출하지 못했다. 이제 이 보트마저 침몰한다면,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구조보트를 위한 구조보트는 과연 올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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