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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Dec 28. 2023

나를 믿지마라. 대신 훈련을 믿어라.

0. 살면서 "훈련한 패턴"의 효과를 확인할수 있는 기회가 몇번이나 있을까. 나는 어제 그 효과를 확인할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1. 어제 모처럼의 술자리를 가졌다. 내년부터 일할 회사에서 불러줘서 자기 소개 겸 송년회식에도 참석할수 있는 시간이었다. 근데 어제 첫잔을 마시는데 이상할 정도로 술이 달더라.

그리고 첫잔을 넘기면서 예상했던대로, 왕창 마셨다.


2.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내 손을 확인해보니 반지가 보이지않는 것이다. 1차로 갔던 식당이나 그 이후에 갔던 노래방, 볼링장 어디선가 흘렸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사이에도 몇번 화장실도 갔었고 편의점에도 들렀으니 찾아야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 주변 지리도 익숙치 않으니 찾을 생각을 하니 암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다. 무언가를 잃어버렸을때의 당황스러움이 도통 일어나지 않았다. 


3. 오늘 일어나 문득 열쇠고리를 확인해봤다. 그리고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반지는 거기에 달려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어제만해도 보이지를 않았는데. 하지만 열쇠고리에 끼워져 반짝이고 있는것은 분명 내 반지였다.


4. 반지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을때, 미리 빼서 열쇠고리에 끼워넣는것은 사실 내가 이전부터 의도적으로 훈련한 패턴이다. 그러나 어제 신나게 퍼마셔서 그런지, 내 기억속엔 그 행동을 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술이 가득 들어간 상태에서 기억 못할지라도 "훈련받은 패턴"을 나는 수행한것이다.


5. 자존감을 강조하는 자기개발서들은 자기자신을 믿으라고 한다. 그런글을 읽을때마다 들은 생각은 "말이 쉽지"다. 그런 책을 찾아야 할정도의 상태라면 아무리 스스로를 믿으라고 조언을 한들 대체 나의 무엇을, 어떤점을, 왜 믿어야 하는지 답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식의 글은 "근자감"이나 키워주는거 아닌가 싶을때가 많다.


6. 그렇다면 어떤것을 믿어야 하는가. 자기 자신을 믿을수 있는 단계로 나가기 전에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그 단서를 찾은듯한 느낌이다. 


자기 자신을 억지로 믿으려 할 필요는 없다. 대신 차라리 스스로 이제까지 해왔던 작은 연습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나 살아가기 위해서 쌓아온 아주 작은 훈련들을 믿어라. 그리고 그런 것들이 쌓여져 만들어진 나 자신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도울것이다. 다른것은 몰라도 이것은 믿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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