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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Dec 24. 2022

제목 없는 소설(2)

"망할놈의 드릴 죽어라고 안박히는구만!"

"박스 투, 통신 채널로 욕하지 마라. 이상"


관제담당의 딱딱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아니 그전에 내 목소리를 어떻게 들은거지?

드릴이 안박히는 곳에 어떻게든 날을 박으려 하다보면 몸이 움츠러 들면서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통신 스위치가 눌린거같다.


달. 지구중력의 1/10밖에 안되는 곳. 급하게 지구에서 도망치듯 나온 인류는 자연스럽게 달로 향했다. 지구 근처에 생명체가 살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행성에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인류의 기술력은 그렇게 발달하지 못했다. 서로 죽고 죽이는데에는 모든 기술을 쏟아부었으면서, 정작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은 그리 발달시키지 못한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중력이 부족한 행성에서 제대로 땅을 파들어갈수 있는 기술같은거야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겠지.


인류가 달로 도망친지는 이제 2년이 지나간다. 총력을 다해 각 국가는 개별적으로 또는 연합하여 지구에서 탈출해 우주로 나왔다. 지구에 살던 인류의 수는 93억 몇천 몇백만이 최고 기록이었다. 지금은 그 수많던 사람들중 오로지 극소수, 일부의 일부, 93억에 비하면 0.001쯤 되는 1500만정도가 살아남았다. 사람수가 93억일때는 아마 이꼴이 날거라 생각 못했겠지.


관제 담당의 목소리가 들린다.

"박스 투, 작업은 언제쯤 종료할 예정인가? 이미 외부활동 시간을 30분 초과했다. 산소 잔량을 생각해서라도 돌아오는게 좋겠다. 이상."

"알겠다. 지금 붙잡고 있는 작업은 아무래도 오늘내엔 못끝내겠군. 어차피 이렇게 된거 내일 다시 하겠다 이상."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도 조금은 파고 들어간 드릴도 수거하려 하는데 뽑히지가 않는다. 공구는 외골격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외골격을 벗고 돌아갈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우주복이 묵직한데 외골격이 없으면 돌아가는 길이 고달프다.

"박스 투, 작업 관리팀에게 전달. 드릴이 뽑히지 않는다."

"전달하겠다. 대기하도록."

약간의 기다림 후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작업 관리팀장 위다야다. 드릴이 말썽인가? 이상"

"오늘은 위다야가 근무였군. 그래서 공구도 너를 닮나보다. 박히지도 않더니 이젠 뽑히지도 않는다. 이상"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할수 없지. 날 하나 버리는 수밖에. 날만 분리하고 돌아와라. 힘들텐데 기록은 내가 해두겠다. 이상"

"오우 역시 위다야 형님. 작업자를 아끼는 마음이 넓으시군요. 이상"

"빨리 돌아오기나 해. 너 오는대로 금일 작업 결산이다. 이상"


드릴에서 날을 분리한다. 뽑히지 않는 날과는 달리, 드릴에서 날은 가볍게 분리가 된다.

오늘 마무리하지 못한 숙제를 뒤로하고. 에어록으로 발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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