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eHyun Kim Aug 29. 2018

악의 조직론 #7 성장위주 사회의 함정

가밀러스 제국의 흑자부도

이 글을, 끝이 보이지 않는 확장과 성장을 강요당하다 산화한
가밀러스 제국 장병들에게 바친다.


0. 가밀러스 제국.

강대한 무력으로 별들을 집어삼키는 우주의 패자. 은하계 단위로 우주를 정복하며 복종하는 자는 살려두지만 반항하는 자에겐 가차없이 응징하는 폭군중의 폭군. 지배의 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행성 하나쯤은 통째로 학살해버리는 극악무도의 군국주의 세력.

....어찌보면 이런 녀석이라 망해버려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황량한 곳에서 살아서 그런가...여러분 이래서 성장기 환경이 중요합니다.


1. 우주의 평안을 생각하면 이런 막돼먹은 국가가 망해서 다행이긴 한데, 망한 과정 자체는 아무리 봐도 석연찮기 그지없다. 확실히 우주단위로 통틀어봐도 무력의 수준이나 국가의 규모로 봤을때 행성계 단위로 잡아먹어대는 이 폭군의 미칠듯한 정복을 막아설 만한 조직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철 야마토가 출격하게 된것도 끝없이 국경선을 늘려가는 가밀러스의 손길이 지구에까지 당도하고, 이에 황폐해진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최후저항이라 할수 있겠다. 여기서 도무지 앞뒤가 안맞는게 글자그대로 죽다가 만 지구인이 죽다가 만 배한척을 이스칸달인의 도움을 얻어 어찌어찌 되살려내고 이거랑 엎치락 뒤치락 하더니 어어어~하다가 글자그대로 국가가 통째로 붕괴해 버렸다. 대체 뭐이런 어이없는 결과가...

이정도 수준이면 어쩌면 가밀러스 멸망의 원인은 야마토에 있는게 아니라 가밀러스 자체에 있는게 아닐까.

좀 더 정확하게는 얘가 제일 문제


2. "가밀러스 조직 취약성" 이론을 뒷받침할수 있는 근거로, 우선 거대 조직에 걸맞지 않는 행정조직을 우선적으로 뽑을수 있겠다. 데슬러 총통이 국가 업무를 위해 회의하는 장면을 보면, 도무지 드넓은 우주를 무대로 정복사업을 하는 조직의 규모로 보이지를 않는다. 데슬러 총통 옆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같이 논의하는 참모진의 구성은 대부분 무관천지로 대체 데슬러 총통 옆에 과연 문관은 있는가 싶을지경. 단순 군사조직이라면 이런 구성이 문제가 없겠지만 가밀러스는 일인독재체제하의 국가이고, 데슬러 총통은 군주라는 입장에서 행정도 총괄해야하는 만큼 옆에서 보좌하는 문관의 존재도 필수적이다.유사하게 은하영웅전설의 경우를 보면 라인하르트가 제위에 오른후에 그 곁에서 보좌하는 문관들에 대한 언급이 작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언급이 된다. 하지만 이건뭐....


3. 가밀러스가 일반적인 국가체제가 아니라 극단적인 군사주의 국가체제이며 행정같은 일들은 보이지 않는곳에서 참모진들이 꾸려가고 있다고 치자. 아니면 보여지지만 않았을뿐 데슬러 총통은 군인들로 가득찬 방을 나서면 이번엔 문관들에게 붙잡혀 내년도 복지예산 편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해두자. 하지만 일반 행정조직을 제거한다 치더라도 우주를 정복하는 군사집단치고 너무 조촐하다는 문제가 남는다.

가밀러스는 우주전체에 퍼져있는 함정들의 수만해도 1만척이 넘어간다는 언급(우주전함 야마토 2199)이 나온다. 현재 미국의 제7함대 최대 편제수가 70척인데 이거 기준으로 전체 함정수를 나눠보면 무려 140개 함대가 넘어가는 수다. 제독급 장교의 머리수만 해도 일개 대대병력의 머릿수에 육박하는 규모의 군대치고는 참모의 수가 턱없이 적다. 게다가 방금의 계산은 어디까지나 함정의 수 기준이니까 점령전에서 행성에 상륙하는 지상부대의 규모는 감안이 안된 숫자다. 게다가 전투병력만해도 어마어마한데 이를 운영하는 군수/군정 조직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는 그야말로 우주급! 참모진의 규모도 그만큼 장대해질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비대화는 비효율을 부른다. 데슬러 총통은 유능한 사나이. 어쩌면 비대해지고 효율적이지 못한 참모조직은 그의 마음에 들지 못한게 아닐까? 효율 안나오는 참모조직을 붙들고 낑낑대느니, 차라리 지역별로 분할해서 부하들에게 담당을 나누어주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역시 데슬러!

아...가만. 그런데 가밀러스는 점령지의 끝없은 반란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거 아니었나? 그래서 지방의 소요를 억누르기 위해 중앙에서 군을 파견하는게 일상화되어있는 상태. 지방 반란조차 해당 구역 사령관이 어떻게 손쓰지 못하는거 보면 데슬러 총통 주변이든 각 군관구든 뭔가 무력한 부분을 감출수없다. 속부터 곪았다..라는것은 이런것인가.

대함거포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분명히, 그리고 많이 있다.


4. 그럼 가밀러스 제국은 대체 어쩌다 이런 지경에 왔는가.

답은 간단하다. 데슬러 총통의 정신나간 확장욕심이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다.

일반적으로 전쟁경제는 국력의 소모를 부른다. 인력은 전선에서 허망하게 죽어나가고, 자원은 전쟁의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모된다. 일단 당장은 이겨야 하니까 국가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게되고, 이 빚은 울며 겨자먹기로 국민들에게 떠안겨진다. 게다가 강력한 무력으로 점령한 행성을 개척해서 국력의 기반으로 삼아야 하는데 수틀리면 행성째로 학살하고 점령지의 시민은 2등국민의 낙인을 찍어 아무리 유능한 인물이라도 사회에 기여할 길을 좀처럼 열어주지 않는다. 잘해야 '명예 가밀러스인'이라는 허울뿐인 칭호가 고작이고 이것도 얻을수 있는 방법이란 군대에 복무하는 길뿐이다.

결국 가밀러스는 야마토가 파동포로 날려버리지 않아도 언젠가 알아서 무너질 조직이었다는 소리다.

현실세계에 이런 조직이 아예 없는것도 아니다. 가령 바로 윗쪽 돼지삼대에 걸쳐 착취로 굴러가는 나라라거나, 아님 물건너에 세계 2위부터 10위의 군사력을 합해도 그 군사력이 넘사벽뒤에 서있는 군사력 1위의 나라가 있다.

하지만 전자는 말도 안되는 억지 명분을 강제로라도 들이대고 있고 후자는 그럼에도 균형을 잘 잡아 나라를 꾸려가고 있는 실정인것이다. 그러나 가밀러스는 명분의 경우 이스칸달 천도라는 정책으로 날려먹었고 유지능력은 참모진의 규모로 볼때 어림도 없다!


조직이 걸어가는 길은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일때가 더 많다. 그 가시밭길을 우직하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뚫고 나가겠다'라는 의지를 지탱해줄 명분과 가시에 찔려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할 운영능력이 필수인것이다.

이 둘다 결여된 가밀러스 제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못차리는 데슬러총통. 이 시리즈의 말미에서는 가급적 온건하게 조직 책임자에게 개선안을 권고했지만 이번에는 안되겠다. 데슬러는 하야하라!

나라가 지금 개판오분전인데 너는 목구멍으로 술이 넘어가냐?



차회예고

대지를 내달리는 강철의 근육!

익숙한 사물이 순식간에 흉폭한 기계로 변한다!

인류보다 오래된 기계의 문명!

오합지졸 깡통로봇들이 몰려온다!

트랜스포머!

....를 할려고 하였으나, 좀더 재밌는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변경.

헐리우드의 영원한 동네북.

사실은 무시무시한 존재지만 어째서인지 영화에서는 호구신세.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의 영원한 악의축.

코빅맥을 각오하고 써볼까 합니다.

C.I.A!


작가의 이전글 악의 조직론 #6 사심이 부른 재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