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eHyun Kim Apr 06. 2016

악의 조직론 #6 사심이 부른 재앙

신세기 에반게리온 편

0. NERV

사도의 습격이라는 인류 멸망의 위기에 맞서 막대한 자원과 강력한 병기를 앞세워 인류를 위해 싸우는 조직.

....이랄까, 근데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서류상이고. 

실제로는 '정의의 조직'이라기 보다는 '악의 조직'에 걸맞는 조직이 NERV다.

그럼 어째서 NERV는 망했는가를 따져보기 전에 이 조직이 대체 얼마나 악의 조직인지부터 따져보자.


1. 알다시피, NERV의 주요 전략병기는 에반게리온이다. UN군 소속으로 이런저런 화력을 끌어다 쓸수 있긴 하지만, 이때다 싶을때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는것은 뭐니뭐니해도 결국은 에반게리온. 그리고 알다시피 이 병기는 아직 풋풋하기 짝이없는 중학교 학생들이 이런저런 괴로운 과정을 거쳐 조종하게 된다.

그런데 알다시피 중학생이라 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직 미성년자 취급이다.한국 기준으로 중학생이라 하면 14살~16살까지의 청소년들인데, 어떤나라가 됐건 이 연령대의 사람들을 '청소년'으로 칭하지 '청년'혹은 '성인'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결국 NERV는 성인이 아닌 아직 어린 사람들을 '인류를 지킨다'라는 명목하에 소년병처럼 최전방으로 투입하는꼴. 그러고보니 분명 NERV가 속한 UN은 이런 문제에 민감한 유니세프가 있지 않던가...

유니세프는 미성년이 전장에 병사로 투입하는 반인권적 행위를 규탄합니다.

게다가 NERV의 기술 스탭을 이끄는 아카기 리츠코 박사의 경우, 그 부모가 무려 아동살해범. 일반적인 국가라면 이런 범죄는 중범죄로 취급된다. 그러나 역시 NERV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법의 처벌은 커녕 계속해서 시스템 구축에 종사하게된다.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죄라 하지만 아무리 초법적인 기관이라 해도 이래서는...


2. 인류를 지킨다고는 하지만 기실 이놈의 조직은 인류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0.0000000023%도 찾아볼수 없다. 아야나미 레이의 복제인간을 무더기로 만들어 놓고 이걸 더미라고 부르지를 않나, 수틀린다고 버튼 한방으로 전부 폐기처분해버리질 않나. 뭐 이건 NERV만 가지고 태클걸기도 어려운데, 일본자위대의 경우 심지어는 사도를 막는다고 열핵병기도 펑펑 터뜨린다.

구 극장판의 경우 일본정부는 NERV를 흑역사로 묻어버리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하는데, 지하에 NERV가 있던 제3신동경시는 그야말로 솥뚜껑처럼 날려버리고(...) 일본정부의 수상쩍은 행동을 알고있던 NERV의 수뇌부도 거의 "될대로 되라지"수준으로 조직원들을 내팽개쳐 버린다.

제대로된 지휘관이라면 이꼴보기 전에 전부 대피시키던가 선제공격을 하던가 했을것

미사토의 말대로 맘만 먹으면 어지간한 국가는 쓸어버릴수 있는 수준의 자원과 무력을 가지고도 이모양 이꼴이니, 내목숨 남목숨 할거 없이 전부 휴지조각 취급하는건 그야말로 악의 조직에서도 최고수준.


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NERV의 실행력은 믿을수 없을 지경이기도 하다. 산1호작전때만 하더라도 최고 사령관은 겨우 위관급인 현장 지휘관에게 모든것을 일임한다. 입자가속기를 개조한 초장거리 입자 라이플은 하루밤만에 뚝딱 만들어내고, 그걸 굴리는 전력망도 글자그대로 순식간에 구축한다. 

구성원 개개의 능력도 비범이라 부르기도 부족한 수준이라, 중상을 입은 파일럿을 치료하고 엉망이 되어버린 에반게리온의 수리도 척척해내는 스탭진들의 능력은 대체 왜 이정도의 인력들이 이런 엉망인 조직에서 망가져야 하는가 하는 탄식을 부른다.

여하간 악의조직에서 보이는 특유의 언밸런스함 역시 NERV는 뒤지지 않는다. 이정도면 악의 조직에 반열에 오르기 충분.

그럼 이제부터 대체 이 잘나가는 조직은 왜 망해버렸는가를 따져보자.


4. 일단 대외적인 NERV의 임무는 사도에 맞서 인류를 지키는것이다. 그런데 그건 이 조직의 임무고, 조직 구성원들의 목적은 하나같이 제각각이다. NERV위에서 관리감독을 실행하는 제레의 경우는 인류보완계획인지 머시깽인지를 통해 결국 인류를 전부 액체로 만드는게 목표였고 이카리 겐도는 아무리 잘쳐줘봤자 심각한 의처증 말기 환자가 인류가 전부 물바다로 변하건 말건 이성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을 현실화 하는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에바의 파일럿이자 주인공격인 신지는 중2병의 왕이 되는게 꿈인거같고 아스카는 이성, 그것도 나이차가 10년은 넘어가는 이성에게 사랑받는게 목표. 레이는 대체 인생의 목표라는게 있는가 싶을 지경이고 아카기는 못죽어서 사는 인생, 미사토는 인관관계로 망가진 마음을 인간관계로 푸는게 당면과제인듯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병살 내지는 내야 땅볼만 칠정도로 서툴다.

이건 애교수준입니다.

결국 인류를 지킨다는 말은 아무리 잘쳐줘봐야 그냥 복지부동에 능숙한 관료주의 수준의 마인드 베이스에, 조직 구성원들이 여기에 붙어 있는건 제때 월급나오니까 수준, 구성원들이 전부 사심으로 가득찬 이런 조직에게 인류의 미래를 맡기고 있었다니...


5. 과거 조직론에서는 조직의 하드웨어적 구성에 대한 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직급은 어떻게 나누고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구축하고....이런게 성공적인 조직을 만드는 방법론으로써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져서, 조직의 하드웨어에 대한 중요도가 낮아진건 아니지만 조직의 소프트웨어적인 면모가 하드웨어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어떨땐 조직 구성원에게 같은 목적의식을 심어주는게 조직도를 구성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확립하는것보다 우선으로 치는경우도 있다. 이는, 어쨌거나 문제를 해결하는건 사람의 몪이고 사람의 해결하려는 의지만 막지 않으면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낸다라는 경험적 사실에 기초한다.

이는 조직구성원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심, 즉 개인의 욕망이라는 에너지를 어떻게 조직의 목적을 바라보게 할수 있는가...라는 문제의 해법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지금은 조직원들의 마인드셋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그 조직이 어떤일을 하는가에 따라 이런 마인드셋을 강조하는 톤도 달라진다. 결국, NERV라는 조직은 그 조직이 떠맡은 짐에 비해 그 짐을 지고 갈수 있을정도의 사람을 양성하는데는 실패했고 이것이 결국 조직의 붕괴를 불렀다...


겐도 사령관님. 이렇게 된 이상 다시 시작하죠. 일단은 댁의 정신머리부터 좀 고칩시다.


차회예고

푸른 꽃 피는 대지 고상한 내 고향이여

울려라 환희의 노래 신의 가호 는 우리와 함께 

갈레 = 가미론 찬양하라 조국의 승리를!


그렇게 조국은 승리하였지만 결론적으로 망했습니다.

다음시간, 흑자부도의 함정 가밀러스 제국!

  


작가의 이전글 악의 조직론 #5 지온공국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