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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Dec 20. 2022

제목 없는 소설(1)

실내는 넓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지도를 펼쳐놔야 했으니까. 이 방의 주인은 우주탐사를 진두지휘하는 조직의 구성원 중 하나다. 그리고 지금까지 관측된 우주 중 1/10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다. 물론 혼자하는게 아니라 그 휘하에 몇개나 되는 조직과 그 휘하에 또 몇십개나 되는 조직이 있다.

그런 조직을 이끄는 자가 나를 부른것이다. 독립탐사 자격이 있는 나를. 

독립 탐사자에게는 상당한 재량권이 부여된다. 임무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의사결정을 혼자서 내릴 수 있다. 심지어는 중간에 중단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독립탐사 자격은 그만큼 따기 힘들다. 그리고 독립탐사를 보내는 대상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도 된다. 

독립탐사 자격의 부여는 신청보다는 임명에 가깝다고 보는게 맞을것이다. 최소 10척 이상의 선단으로 구성된 탐사팀에서 2등항해사 또는 기관장으로 3년 이상 근무해야 하고 총 항해 거리가 5000광년은 넘어야 하며 선장과 탐사팀장의 추천서가 필요하고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을 통과한 다음 각종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행성방위함대에서 6개월간 교육(이라쓰고 고문수준의 훈련이라고 쓴다)을 받아야 하고 또...


여기쯤 생각이 왔을때 실내 한쪽에서 단말에 고개를 틀어박고 있던 이 방의 주인이 한손을 치켜들었다. 앞으로 가까이 오라는 뜻이다.

"신고합니다, 독립 탐사자..."

"구구절절한 자기소개는 됐네. 당장 본론으로 넘어가지"

그는 몸을 일으켜 우주 지도 앞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걸음걸이와 함께 손에 쥐고 있는 장치를 조작하니, 지도의 한쪽이 몇단계를 거쳐 확대되고 작은 항성이 지도 가운데 맞춰졌다.

"이번 임무 대상이 되는 항성계네."

"어떤 임무입니까"

"구조 또는 관측"

"처음 듣는 임무입니다만"

"당연하지. 이런 임무는 좀처럼 없으니까. 저 항성계에 있는 행성은 이미 생명체가 없네. 우리 관측기준으로...그러니까 2년전에 저 행성의 생명체는 이미 저 행성을 탈출했지."

"우주로 진출할수 있는 능력은 있었나 보군요"

"그러나 가까스로 우주로 나갈수 있는 능력만 있을뿐이야. 저들은 초광속은 커녕 광속진출도 못하면서 우주로 나왔네. 그들이 살고있는 행성에 뭔가 문제가 생겨 탈출했다고 보는게 맞겠지."

"탈출규모는 관측되었습니까."

"함선으로 추측되는 대규모의 광점이 행성 중력권을 탈출한거까지는 확인할수 있었지만, 실제로 어느정도 규모인지는 몰라."

"그럼 제가 해야 할일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건 저들이 탈출한 이유를 파악하는거네. 저정도의 우주항해 기술로 살던 행성에서 도망치듯 나오는것은 도박과 자살 그 중간 어디쯤 있는 짓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로 나온 이유가 자신들이 행성에서 저지른 일 때문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환경변화때문인지를 파악해야 해. 그리고 만약 탈출의 이유가 후자라면 구조해야 하고 전자라면 그냥 관측해야지. 스스로의 댓가를 치루는 것이니까."

"알겠습니다. 임무는 바로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저들의 위치까지 가기위한 함선이 준비되는데 시간이 걸리니, 기록부서에 가서 유사한 임무들에 대한 항해일지와 조사기록부터 확인하는것을 권하네. 좀처럼 없는 임무이니 과거 기록을 보면 배울점이 있겠지. 준비가 되면 연락이 갈것이네. 아, 그리고 항행에 필요한 지도도 미리 받아서 주변 항성계에 대한 파악도 끝내두도록. 이후 자세한 임무는 명령문서로 전달하도록 할테니 그것을 읽어보도록."

"알겠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서늘했다. 급하게 우주로 뛰쳐나온 그들의 마음도 그럴까. 아니, 우주는 그보다 추운공간이다. 서늘하다 못해 얼어붙겠지. 그들이 살던 행성과는 다를것이다.


그들이 "지구"라고 이름붙였던 그곳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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